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은 왜 ‘음모론’을 그냥 둘까…보수 물결 실종의 진짜 이유

로버트 엡스테인
2022년 11월 25일 오후 6:43 업데이트: 2022년 11월 28일 오전 9:46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을 압도하리라 예상됐던 거대한 레드 웨이브(Red Wave, 공화당의 압승)는 실제로는 나타나지 않았다. 어떻게 된 일일까?

공화당 지지자들은 원인을 찾기에 분주하지만 누구도 정확한 곳에 초점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이 거의 흔적을 남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 연구팀(미국행동연구및술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구글과 페이스북 등 빅테크들은 이번 중간선거에서 수백만 표를 민주당 쪽으로 움직이도록 했다. 동시에 음모론을 퍼뜨려 사람들의 주의를 분산시켰다.

구글은 중간선거에 앞서 몇 달에 걸쳐 정치적으로 편향된 콘텐츠를 검색 엔진에 띄웠다. 유튜브에서는 좌파 성향의 동영상을 이용자들에게 추천했다.

이와 동시에 구글은 일부 콘텐츠는 유권자들에게 노출되지 않게 했다. 어떤 콘텐츠를 감출지는 구글 내부 관계자들이 결정했다.

구글은 또한 이용자들에게 이메일 수천만 통을 발송해 부동층의 투표를 유도했는데, 이런 표는 부분 민주당에 주어진 것으로 추측된다.

아울러 구글은 검색 등을 위해 홈페이지에 접속한 이용자들에게 ‘투표 알림’을 띄워 잊지말고 투표하도록 독려했다. 이런 투표 알림은 진보성향이나 중도층 유권자들에게 선별적으로 제공됐다.

이러한 조치는 투표 성향이 확실한 유권자에게는 별 영향을 주지 못하지만, 아직 누구에게 투표할지 결정하지 못한 부동층 유권자들에게는 막대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선거 결과는 일반적으로 부동층의 선택에 따라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우리 연구팀 조사에 따르면 구글은 진보·중도층의 투표를 독려하고 부동층이 민주당에 기울도록 했을 뿐만 아니라 그 이상의 작업들도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번 중간선거에 앞서 하루 24시간 연중무휴로 구글을 비롯한 빅테크가 유권자에게 노출하는 정치 관련 콘텐츠를 모니터링했다.

특히 구글 관계자들이 ‘일시적 경험(ephemeral experiences)’이라고 부르는 콘텐츠를 집중해서 추적했다.

‘일시적 경험(혹은 찰나의 경험)’ 콘텐츠란 화면에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콘텐츠다. 검색 제안 혹은 연관 검색어 등이다.

이런 콘텐츠는 잠깐 나타났다 사라지긴 하지만 사람들에게 선입견을 심어줄 수 있어 그 영향력이 작지 않다. 금방 사라지기에 추적이 어렵고, 따라서 여론 조작에도 유리하다.

실제로 지난 2018년 유출된 구글 내부 이메일에는 ‘일시적 경험’ 콘텐츠를 이용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여론을 조작하는 방안에 대한 구글 관계자들의 논의가 담겨 있었다.

예를 들어 ‘트럼프(Trump)’를 검색하면 검색창 아래 ‘연관검색어'(구글식으로 표현하면 ‘검색 제안’)에 불리하거나 부정적 인상을 주는 키워드가 제시되는 식이다.

이는 구글이 여론을 통제하는 은밀하면서도 강력한 수단이다. 이용자들은 자신에게 보여지는 ‘찰나의 경험’ 콘텐츠 대해서만 알 뿐, 다른 이용자들에게는 어떤 내용이 어떻게, 얼마나 보여지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이러한 의혹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실제 유권자 2742명을 모니터링 요원으로 위촉해 조사를 진행했다. 이들은 다양한 정치성향을 지녔으며 대다수가 경합주 유권자들이었다.

모니터링 요원들은 자신의 컴퓨터에 구글이 노출하는 콘텐츠를 일일이 기록하고 캡처했다. 2022 중간선거 이전 몇 주 동안에 이들에게 총 250만 건이 넘는 찰나의 경험 콘텐츠가 보여진 것으로 집계됐다.

연구팀은 이를 취합하고 분석, 구글이 진보·중도·보수 유권자에 각각 얼마나 많은 투표 알림을 보내는지 정확히 계산했다.

그 결과적으로 구글은 선거 당일 정치적으로 편향된 상태로 운영됐다. 유튜브상에 뜨는 추천 영상도 마찬가지였다. 구글은 경합주의 특정 그룹 유권자들에게 투표 알림을 보내 투표를 격려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구글이 선거 기간 내내 이러한 작업을 통해 총 8천만 표의 행방을 좌우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각 주의 상원, 하원, 주지사, 주의회 선거 투표를 모두 합산한 수치다.

구글이 선거에 영향을 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20년 대선 때도 연구팀은 구글이 보수 성향 유권자보다 진보·중도 성향 유권자들에게 더 많이 투표 알림을 보낸 것을 발견했다.

