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中 강제 장기적출에 연루 우려”…KAEOT, 유엔 자유권위원회에 보고서 제출

이윤정
2023년 09월 18일 오후 3:30 업데이트: 2023년 09월 19일 오전 10:15

한국, 中 이식 관광 주요 ‘소비국’으로 지목
부산, 중국과 ‘장기 공유 네트워크’ 추진

사단법인 한국장기이식윤리협회(KAEOT)는 지난 12일, 한국이 중국의 강제 장기적출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돼 있는 데 관한 보고서를 ‘강제 장기적출에 반대하는 의사들(DAFOH)’과 공동으로 유엔 자유권위원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유엔 자유권위원회는 오는 10월 19일과 2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대한민국에 대한 제5차 심의를 진행한다.

보고서는 대한민국이 중국의 강제 장기적출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됨으로써 자유권규약에 따른 생명권 보호 의무를 위반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강제 장기 적출(Forced Organ Harvesting)은 장기를 팔아 이윤을 남길 목적으로 장기 기증 의사가 없는 사람의 장기를 살아있는 상태에서 적출하는 반인도적 범죄 행위다. ‘수확(Harvesting)’이라는 단어는 이런 행위가 농작물 수확처럼 대규모 산업으로 횡행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00년경부터 공안·검찰·법원·수용소·병원 등 광범위한 국가기관을 조직적으로 동원해 강제수용소 등에 수감된 양심수들을 대상으로 대량의 강제 장기 적출을 자행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사실은 2019년 6월 17일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독립민간법정인 ‘중국 재판소(China Tribunal)’의 판결로 국제사회에서 공론화됐다.

KAEOT 측은 “대한민국은 중국 이식 관광의 주요 ‘소비국’으로 지목돼 왔다”며 “중국 내 심각한 생명 박탈인 강제 장기적출 상황을 알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랜 기간 자국민의 해외 이식 실태에 대해 모니터조차 하지 않은 채 의무를 해태해 왔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특히 한국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부산광역시가 중국과 ‘장기 공유 네트워크’를 추진하는 상황에 대하여 우려를 표했다. 지난해 11월 부산광역시는 한국장기기증협회와 ‘제1회 한·중·일 아시아 장기기증 국제 심포지엄’을 공동주최하고 한·중·일 장기 공유 네트워크를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는 국제사회와 해외 의료계가 ‘중국 정부가 양심수를 대상으로 대규모 강제 장기적출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앞서 2022년 6월 국제심장폐이식학회(ISHLT)는 이례적으로 정책 성명을 발표해 ‘중국에서 시행된 이식 및 중국에서 공여된 장기에 관한 논문을 게재하지 않는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유엔 특별보고관 및 인권전문가들 역시 2021년 6월 공개성명서를 내고 중국 내 구금 중인 파룬궁 수련자, 위구르족, 티베트인, 무슬림, 기독교인 등 소수자를 대상으로 한 강제 장기적출 상황에 대하여 극도의 경각심을 표시한 바 있다.

KAEOT와 DAFOH는 지금과 같은 정부의 의무 해태와 위반 상황은 결국 중국 내 강제 장기적출을 방조하고 한국인을 극악무도한 범죄에 가담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유엔 자유권위원회가 대한민국 정부에 대해 다음과 같이 권고할 것을 제안했다. 6가지 권고 사항은 ▲중국과의 장기 공유 네트워크 추진 중단 ▲해외 장기매매가 불법임을 인식하도록 정부 차원의 조치 시행 ▲중국 내 이식관광 산업 및 강제 장기적출 조사 ▲한국 국민이 중국의 강제 장기적출 범죄의 공범이 되지 않도록 실효적인 조처 ▲강제 장기적출 범죄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중국 관리 및 의사의 입국 제한 ▲자유권규약의 원칙 준수, 다른 국가들과 연대해 중국에 ‘강제 장기적출 즉각 중단’ 촉구 등이다.

한편 자유권위원회는 자유권규약을 체결한 당사국의 규약 준수 상황을 정기적으로 검토한 뒤 개선 사안을 권고하고 있다. 한국은 1990년 자유권규약을 비준한 이래 정기적으로 국가보고서를 제출하고 심의를 받아왔다. 이번 5차 심의는 지난 2015년 이후 8년 만에 이뤄지는 것이다.

KAEOT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우리 정부가 인권 분야에서도 국제적 위상을 중시하고 있는 만큼, 이번 기회를 통해 국제 인권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중국 강제 장기적출에 대한 태도와 대응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의사단체인 다포(DAFOH)는 강제장기이식을 반대하는 의사들이 설립한 단체다. 2008년 설립 이후 전 세계적으로 이 사안을 조사하고 학술 발표와 기고문 게재, 도서 출판 등을 통해 알리고 있다. 한국의 KAEOT 역시 강제 장기 적출 실상을 알려 국민들이 불법적인 장기매매에 연루되는 것을 막기 위해 설립된 의료윤리 단체다. 2013년 설립 이래 다양한 교육·조사 활동을 비롯해 다큐멘터리 100여 회 상영 및 국회 세미나, 장기이식 관련 입법 활동, 서명운동 등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