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평 2지하차도 침수 참사와 보 해체用 물관리일원화

전경웅 객원기자
2023년 07월 20일 오후 12:13 업데이트: 2023년 07월 20일 오후 12:13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 2지하차도’ 침수로 14명이 숨졌다. 야당은 이 사고를 윤석열 정부 책임으로 몰아가고 있지만 취재가 계속되자 근본적인 원인은 앞서 수개월 간 축적된 문제점에 근본적 원인이 있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전임 정부 시절, 하천 관리 주관부서 변경과 ‘금강·영산강 보(洑) 해체’ 등으로 치수 관리에 허점이 생겼다는 것이다.

궁평 2지하차도 사고는 지난 15일 오전 8시 40분경 발생했다. 이날 오전 4시 10분 집중호우로 금강의 지류인 미호강 수위가 급등했다.

청주시 일대는 13일부터 500mm가 넘는 비가 내린 상태였다. 금강통제소는 오전 6시 30분 미호강 수위가 심각한 수준에 다다랐고 홍수가 예상된다며 청주시와 흥덕구에 교통 통제를 권고했다.

하지만 청주시와 흥덕구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금강통제소도 문제였다. 미호감 범람을 도로 관리자인 충청북도에는 알리지 않았다.

야당은 이 점을 들어 궁평 2지하차도 사고가 윤 정부의 부실 대응 탓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언론 취재가 이어지면서, 궁평 2지하차도 침수사고는 문재인 정부 때 4대강 재자연화를 시작으로 강변 관리를 환경부에 맡긴 일 등이 차근차근 쌓여 터졌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 수질관리 하던 환경부, 환경단체와 ‘금강·영산강 보 해체’ 결정

궁평 2지하차도를 덮친 것은 미호강이다. 미호강은 금강의 지류다. 미호강의 범람은 금강의 수위 관리가 안 됐다는 뜻이다.

문 정부는 ‘4대강의 재자연화’라는 명분을 앞세워 4대강에 만든 치수(治水) 시설을 모두 무력화했다. 금강과 영산강의 보는 5곳이 해체되거나 기능을 상실했다. 특히 미호강과 직접 관련이 있는 세종보는 지난 5년간 전혀 관리를 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금강과 영산강의 치수 시설을 무력화하기 위해 환경부와 ‘환경단체’가 동원된 정황이 감사원 감사 결과로 밝혀졌다.

지난 14일 ‘중앙일보’는 “문재인 정부 시절 김은경 환경부 장관이 4대강 조사·평가기획위원회를 구성하기에 앞서 환경부 직원에게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단체와 협의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감사원 결과 드러났다”고 전했다.

2019년 2월부터 조사를 시작한 ‘4대강 조사·평가위원회’는 금강·영산강 보 해체 결정을 이끌었다.

신문에 따르면, 환경부 직원이 장관 지시에 따라 4대강 반대단체와 협의를 한 뒤에 ‘4대강 조사·평가위원회’가 구성됐다.

위원회 구성원 15명 가운데 8명이 4대강 반대단체가 추천한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이후 문재인 정부 임기 말까지 금강과 영산강에 설치한 5개 보를 해체하거나 상시 개방해 무력화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

◇행정복한도시건설청, 허가 없이 미호강 일대 자연제방 해체

궁평 2지하차도 침수 사고는 금강의 보 문제만은 아니었다. 문 정부 시절 ‘4대강 사업 되돌리기’를 추진하면서 하천 관리를 환경부가 모두 떠맡도록 했다.

당초 전국의 하천 관리는 국토교통부가 맡아왔으나 ‘정부조직법’ 개정에 따라 2022년 1월 수자원 관리 업무가 환경부로 일원화하면서 환경부에 이관됐다.

환경부는 환경보호와 자원관리를 하는 부서로 수질관리 등의 경험을 축적해왔으나 이후 개정된 정부조직법 시행 이후 하천 제방 축조 등 하천 관리 업무도 맡게 됐다.

그 결과 하천 인근 도로는 국토부와 지자체, 하천은 환경부가 관리하는 이상한 체제가 됐다.

이런 와중에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하 행복청)이 지난해 궁평 2지하차도 인근 미호강의 자연 제방을 없앴다.

미호천교 연장 사업을 하던 행복청은 수변 관리를 맡은 환경부 금강유역청의 허락도 없이 제방을 없앴다. “신설 교량 공사를 위해 덤프트럭 등 중장비가 원활히 다닐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제방을 임의로 없앴다”는 게 행복청의 설명이다.

지역 매체 등에 따르면 지난 60년 동안 준설 작업을 하지 않은 미호강에서는 제방의 역할을 상당히 중요했다. 그럼에도 제방을 없앴다가 올해 호우가 예상되자 지난 7일이 돼서야 흙을 담은 마대자루로 임시 제방을 만들었다. 사고 당일인 15일 새벽에는 방수포 덮는 것으로 추가 조치를 했다.

행복청이 진행한 공사의 문제점도 계속 드러났다. ‘중앙일보’ 등에 따르면 행복청이 건설하던 미호강교는 제방보다 높이가 낮았고, 사고 당일 금강통제소에서 미호강 수위가 28.98m에 달했다고 알렸다. 이는 행복청이 미호강교 건설 기준으로 삼은 ‘100년 만의 홍수 수위’라는 28.78m보다 높았다.

사고 발생 직전에는 수위가 29.81m까지 도달했음에도 행복청은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

행복청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자신들은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듯 해명을 내놨다. 결국 국무총리실에서 청주시와 흥덕구 외에 행복청에 대해서도 감찰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윤 정부, 4대강 사업 시설 복구해 존치·활용하는 정책 추진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지만 문재인 정부 시절 ‘4대강 재자연화 작업’은 법의 심판을 받을 전망이다.

감사원은 오는 20일 환경부의 금강·영산강 보 해체와 관련한 감사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감사원은 언론에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전임 정부의 4대강 재자연화 사업과 관련해 환경부는 지난해 8월 “(금강·영산강 보 해체 등) 문재인 정부의 결정은 비상식적이고 비과학적·편향적 의사 결정이었다”는 의견을 감사원에 전달했다.

4대강 사업 재자연화, 특히 금강과 영산강 시설 무력화 문제를 알고 있던 윤 정부는 지난 14일 “금강·영산강의 보를 복구해 존치·활용하는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에 반대하는 ‘환경시민단체’를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의 문제가 남아 있다.

이들은 지난해 6월부터 최근까지 금강과 영산강의 보를 즉각 해체해야 한다며 필요할 경우 집단행동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