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후안무치”

이윤정
2023년 08월 15일 오전 12:01 업데이트: 2023년 08월 15일 오전 6:20

하나의 사안을 두고 자신에게 불리하면 침묵하거나 내치고, 호재다 싶으면 적극적으로 취해 공세적으로 입장을 밝히는 경우가 있다.

손바닥 뒤집듯 한다는 말이 있다. 맹자의 말에서 유래한 고사성어 ‘여반장(如反掌)’은 그만큼 쉽다는 뜻이지만, 한가지 사안에 태도나 입장을 표명하는 방법이 이중적이라는 의미도 있다.

최소한의 양심마저 저버리고 손바닥 뒤집듯 말 바꾸기를 태연스럽게 하거나 거짓말을 너무 쉽게 하는 경우에도 쓴다.

강규형 전 KBS 이사 해임에 맞장구쳤던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장이 갑자기 태도를 싹 바꿔 강 전 이사의 해임이 잘못된 일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고 한다.

최근 한 언론 인터뷰 발언에서다. 권 이사장은 방문진 이사장 임명 전 면접 과정에서 김효재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직무대행이 자신에게 ‘강규형 KBS 전 이사가 해임된 게 부당하다고 보는데 당신 생각은 어떠냐’고 물었다고 거론했다. 신문은 권 이사장이 “김 권한대행에게 당시 그가 했던 질문을 돌려주고 싶다”며 “해임 악순환의 고리를 꼭 끊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유가 뭘까?

본인이 해임 위기에 처하자 다급해진 나머지 강 전 이사 해임이 잘못된 거라고 주장한다는 거다.

2015년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추천으로 KBS 이사에 임명됐던 강규형 명지대 교수는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지 7개월 만인 2017년 12월 해임됐다. 방송통신위원회는 감사원 감사 결과를 근거로 댔다. ‘업무추진비 327만 원 유용’이 해임 사유였다.

강 교수는 이후 문재인 대통령을 상대로 불법 해임에 대해 무효 소송을 제기했고, 1·2심 모두 승소했다. 3년 8개월에 걸친 법적 투쟁끝에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다. 2021년 9월 대법원은 문 대통령 측의 상고는 심리할 가치도 없다는 ‘심리불속행 기각’ 처리하며 “원고 강규형에 대한 KBS 이사 해임은 부당하므로 이를 취소해야 한다”는 확정판결을 내린 바 있다.

당사자인 강 교수가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서 권태선 이사장을 겨냥해 한마디 했다.

“정말 후안무치합니다.
권 이사장!
언제 당시 내가 탄압받고 해임되는 거를 잘못된 거라고 한마디라도 했습니까?
오히려 불법 방송장악과 해임 등에 가장 앞장서지 않았나?
그대는 양심이란 게 있나?
이제 본인이 해임 위기라 다급하니 이렇게 사실 왜곡해도 되나?
당신 같은 사람이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위원이었으니 참 한심합니다”라고 말이다.

본인이 해임 위기에 처해 다급해지자 갑자기 그간의 태도를 바꿔 자신을 강변하는 데 써먹었다는 거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