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범도의 실체를 밝힌다’ 세미나 개최…국가정체성 회복 제언

이윤정
2023년 09월 26일 오전 6:39 업데이트: 2024년 01월 6일 오후 8:20

9월 25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9층에서 최근 갑론을박이 한창인 홍범도에 대한 역사적 사실을 밝히는 자리가 마련됐다.

‘홍범도의 실체를 밝힌다’ 주제로 열린 세미나는 자유 통일을 위한 국가 대개조 네트워크가 주최하고 자유민주연구원·트루스포럼·파로호포럼이 공동 주관했다.

류석춘 전 연세대 교수가 사회를 맡고 김용삼 펜앤드마이크 대기자가 주제 발표를 했다. 토론자로는 김은구 트루스포럼 대표,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 원장, 이주천 전 원광대 교수, 한민호 파로호포럼 대표가 참석했다.

김용삼 펜앤드마이크 대기자는 건국훈장 수여 문제를 거론했다. 그는 “건국훈장은 대한민국 건국에 공로가 뚜렷하거나, 국가의 기초를 공고히 하는 데 이바지한 공적이 뚜렷한 사람에게 수여하게 되어 있다”며 “건국훈장 수훈자 몇 사람의 이력을 추적해 보면 자유 민주국가의 가치를 파괴하고 프롤레타리아 독재 실현을 위해 투쟁한 자, 사실상 공산주의 활동에 주력한 아나키스트들이 다수 발견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중대한 혼란이 발생한 이유에 대해 김 대기자는 “이승만 정부를 제외한 역대 정부가 건국훈장 수훈 대상자 원칙을 자유·민주를 기준으로 한 ‘국가정통성’ 차원이 아니라 ‘민족정체성’에 근거해 반일·항일을 기준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라며 “구체적으로 대한민국의 건국에 어떤 도움을 주는 행위를 했는지는 묻거나 따지지 않고 ‘반일·항일’ 투쟁 여부만을 가치 기준으로 앞세워 공산주의자건 사회주의자건 가리지 않고 건국훈장 수훈 대상자가 됐다”고 꼬집었다.

김용삼 펜앤드마이크 대기자 | 에포크타임스

“일제 시절 공산주의는 독립운동의 한 방편이었고, 좌우를 막론하고 독립운동 세력은 소련에 기대하는 바가 컸다”는 51개 역사단체의 주장에 대해 그는 “조선공산당의 창당 목적과 활동 목표는 조국의 독립이 아니라, 폭력 혁명에 의한 공산주의 사회 건설이며, 일본제국의 통치를 변혁시켜 사유재산제도를 부인하는 것이었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한국의 공산주의자들은 이런 목표에 따라 충실하게 행동했다”면서 “공산주의자들의 반일 활동은 대부분 노동쟁의, 소작 투쟁, 독서회 사건 등에 집중됐다. 그들은 항일 독립투쟁이라는 구호 아래 계급해방운동에 전력투구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 대기자는 “홍범도에 대한 비판은 사상 검증 차원이나 그의 공산당 활동을 문제 삼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 사실’의 추구”라며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비판을 색깔 논쟁으로 방향 전환하려는 행위는 문제의 핵심 본질을 회피하려는 고도의 기만행위”라고 날을 세웠다.

그에 의하면 홍범도는 봉오동·청산리 전투까지는 일본에 항전한 것이 사실이지만, 그 이후 행적은 한국 독립군 몰살의 책임자이자, 공산주의 군대인 고려혁명군 제1대대장이었고, 이후 소련에서 공산당에 입당해 그곳에서 정착해 살다가 죽었다.

김 대기자는 “이런 역사적 사실에 근거할 때 대한민국 육군 장교 양성의 요람인 육군사관학교 교정에 홍범도의 흉상을 설치한 행위, 홍범도에게 대한민국 건국훈장 중 최고등급인 대한민국장을 수여한 행위에 대해 비판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정율성·홍범도 논란에서 의미 깊게 짚어봐야 할 점은 한국 사회가 국수적 민족주의에 함몰돼 ‘무엇을 위한 독립운동이었는가’를 묻거나 따지지 않았다는 사실”이라며 “이제부터라도 독립운동의 정의를 바로잡아야 대한민국 가치를 파괴한 사람들에게 독립운동의 영웅 칭호를 부여하고 범국가적 추모 분위기를 조성하는 일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국수적 민족정체성에 바탕을 둔 ‘민족 우선’ 혹은 ‘우리민족끼리’라는 정서를 앞세워 엉터리 독립운동가를 영웅화하고, 야당 국회의원이 대한민국을 공격하는 전위부대인 조총련 행사에 참석해 그들과 대오를 이루는 모습은 분명 정상 국가가 아니다”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가 정통성과 관련한 혼란을 불식시키고 자유민주 질서의 수호라는 이념과 체제의 정비가 무엇보다 시급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홍범도의 실체를 밝힌다’ 주제로 열린 세미나 | 에포크타임스

세미나에선 홍범도의 동상 자체의 문제점도 제기됐다. 김은구 트루스포럼 대표는 토론에서 “크게 부각되지는 않았지만, 동상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며 “레닌에게 하사받은 소련의 군복과 모자, 권총을 두른 홍범도의 동상이 굳이 육사와 국방부에 있어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동상 제작의 기초가 된 것으로 추정되는 홍범도의 사진은 자유시 참변 이후 그가 1922년 1월 모스크바에서 열린 극동민족대회에 참석한 뒤, 레닌에게서 선물 받은 군복과 권총을 두르고 기념 촬영을 한 모습이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 원장은 “홍범도가 일제에 대항해 항일운동을 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1921년 자유시 참변 이후 1943년 사망까지 그의 공산주의 행적은 대한민국의 건국이념인 자유민주주의 노선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활동이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자유시 참변, 1922년 코민테른(국제공산당) 대회 참석, 레닌 훈장, 볼셰비키 당원 등은 그가 명백한 공산주의 혁명가로서 소련 공산당에 충성을 다한 생애였다는 것이다. 유 원장은 “이런 자를 항일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자유 대한민국의 정예 장교를 양성하는 육사 교정에 흉상을 설치했다는 것은 국가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주천 전 원광대 교수는 토론에서 항일운동과 건국운동과의 연계성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기존의 좌편향 학문 풍토에서 유행하는 두 가지 경향성은 시정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 교수는 우선 항일운동가의 공산주의 활동을 현재의 관점에서 재단하지 말 것을 주문하는 것과 관련 “이는 그 당시 치열했던 노선 및 이념 투쟁의 진상을 마냥 묻고 가자는 것의 다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또 “그들의 성분과 이념적 성향을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항일운동 자체를 높이 평가하라면서 항일운동을 ‘절대선‘으로 설정하는 것은 한국처럼 공산주의와 대치한 분단국가에서는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마지막 토론자로 나선 한민호 파로호포럼 대표는 “우리나라에서 반지성주의가 가장 횡행하는 분야는 국사학, 특히 우리 근현대사 서술이다”라고 직격했다. 한 대표는 “이에 맞서 싸우기 위해서는 역사 전쟁이야말로 대한민국 정상화를 위한 지난한 싸움의 처음이자 끝이라는 인식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문화체육관광부 국장을 지낸 한 대표는 “공산 전체주의 세력 등의 정체와 전략·전술에 정통하고 정부 조직·공무원에 대한 이해와 경험을 갖추고, 시민사회와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는 인재군을 발굴, 적소에 배치해야 한다”며 대통령실에 교육문화수석을 부활시킬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