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외교장관 회담…“국제정세 불안할수록 동맹 더욱 강력해져야”

이윤정
2023년 11월 9일 오후 6:42 업데이트: 2023년 11월 9일 오후 6:42

박진 외교부 장관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오늘(9일) 서울에서 양자 회담을 열고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이스라엘-하마스 간 무력충돌 등 글로벌 현안에 대해 폭넓게 논의했다. 특히 북·러 군사협력에 대한 대응과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는 방안을 집중 논의하고 양국이 긴밀히 공조해 나가기로 했다.

박 장관은 이날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회담을 가진 뒤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국제 정세가 불안할수록 동맹이 더 강력해져야 한다”며 “한미는 한반도를 넘어 글로벌 현안에 관해서 더욱 긴밀히 공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양측은 확고한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확장억제 실행력을 지속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아울러 “군사안보뿐만 아니라 경제안보, 인공지능, 양자 그리고 우주 등 첨단기술, 문화, 인적교류로 협력의 폭을 넓혀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 장관은 북핵 문제와 관련해 “양국이 북한의 어떠한 위협에도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데 뜻을 함께했다”며 미국 전략 핵잠수함 기항, 전략 폭격기의 최초 국내 착륙 등 미 전략자산의 배치가 늘어난 점을 언급하며 “한미 동맹의 강력한 메시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아울러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 북한이 핵 위협과 위성발사 등 일체 도발을 중단하고 비핵화의 길로 복귀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양국은 확장억제 실행력을 강화하기 위해 앞으로도 계속 긴밀히 공조해 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북·러 군사협력 관련해서도 양국은 인식을 같이했다. 박 장관은 “명백한 안보리 결의 위반이자 전 세계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며 “한·미·일은 북러 무기 거래를 규탄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해 단호한 대응 의지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블링컨 장관은 “한반도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비핵화 노력에 큰 저해가 되고 있다”며 “계속 관찰하고 있고 한미가 내년부터 안보리 이사국으로 함께 일하며 많은 기회를 포착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양 장관은 중국을 향해서도 목소리를 냈다. 박 장관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서 유럽 안보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 동북아에서 북러 간 군사협력, 무기 거래로 긴장이 고조된다면 중국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중국이 그러한 주변국의 우려와 국제사회 우려를 감안해서 위험한 거래가 이뤄지지 않도록 역할을 촉구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도 중국의 역할에 대해 “중국이 안정을 중시한다면 북한은 불안정을 야기하고 있다. 그런데 중국은 북한과 독특한 관계이며 영향력이 있다”며 “북한이 이러한 위험한 행동에서 발을 떼도록 건설적 역할을 해달라”고 말했다.

박 장관은 중동 정세와 관련해 “이스라엘에 가해진 (하마스의) 무차별적 공격을 규탄한다”고 했다. 이어 “무력 충돌로 민간인 사상자가 급증하고 있는데 깊은 우려를 보낸다”면서 “국제 인도법을 준수하며 미국 시민을 포함한 모든 인질이 돌아갈 수 있도록 민간인 보호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

블링컨 장관은 “70년 동안 한미 관계가 안보 동맹에서 필수적 글로벌 파트너십으로 발전해 왔다”며 “한미관계가 역동적이고 중요한 시기에 다시 돌아와 기쁘게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워싱턴 선언’을 언급하며 “7월 출범한 핵협의그룹(NCG)을 통해 계속해서 충실히 이행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두고 “푸틴은 전략적으로 실패했다”고 단정하며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에 정규적으로 참여하는 국가가 됐다”고 했다. 이어 “윤 대통령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유럽과 인태 지역은 안보의 측면에서 분리할 수 없게 됐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