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EPA,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제조 승인…전문가들 “안전성 우려”

미셸 스탠들리(Michelle Standlee)
2023년 08월 22일 오후 4:28 업데이트: 2023년 08월 22일 오후 4:56

최근 미국 환경보호국(EPA)이 석유회사 셰브론의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제조를 허가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폐플라스틱 열분해유가 암 발병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일부 지역사회와 환경 단체들은 “환경보호국이 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는 플라스틱 폐기물을 300도 이상의 고열로 가열해 폴리프로필렌, 납사 등을 추출하는 방식으로 제조된다. 폐플라스틱 혹은 폐비닐을 일종의원유형태로 되돌리는 셈이다. 이후 새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원료로 쓰거나 희석 및 정제 과정을 통해 연료로도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 단체들은 EPA가 열분해유에 대한 안전성 평가가 완전히 끝나기도 전에 열분해유 제조를 승인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EPA가 안전성 평가에서 드러난 위험성을 경시하거나 최소화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플라스틱 기반 화학물질을 다루는 셰브론의 공장에서 유독 가스가 배출될 수 있으며, 인근 주민들이 이 유독 가스에 노출될 경우 암 발병 위험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PA는 열분해유의 유해성 관련 문제에 대해 셰브론 측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으며, 우려 사항이 발생하면 이를 해결할 수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발암성 논란

환경 단체들이 EPA의 안전성 평가를 검토한 결과, 열분해유의 한 종류에 노출되면 4명 중 1명꼴로 암 발병 위험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발암물질 평가 가이드라인에서 일반적으로 허용하는 수준은 100만 명 중 1명꼴이다.

또한 제조공장에서 배출되는 유해물질에 오염된 물, 생선 등을 섭취하면 가이드라인인 100만분의 1보다 높은 확률로 암 발병 위험이 커졌다.

게다가 암 외에도 피부 및 눈 자극, 전신 독성, 유전 독성 등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셰브론 주유소 | 연합뉴스

EPA와 셰브론의 대응

EPA의 대변인 제프리 랜디스는 에포크타임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EPA는 열분해유에 대한 암 발병 위험성을 평가하면서 매우 보수적인 접근 방식을 취했으며, 그 결과 위험성이 상당히 과대평가됐다”고 해명했다.

이어 “실제 암 발병률은 EPA의 평가 수준보다 더욱 낮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독성물질관리법(TSCA)에 따른 신화학물질 평가 프로그램은 안전성을 검토할 수 있는 기간이 짧고, 매우 제한된 데이터에만 접근할 수 있다”고 밝혔다.

TSCA에 따르면 EPA는 새로운 화학물질의 제조 및 출시를 허가하기 전에 안전성 평가를 수행해야 한다. 이 법에 따라 제조업체는 제조를 시작하기 최소 90일 전에 EPA에 안전성 평가를 신청해야 한다.

그러나 TSCA는 1976년에 제정된 후 2016년까지 한 차례도 개정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2016년 이전에 개발 및 제조된 화학물질에 대해서는 적절한 안전성 평가가 이뤄지지 않았다.

TSCA 개정 이후에도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랜디스는 “TSCA가 개정된 이후, 신규 화학물질 검토와 관련한 EPA의 업무량이 급증했다”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EPA가 신규 화학물질의 안전성 평가를 완벽하게 수행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생기고 있다.

또한 셰브론의 대외협력 고문인 로스 앨런은 “현재 우리는 미시시피주 파스카굴라의 공장에서 열분해유를 처리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열분해유 등의 플라스틱 재활용 공정이 플라스틱 폐기물을 처리하고 관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전성 우려

일부 전문가들은 열분해유가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이고 환경을 보호한다는 주장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또 EPA의 안전성 평가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90일의 평가 기간은 새로운 화학물질의 잠재적 위험성을 평가하기에는 지나치게 짧다는 것이 그 이유다.

폐플라스틱의 열분해 공정이 인체의 건강과 환경에 무해한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 있다. 이를 통해 폐플라스틱을 처리할 수는 있지만,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해물질은 또 다른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셰브론의 파스카굴라 정유공장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법원에 단체로 소송을 제기해 폐플라스틱 열분해유에 대한 EPA의 승인을 무효화할 것을 요구했다.

또 환경 단체들은 “새로운 화학물질에 대한 대중의 신뢰와 안전을 위해 투명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EPA의 안전성 평가만으로는 폐플라스틱 열분해유의 무해성을 입증하기에 부족하다”며 “대중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김연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