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민주화 상징 아그네스 차우 “홍콩 돌아가지 않을 것”

최창근
2023년 12월 5일 오후 7:14 업데이트: 2024년 01월 5일 오후 6:21

조슈아 웡(Joshua Wong·黃之鋒)과 더불어 2019년 홍콩 민주화 시위의 상징적 인물인 아그네스 차우(Agens Chow·周庭)가 해외 망명을 시사했다.

아그네스 차우는 캐나다에 체류 중인 사실을 알리면서 “아마 평생 홍콩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12월 4일, ‘명보(明報)’,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홍콩 매체들은 아그네스 차우가 전날인 12월 3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게시한 글을 인용 보도했다.

글에서 아그네스 차우는 “캐나다 토론토에서 석사 학위 과정을 밟은 지 3개월 됐다. 원래는 홍콩 국가보안법 사건과 관련해 경찰에 출석하기 위해 12월 말 홍콩으로 돌아갈 예정이었으나 홍콩 상황, 나의 안전과 정신적·육체적 건강 등을 신중히 고려한 끝에 돌아가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근황과 향후 계획을 알렸다.

아그네스 차우는 12월 4일, 일본 도쿄TV 인터뷰에서는 “캐나다에 망명 요청을 고려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홍콩 경찰은 성명을 내고 “법치에 도전했다.”고 밝혔다. 이어 “더 늦기 전에, 돌아오지 않겠다는 선택을 한 것을 되돌리길 촉구한다. 그렇지 않으면 평생 도망자라는 오명을 가지게 될 것이다.”라고도 했다.

아그네스 차우는 2019년 홍콩에서 벌어진 반정부 시위 도중 ‘불법 집회 참가’ 혐의로 기소되어 법정에서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아 7개월간 복역하다 2021년 6월 석방됐다. 투옥 직전인 2020년 8월, 일간지 ‘빈과일보(蘋果日報) 사주 지미 라이 등과 함께 홍콩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된 적도 있다.

다만 수사 당국은 정식 기소는 하지 않았고, 경찰은 여권을 압수하여 출국하지 못하게 했다. 대신 홍콩 경찰은 아그네스 차우에게 ‘복역을 마치고 석방된 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정기적으로 경찰에 출석할 것’을 명령했다.

아그네스 차우는 올해 캐나다 토론토 소재 모 대학으로부터 입학 허가를 받은 후에야 경찰이 중국 광둥성 선전을 방문하는 조건으로 여권 반환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지난 8월, 5명의 홍콩 경찰관과 함께 선전으로 가 중국의 개방에 관한 ’애국적 전시회‘와 기술기업 텐센트 본사를 방문했으며, 이는 자신에게 중국 공산당 지도부와 중국 기술 발전의 놀라운 성과를 보여주려는 목적의 여행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 본토 여행 도중 매우 두려웠다.”고 토로했다. 더하여 중국의 위대한 발전을 이해할 수 있게 여행을 마련해 준 경찰에 감사를 표하는 서한을 작성하도록 요구받았다고 밝혔다.

1996년생인 아그네스 차우는 카노시안성가정서원(嘉諾撒聖家書院) 재학 시기인 2008년부터 2014년까지 학생 운동 단체 학민사조(學民思潮)에서 활동했다. 학민사조 대변인 역할을 맡으며 2012년 중국공산당 당국에 맹목적 충성을 강요하는 ‘국민교육’ 과정을 필수 교과로 지정하는 것에 대한 반대 운동을 주도했다.

2014년 홍콩침례대학(香港浸會大學) 사회과학부에 입학했고 2014년 홍콩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하는 ‘우산혁명’을 주도했다. 2014년 79일 동안 이어진 도심 점거 시위에서 아그네스 차우는 주도적인 역할을 하며 언론의 주목을 받았고 ‘학민여신(學民女神)’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2016년 홍콩 민주 정당 데모시스토 창당에도 앞장섰다. 2016년 홍콩 입법회 선거에 출마하려고 했으나 당시 아그네스 차우는 영국 국적을 가지고 있어서 출마할 수 없었고, 대신 네이선 로(Nathan Law·羅冠聰)가 대신 출마하여 당선됐다.

네이선 로는 이후 2017년 폭동 선동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의원직을 상실했다. 데모시스토는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 직전 해산했고 네이선 로는 영국으로 망명했다.

일본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아그네스 차우는 일본에 홍콩의 민주화 운동을 알리는 역할을 하면서 ‘민주여신’이라는 애칭도 얻었다.

홍콩 경찰은 지난 7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배령이 내려진 네이선 로 등 8명의 해외 체류 민주 진영 인사에 대해 1인당 100만 홍콩달러(약 1억 7천만원)의 현상금을 내걸고 체포와 강제 송환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