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중국 거액 투자자에게 영주권 주는 ‘황금비자’ 폐지

알프레드 부이(Alfred Bui)
2024년 01월 25일 오후 9:19 업데이트: 2024년 01월 25일 오후 9:28

호주 정부가 ‘중국 큰손’들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시행해 온 황금비자 제도를 폐지한다고 밝혔다.

황금비자란 일정액 이상을 투자하는 외국인에게 자국 영주권을 우선적으로 부여하는 제도로, 이른바 ‘투자이민 프로그램’으로 불린다.

클레어 오닐 호주 연방 내무장관은 지난 22일 NCA 뉴스와이어와의 인터뷰에서 “호주에 500만 호주달러(약 44억 원) 이상을 투자한 외국인에게 호주 영주권을 주는 황금비자 제도를 폐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사실 이 비자 프로그램은 호주 노동당 정부가 신속히 개선해야 할 망가진(broken) 이민 시스템의 일부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황금비자 제도가 호주 경제를 살리는 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점은 지난 수년간 명백히 밝혀졌다”며 “이번 결정은 호주에 실질적인 이점을 제공하는 시스템을 마련하기 위한 대대적인 개혁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오닐 장관은 2022년 9월 황금비자 제도가 외국인의 호주 입국을 과도하게 허용함으로써 이민 시스템에 문제를 일으키고 있음을 처음 언급했다.

당시 그녀는 “이 제도를 통해 호주에 정착한 외국인들은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기는커녕 국가 예산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황금비자 폐지 결정은 호주 연방정부가 ’10개년 이민 개혁안’을 발표한 지 두 달 만에 나온 것이다.

이 개혁안에는 호주 내 기술 수요를 충족하고 장기적인 경제 성장을 촉진할 목적으로 외국인의 기술이민을 장려하는 방안 등이 포함됐다. 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기술인력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겠다는 뜻이다.

황금비자의 문제점

2012년 호주 길라드 정부가 도입한 황금비자 제도는 ‘888비자’라고도 불렸는데, ‘8’은 중국에서 행운의 숫자로 여겨진다. 노골적으로 중국 부유층을 겨냥한 제도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제도로 인해 호주의 부동산, 기업 등에 500만 호주달러 이상 투자한 외국인은 영어 구사 능력에 상관없이 호주에 거주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받았다. 연령 제한도 없었다.

2020년 6월 30일 기준 호주 내무부의 집계에 따르면, 제도 시행 이후 황금비자가 총 2349건 발급됐으며 그중 85%가 중국인 투자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호주 정부 산하 독립기구인 생산성위원회는 2016년 “이런 투자이민 프로그램은 악용될 가능성이 높으며, 비자 승인이 특정 국가에 편중돼 있다는 것도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외국의 부패한 공무원이나 범죄조직이 불법 자금, 범죄 수익 등을 숨기려는 목적으로 이 제도를 악용해 왔다”고 덧붙였다.

황금비자 제도와 같은 투자이민 프로그램을 운영했던 영국은 이런 문제점을 고려해 일찌감치 이를 폐지한 바 있다.

한편 그리스는 이런 제도를 통해 역외자금 30억 유로(약 4조 3600억 원)가 유입돼 부동산 시장이 왜곡되는 문제를 겪었다. 이 자금은 대부분 중국에서 유입된 것으로 밝혀졌다.

*김연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