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서 ‘사회주의 인종이론’ 은밀히 확산” 美 연구

미미 응우옌 리
2022년 11월 14일 오전 10:20 업데이트: 2022년 11월 14일 오후 3:15

美 보수 싱크탱크, 고교생·졸업자 1500명 조사
약 60% “교실서 비판적 인종이론” 배웠다 답변
지역 교육당국·교사들은 “가르치지 않는다” 부인

미국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비판적 인종이론(CRT)’을 가르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정책 싱크탱크 ‘맨해튼 연구소’ 소속 자크 골드버그와 에릭 카우프만 연구원이18~20세 미국인 1505명을 샘플 추출해 시행한 인구 통계학적 조사에 따르면, 약 60%가 고등학교 재학 시절 비판적 인종이론의 주요 개념을 배운 것으로 나타났다.

비판적 인종이론은 흔히 사회주의로 여겨지는 ‘마르크스주의’에서 파생된 이론이다. 마르크스주의의 이분법적 도식을 그대로 이어받아 사회를 ‘억압자’와 ‘피억압자’의 관계로 분석한다. 다만, 사회를 자본자와 노동자라는 ‘계급’이 아니라 ‘인종’으로 나눈다는 것이 특징이다.

조사 대상자들은 고등학교 재학 중이거나 졸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들이며, 82.4%가 공립학교 출신이었다.

연구팀은 현재 미국에서 확산 중인 비판적 인종이론의 주요 개념을 ▲”미국은 조직적인 인종차별적 국가다” ▲”미국 백인은 특권층” ▲”미국 백인은 비(非)백인을 상대로 부정적 편견을 가지고 있다” ▲”미국은 훔친 땅 위에 세워졌다” 등 4가지로 정리해 질문했다.

이에 조사대상자 57~69%는 4가지 개념 중 한 가지 이상을 학교에서 듣거나 교육받았다고 답했다.

연구팀은 또한 ▲”미국은 가부장적 사회” ▲”성별은 타고난 생물학적 성별에 관계없이 정체성으로 여겨 고를 수 있다” 등 젠더 개념에 대해서도 학교에서 듣거나 교육받았는지 질문했으며, 조사 대상자 53%, 51%가 “그렇다”고 대답했다고 밝혔다.

비판적 인종이론 지지자들은 ‘조직적 인종차별’과 ‘백인 우월주의’가 미국 사회의 모든 측면에 존재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인종적 불평등’을 인식하고 ‘반인종차별’ 정책을 실행해 부와 권력을 인종에 따라 재분배할 것을 요구한다. 백인에 편중된 부와 특권을 정책을 통해 유색인종에게 나눠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비판하는 측에서는 과도한 비판적 인종이론은 개인의 역량이나 노력, 성공을 얻기 위해 치른 대가를 무시한다고 지적한다. 비판적 인종이론 그 자체가 인종차별이라는 입장이다.

비판적 인종이론은 수년 전부터 확산돼 왔으나, 지난해부터 미국 곳곳의 학부모들 사이에서 이에 대한 경각심이 고조됐다.

학부모들은 비판적 인종이론이 사회적으로 합의되지 않은, 논쟁 중인 이념인데도 일부 지역 교육당국과 교사들은 ‘사회적으로 합의가 끝난 정설’처럼 학생들에게 주입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학에서나 배워야 할 이론이라는 것이다.

지역 교육당국과 학교 측, 교사들은 교실에서 비판적 인종이론을 가르치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한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골드버그 연구원은 교실에서 비판적 인종이론을 가르치고 있지 않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미국 내 여러 좌파 성향 조직에서도 두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좌파 진영은 비판적 인종이론은 대학에서 인종문제를 이해하기 위해 가르치고 논의하는 법학의 한 분야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본질을 흐리려는 것”이라며 “심각한 것은 (고등)학교에서 비판적 인종이론을 진실인 것처럼 무비판적으로 전달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미국 버지니아 리스버그에 있는 지역 교육당국 사무소 앞에서 교실 내 ‘비판적 인종 이론’ 수업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나는 억압자가 아니다”라고 쓴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 Andrew Caballero-Reynolds/AFP via Getty Images/연합뉴스

연구에 따르면, 비판적 인종이론 수업을 받은 학생(최근 졸업생)의 68%는 비판적 인종이론을 반박하는 내용은 배우지 않았거나, 배웠더라도 그런 반박은 가치가 없는 것으로 전해들었다고 밝혔다.

골드버그 연구원은 “조사 대상자 대다수는 자신이 배운 비판적 인종이론이 절대적으로 옳은 것이라는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며 “이는 학생들이 세뇌당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미국 내 일각에서는 미국의 노예제나 인종차별의 역사를 가르치려는 교사들을 공격하기 위해 보수진영이 비판적 인종이론을 악용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골드버그 연구원은 “교실에서 비판적 인종이론을 가르치지 않는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당시의 시대 상황이나 배경과 분리해 노예제만 부각해 가르치려는 행위는 비판적 인종이론 확산과 매우 밀접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는 백인을 비열한 인종차별주의자로 여기게 만들고, 이른바 ‘평등 지향적’ 정책을 지지하는 정치 성향을 갖도록 만드는 통제 장치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 학생 상당수가 이 같은 문제에 노출돼 있다고 봐야 한다”며 “비판적 인종이론을 가르치려는 학교와 교육자들에게 그것을 금지할 것인지, 아니면 비판적 인종이론에 대한 비판 등 다양한 이론을 모두 가르치게 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