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충청 등 산사태, 무분별한 벌목 탓…태양광 관련성도 지목

전경웅 객원기자
2023년 07월 23일 오전 9:36 업데이트: 2023년 07월 23일 오전 10:39

7월 들어 집중호우가 이어지면서 경북·충청·호남에서 산사태로 수십여 명이 숨진 가운데 산사태의 원인을 두고 여야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지역 주민과 국민의힘, 우파 진영은 무분별하게 태양광 발전 시설을 건설한 것이 산사태의 주요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탈원전’을 내세우며 태양광 발전을 장려한 문재인 정부 시절 인사들과 더불어민주당,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충청·경북 주민들 “태양광 때문에 산사태 나는 거 아니냐” 우려

충청·경북 지역 주민들이 태양광 발전과 산사태를 연관 짓는 것은 현재 곳곳에 있는 태양광 발전 시설 가운데 적지 않은 수가 산비탈에 지어졌기 때문이다.

산에 있는 나무뿌리는 비가 올 때 토사(土砂)가 흐르지 않도록 잡아준다. 그런데 가파른 산비탈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지을 때는 나무를 그냥 베어내는 게 아니라 뿌리째 뽑아버리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한국전력의 ‘전력통계월보’ 5월호에 따르면 이번 집중호우로 큰 피해를 본 경북과 충북 지역엔 각각 3063MW, 1220MW 규모의 태양광 설비가 들어서 있다. 전국 태양광 설비에서 각각 13.8%, 5.5%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과거 자료를 보면, 2017부터 2020년까지 전국 곳곳에서 서울 여의도의 17.6배에 달하는 5131㏊(헥타아르·5131만㎡)의 산림이 태양광 시설 후보지가 됐고, 이 기간 벌채한 나무는 259만 8000여 그루였다. 이 때문에 태양광 발전 시설이 들어선 지역의 주민들은 비가 오면 산사태를 우려했다.

지역 주민들의 우려는 2020년 여름 현실이 됐다. 당시 태양광 발전 시설 주변에서 12건의 산사태가 일어났다. 하지만 태양광 발전 주무 부처인 산업통산자원부는 “괜찮다”는 식의 해명을 했다. 환경부는 환경영향평가라는 강력한 제재 수단이 있었음에도 태양광 발전시설 건설 신청의 98%를 허가했다.

이런 상황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1600곳이 넘는 전국 곳곳의 산지에서 태양광 발전 시설 공사가 한창이다. 하지만 정부는 산비탈 태양광 시설을 관리·감독할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지도 않았다. 임상준 서울대 산림과학부 교수는 “자연적 산지보다는 태양광 설비 지역같이 인위적으로 조성된 산지가 강수, 산사태에 훨씬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文 정부, ‘탈원전’ 추진 이후 태양광 발전 장려

태양광 발전 시설 건설은 이명박 정부 때부터 있었지만 환경부와 지자체는 무분별한 건설을 제약했다. 산자부도 여기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을 표방하면서 ‘신재생에너지’를 적극 장려, 태양광 시설 난립을 부추겼다는 지적을 받는다.

2019년 10월 국회 국정감사 당시 ‘문재인 정부가 대대적으로 지원하는 태양광 발전사업이 특정 세력의 이권 사업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많았다. 특히 소위 ‘환경단체’가 태양광 발전 사업에 뛰어들어 막대한 이익을 취했다는 비판이 많았다. 당시 이종배 자유한국당 의원은 “감사원 감사 결과 환경단체 수장들이 태양광사업으로 막대한 이익을 취한 게 드러났다”며 “탈원전은 현 정부의 ‘내 사람 챙기기’ 정책 아니냐”고 질타했다.

당시 감사원이 지자체 태양광 사업 지원에 대해 감사한 결과를 보면, 문재인 정부 때 태양광 발전 사업자에 대한 지자체와 정부 지원은 상당한 규모였다.

서울시는 태양광 사업(2018년 기준 예산 402억원) 추진 과정에서 서울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 녹색드림협동조합, 해드림협동조합 등 특정 단체를 우대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허인회 녹색조합 이사장, 박승옥 서울시민햋빛조합 이사장, 박승록 해드림조합 이사장과 더불어민주당,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 간의 관계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다.

서울시만이 아니었다. 윤한홍 자유한국당 의원은 “2018년부터 2019년 6월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에 들어간 정부 및 지자체 지원금이 총 6조 5693억 원”이라고 밝혔다. 정부 보조금 3조 3857억 원, 전국 17개 광역지자체 지원금 2078억 원, 대출 및 보증 2조 9757억 원이었다.

2018년 한 해에 지원한 금액만 4조 4423억 원에 달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과 비교해 65.3% 증가했다. 윤한홍 의원은 “무분별한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태양광 사업자들은 막대한 이익을 얻은 반면 국민 부담은 크게 늘었다”며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의 우려는 지금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태양광, 무분별한 벌목으로 인해 산사태 원인 지목

막대한 지원금을 받은 태양광 발전은 대도시보다 산지나 해안 지역이 더 많다. 특히 야당과 언론의 감시가 상대적으로 적은 시골에서는 태양광 발전과 관련해 부당하게 지원을 받거나 산사태가 우려되는 산비탈 지역에 발전 시설을 건설한 사례가 적지 않을 것이라는 의혹이 많았다. 이런 의혹은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뒤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

지난 3일 정부는 ‘전력산업기반기금사업 2차 점검결과’를 발표했다. 이어 18일 국무조정실은 문재인 정부 시절 태양광 등 전략산업기반기금사업을 집행한 사례 가운데 위법 사례 626건, 150명에 대해 대검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 또한 681억 원을 환수 조치하기로 했다.

국무조정실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9~2021년 집행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금융지원사업에서 3010건, 4893억 원의 부당 행위가 적발됐다.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보조금의 경우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25개 지자체가 1791건, 574억 원을 부당 지원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밖에 전력 분야 연구개발에서 172건 266억 원, 기타 전력 기금 사업에서 386건 86억 원을 부정하게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부가 밝혀낸 것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지적도 있다. 박근혜 정부 때까지만 해도 OCI, 한화, LG 등 국산 태양광 모듈이 국내 시장의 75~80%를 차지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서 국산 태양광 모듈은 사라지고 모두 저가 중국산 모듈로 대체됐다. 앞서 서울시가 지원금을 준 도심 태양광 모듈도 절대다수가 중국산이었다. 이 과정에서도 분명 ‘비리’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