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상원, 하원 만장일치 통과한 ‘홍콩인권법’ 조속 표결 추진

에바 푸
2019년 11월 15일 오후 11:26 업데이트: 2020년 01월 2일 오전 11:37

지난주 홍콩이 한층 더 긴장과 불안에 휩싸이면서 미국 상원의원들은 홍콩 민주화 시위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법안을 신속히 통과하기 위해 ‘핫라인(hotline)’ 절차를 밟고 있다.

‘홍콩 인권 및 민주주의 법안’(홍콩 인권법)에 따라 미국 정부는 홍콩에 부여한 관세·무역·비자 등의 특권을 지속할 수 있는지 평가하게 된다. 또한 인권과 자유를 억압한 중국 및 홍콩 인사들의 미국 비자 발급을 금지하고 자산도 동결할 수 있다.

1984년 중국과 영국의 ‘홍콩 반환 협정’이 체결됐고 이 조약에 따라 1997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이후에도, 미국은 현재 홍콩을 경제 및 무역 관계에서 독립체로 인정하고 있다.

홍콩 인권법은 1992년 제정된 ‘미국-홍콩 정책법’을 보완해, 지난 6월 공화·민주당 공동 발의로 상정됐다. 10월 중순 하원 본회의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된 후, 법안은 상원의 표결을 기다리고 있었다.

상원의 마르코 루비오와 짐 리쉬 의원이 주도한 핫라인 절차는 정식 호명 투표 절차를 생략한다. 양당 대표자의 합의가 이뤄진 후, 각 상원의원은 법안에 반대 의사를 제기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 이의 제기가 없으면 법안이 통과된다.

홍콩 시위를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워싱턴의 지지 단체 ‘홍콩 민주주의 위원회’는 14일(현지시간) 현재 이 법안에 대한 어떠한 이의도 없다고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루비오 의원 측의 한 관료는 에포크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이 법안이 다음 주에 통과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며 “현재까지 공화당 측의 아무런 반대 의견도 없었다”고 전했다.

루비오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그 어느 때보다도 지금, 미국이 ‘자유를 지향하는 전 세계가 홍콩의 민주 시위를 지지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베이징에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원은 또한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미치 맥코넬 의원 및 다른 의원들의 지지에 감사를 표명했다.

마르코 루비오 상원 의원이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 앞서 증인들에게 질문하고 있다. 2019. 1. 29. | Joshua Roberts/Reuters=Yonhapnews(연합뉴스)

매코넬 의원은 “전날 루비오 의원과 법안에 대해 실질적인 대화를 나눴다”며 “상원은 홍콩과 함께 서야 하고 빨리 조치를 취하기 바란다”고 트위터에 게재했다.

리쉬 의원은 기자 회견에서 “미국은 떨쳐 일어나, 중국 공산당이 홍콩에 행하고 있는 일이 잘못됐다고 말하고 있다. 세계도 이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며 핫라인 절차 추진에 앞장섰다.

루비오 의원은 홍콩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은 데 대해 우려와 애도를 표했다.

지난 4일 22세의 홍콩 과학기술대 학생이 주차장에서 떨어져 심각한 뇌 손상으로 병원에 입원 후 사망했다. 당시 경찰은 해당 건물에 최루탄을 발사했고, 이를 피하려다 사고가 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번 주 시위대를 체포하기 위해 대학 캠퍼스와 성당까지 진입했다. 12일 중문대 캠퍼스에서만 1500통이 넘는 최루탄이 발사됐다.

홍콩은 중국 본토에서는 누리지 못하는 고도로 성숙한 정치적 자유를 보장받으며 중국에 반환됐으나, 자유를 보장받는 것에 어긋나게 홍콩의 위기가 심화되자 미국과 영국 관리들은 약속을 지키라고 중국에 촉구했다.

리쉬 의원은 약속을 어긴 지 20여 년이 넘었다며 홍콩의 자치권을 침해한 중국 공산당에 책임을 물을 때라고 강조했다.

조시 하울리(공화) 상원의원이 워싱턴에서 외교정책에 대해 연설하고 있다. 2019. 11. 12. | Sherry Dong/The Epoch Times

법안 공동 발의자인 하울리 의원은 홍콩의 특수 사례에 마그니츠키 법을 적용하기 위해 최근 ‘비 워터(Be Water) 법안’을 도입했다. 홍콩의 민주화 시위를 막는 경찰의 폭력 수위가 심각해지면서, 홍콩인의 언론 및 집회의 자유를 억제하는 데 관여한 중국 및 홍콩 관계자를 제제하기 위해서다.

마그니츠키 법은 미국이 심각한 인권 침해나 부정부패를 범한 외국의 인권 가해자를 대상으로 미국 비자 제한·미국 내 자산 동결·미국 기업의 거래 금지 등의 제재를 가하는 법안이다. 미국은 지난 6월 초 ‘세계 마그니츠키 인권문책법’을 주중 대사관 공식 웨이보에 올리고, 홍콩과 마카오 총영사관의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게시했다.

하울리 의원은 “홍콩이 급속도로 경찰국가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안의 이름이 ‘비 워터’인 이유는 송환법 반대 시위에 참여한 한 시위자가 “홍콩 시민과 시위자들은 모두 물처럼 대응할 것”이라고 언급한 것과 연관이 있다.

또한, 중국 도교 사상에서 물(水)은 장애물에 가로막힐 때 자연스럽게 비껴가는 ‘힘과 유연성’을 상징한다. 배우 이소룡이 한 말 “친구여, 물이 되어라” 역시 홍콩 시위자들의 구호가 됐다.

미·중 경제 안보심의위원회는 14일 발표한 연례보고서에서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이후 언론의 자유가 급격하게 침해당했으며, 중국은 ‘공공연하고 은밀한 수단’으로 홍콩 문제에 개입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위원회는 중국 군사가 시위 진압에 개입할 경우 홍콩의 특별지위를 중단하겠다고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