이를 통해 구글은 자신들이 선호하는 후보에게 약 45만 표를 보태줬을 것으로 추정됐다. 구글이란 거대한 기술기업이 선거라는 중대한 이벤트에서 아무런 일도 벌이지 않았으리라고 보기는 어려운 일이다.

구글은 선거 전 몇 달 동안 저울의 한쪽에 사이버 엄지손가락을 지그시 눌러왔다. 이것이 레드 웨이브가 물거품이 된 이유다.

선거일에 자유주의 유권자에게 전송된 구글의 실제 투표 알림. | 화면 캡처

역사적으로도 볼 때도 레드 웨이브의 실종은 납득하기 쉽지 않은 일이다.

일반적으로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 상황에서는 보수가 집권한다. 게다가 물가 상승, 경기 침체로 인한 조 바이든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고려하면 공화당의 상원 탈환, 하원에서 60석 이상 압도적 격차의 승리를 거두리라는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보수당인 공화당의 하원 압승은 바이든 대통령보다 훨씬 높은 지지율을 보였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재임 기간에도 중간선거 때 일어났던 일이었다.

하지만 이번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은 근소한 하원 다수당 자리를 확보하는 데 그쳤고 상원에서는 다수당 지위 탈환에 실패했다.

안타깝게도 올해 중간선거 전에 조작을 막아낼 수는 없었지만, 연구팀은 ‘찰나의 경험’ 콘텐츠 250만 건 등 구글이 검색 엔진과 콘텐츠를 정치적으로 조작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이로써 내년 1월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으로 귀환하는 차기 의회에서 해당 증거를 토대로 빅테크의 선거 개입 의혹에 관해 조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구팀은 의회 조사에 협조하는 한편, 내년 한 해 새로운 모니터링 프로젝트를 수행하려고 한다.

미국 전역의 어린이와 성인 유권자 2만 명의 모니터링 요원을 확보, 이들에게 보여지는 빅테크의 콘텐츠를 24시간 감시해 의심스러운 콘텐츠를 당국과 언론에 보고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네고자 한다. 앞으로 몇 주, 아니 몇 달에 걸쳐 이번 중간선거에 대해 ‘위조 투표용지 등이 동원된 사기 선거라는 음모론이 쏟아질 것이다.

이런 음모론을 모두 무시해야 한다. 두 세력이 경쟁할 때, 속임수는 당연하게도 양쪽 모두 사용할 수 있다. 한쪽이 속임수를 쓰면 다른 쪽도 속임수로 맞서기 마련이다.

사기 선거라는 음모론은 시선 분산용일 뿐이다. 이런 속임수는 실제로 밝혀지더라도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수준에 그친다. 결국 문제의 본질에서 사람들의 주의를 멀어지게 만든다.

이런 음모론이 SNS에서 확산될 수 있다면 그것은 빅테크들이 음모론의 확산을 원하기 때문이다.

메타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트위터, 구글의 유튜브는 어떤 콘텐츠가 확산하는지 결정할 완전한 통제력을 쥐고 있다.

2020년 대선을 보름 앞두고 터졌던 바이든 대통령의 아들 헌터에 관한 의혹이 바로 그 사례다. 이 사건은 엄청난 파괴력을 가진 이슈로 평가됐지만 트위터와 페이스북에서는 오히려 관련 내용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빅테크들은 원하는 대로 이야기를 퍼뜨리거나, 반대로 입을 다물게 할 수 있다. 그들은 음모론이 퍼지는 것을 좋아한다.

음모론은 흔히 사태를 잘못된 방향으로 흐르게 하고 결국 역풍으로 이어지기 쉽다. SNS를 타고 퍼지는 음모론을 빅테크가 눈감아 주거나 심지어 확산하도록 유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신들을 감출 수 있기 때문이다.

가짜 투표용지 음모론이 그 사례다. 가짜 투표용지에 정신이 팔린 사람들은 정작 빅테크 기업들이 수백만 표를 움직였을 가능성에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게 된다.

물론 “누군가 투표함에 가짜 투표용지를 몰래 채워 넣었다”는 소문이 “구글이 진보 성향 유권자에게만 투표 알림을 보냈다”는 소문보다 더 귀가 솔깃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또 속을 것인가. 일일 접속 건수가 미국에서만 5억 회 이상인 구글은 간단한 유권자 등록 알림, 투표 알림만으로 100만 명 이상의 투표 향방을 바꿀 수 있다.

게다가 SNS는 빅테크가 독점하고 있기에 맞서 싸우기도 쉽지 않다. 당장 구글이 아닌 다른 검색 엔진을 찾기 쉽지 않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인스타그램 말고 다른 SNS는? 유튜브를 대체할 서비스는? 말할 필요조차 없다.

앞으로 페이스북이나 다른 SNS에서 선거에 관한 음모론을 보게 된다면 스스로 질문해야 한다. 진짜일까? 아니면 민주주의를 장악한 빅테크 기업들에 의해 누군가 조종당하고 있는 것일까? 후자일 가능성이 크다.

*이 기사는 저자의 견해를 나타내며 에포크타임스의 편집 방향성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