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만 있는 건 아니다…그림 속 다양한 겨울 빛깔

로레인 페리에(Lorraine Ferrier)
2024년 01월 8일 오후 8:23 업데이트: 2024년 02월 5일 오전 11:27

겨울 풍경’ 하면 떠오르는 것은? 보통은 삭막하고 건조한 모습일 것이다그림 속 겨울은 주로 어두운 회색빛 색채로 단조롭게 표현되지만, 예술가들은 겨울 풍경 속에서 다양한 색채를 발견해 작품에 구현한다.

르네상스의 거장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자연과 계절을 잘 이해한 예술가 중 한 명이다. 그는 일반인이 알아채지 못하는 겨울 풍경 속 색상과 미묘한 변화를 기록했다.

그는 “흰색은 색은 아니지만, 모든 색의 수용체가 될 수 있다. 흰색 물체의 그림자는 자연광 아래에서 파란색을 띤다”라고 기록했다. 또한 그는 빛이 사물에 미치는 영향을 주의 깊게 관찰해 겨울에 잎을 잃어버린 나무는 회색으로 보인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19세기 미국의 화가 프레더릭 에드윈 처치(1826~1900)와 루이 레미 미뇨(1831~1870) 또한 자연의 얼굴을 순간적으로 포착해 차가운 겨울을 다양한 모습으로 화폭에 묘사했다.

암울한 한겨울

프레더릭 에드윈 처치의 1868년경 모습 | 공개 도메인

프레더릭은 허드슨강파의 창시자 토머스 콜(1801~1848)의 제자다. 토머스 콜은 수많은 풍경화를 남긴 화가로, 미국 최초의 국립미술학교 설립에 크게 기여했다. 그의 영향으로 프레더릭은 변화하는 자연의 모습을 포착해 그림으로 남겼다.

‘눈 속의 올라나에서 본 풍경’(1873), 프레드릭 에드윈 처치. 종이에 유채. 콜비대학 미술관 | 공개 도메인

프레더릭은 그의 고향인 올라나와 허드슨강 계곡에서 작품의 영감을 얻었다. 그의 작품 ‘눈 속의 올라나에서 본 풍경’은 추운 겨울 풍경 속 색채를 어떻게 빠르게 포착했는지 알려준다. 먼 산의 어두운색은 하얀 눈의 영향으로 흐린 푸른빛으로 보인다. 자연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화폭에 옮긴 이 작품은 그의 예리한 관찰력을 증명한다.

이 작품은 영국의 여류시인 크리스티나 로세티의 시 ‘황량한 한겨울에’에서 묘사된 한겨울 설경의 특징을 반영하고 있다.

‘황량한 한겨울에 서릿발 어린 바람이 끙끙 신음하고
땅은 쇠처럼 딱딱하게 서 있고 물은 돌처럼 꽁꽁 얼었네
눈은 내려 눈 위에 또 눈이 그 위에 또 눈이 쌓였네
오래전 황량한 한겨울에’

‘올라나의 겨울 황혼’(1871), 프레드릭 에드윈 처치. 종이에 유채 | 공개 도메인

겨울 노을의 온기

19세기 미국 허드슨강파 화가인 루이 레미 미뇨는 39세의 나이에 천연두로 목숨을 잃었다. 그는 생전에는 큰 인기를 얻지 못했지만, 20세기에 와서 재평가 받으며 작품들도 빛을 보게 됐다.

루이는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프랑스 출신인 부모의 영향으로 유럽에서 미술을 공부했다. 특히 겨울 풍경을 즐겨 그렸던 그는 프레더릭과 친분을 쌓으며 예술적 연구를 이어갔다.

미술사학자 캐서린 맨손은 루이에 대해 “그의 천재성은 남미 방문으로 더 발전했다. 그의 가장 독창적이며 훌륭한 작품들은 남미 방문 이후 탄생했고, 그의 화풍 또한 확립되고 발전했다”고 평가했다.

‘일몰, 겨울’(1862), 루이 레미 미뇨. 캔버스에 오일. 애틀랜타 하이 미술관 | 공개 도메인

‘일몰, 겨울’에서 루이는 얼어붙은 저녁에 지는 태양의 영원함을 묘사했다. 눈 덮인 대지와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불타는 태양은 강렬한 색채로 깊은 인상을 남긴다. 그는 황혼이 오기 전 태양의 환상적인 색채를 매우 효과적으로 전달했다. 겨울나무의 앙상함은 한때 푸르렀던 대지를 암시하고, 그림 가운데 자리 잡은 교회는 이 모든 게 신의 창조물임을 상기시킨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희망

‘오로라(북극광)’(1865), 프레드릭 에드윈 처치. 캔버스에 오일. 스미소니언 미국 미술관 | 공개 도메인

프레더릭은 미국의 겨울 풍광뿐 아니라 북극에서 목격한 환상적인 자연을 그려내기도 했다. 그의 작품 ‘오로라(북극광)’에는 자연이 만든 오묘한 빛이 만년설을 아름답게 물들인다. 그러나 빛의 색채는 차분한 분위기를 띤다. 그림 아래에는 얼음 바다에 갇혀 난파된 범선이 있고, 배를 구하기 위해 개썰매가 달려가고 있다. 높이 1.4m, 가로 2.1m의 이 작품에는 얼어붙은 빙하와 하늘에 퍼진 오로라가 정교하게 그려져 있다.

‘오로라(북극광)’(1865)의 세부, 프레드릭 에드윈 처치. 캔버스에 오일. 스미소니언 미국 미술관 | 공개 도메인

프레더릭은 그린란드와 북대서양을 여행하며 빙산을 관찰했고, 북극의 빛이 어떻게 보이는지를 연구했다. 이 작품은 의사이자 탐험가인 아이작 이스라엔 헤이즈의 그림을 참고해 그린 것으로, 그림 속 범선은 헤이즈가 지휘한 유나이티드호를 나타낸다. 남북전쟁 중에 완성된 이 작품은 아름다운 자연 현상을 묘사한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당시 사람들은 오로라를 신의 계시이자 연합군의 승리에 부여된 높은 도덕적 가치의 징조로 여겼다. 프레더릭의 손에서 탄생한 이 작품은 당대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했다.

삭막하고 추운 겨울의 풍경에서 단순히 흰색과 어두운색을 본 것이 아니라 다양한 색과 아름다움을 발견한 예술가들의 작품은 우리에게 세상을 보는 다른 시각을 제공해 준다.

로레인 페리에는 영국 런던 교외에 거주하며 에포크타임스에 미술과 장인 정신에 대해 글을 씁니다.

*류시화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기사화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