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중국제 무기 대량 비축…이스라엘-中 관계 영향 줄까

한동훈
2024년 01월 9일 오후 2:09 업데이트: 2024년 01월 9일 오후 3:27

하마스 기습 공격 이용 가능성…거래 여부 주목
中 SNS에선 반유대주의 확산, 당국 사실상 묵인

팔레스타인 무장조직 하마스가 가자지구 내에서 중국제 무기를 대량 비축해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스라엘과 중국 간 관계에 영향이 미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스라엘 매체 ‘채널12’는 이스라엘 정보당국을 인용해, 이스라엘주방위군(IDF)이 압수한 중국제 무기에는 QBZ 돌격 소총과 QLZ87 자동 유탄 발사기, M16 소총용 탄창과 하마스 대원들이 가자지구 내 땅굴에서 사용하는 통신 장치들이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이 압수한 장비 중에는 정보 수집과 통신 장비가 포함돼 있어 작년 10월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대한 대규모 기습 공격을 감행할 때 일정한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스라엘 정보원은 채널12에 “이것들은 하마스가 이전에 가지고 있지 않았던 최첨단 무기와 통신 기술이며, 또한 매우 정교한 폭발물 역시 이전에 볼 수 없었던 것으로 특히 물량도 매우 많다”고 말했다.

중국제 무기의 대량 발견은 중국과 오랜 경제 협력 관계를 맺어온 이스라엘 입장에서는 상당한 이슈다.

핵심은 이 무기를 중국이 직접 보냈느냐, 아니면 이란과 같은 제3자를 거쳐 전달됐느냐다. 제3자를 경유했더라도 중국이 이를 알고도 보냈다면 중국제 무기 발견은 양국 관계에 심각한 사안으로 떠오를 수 있다.

군사 전문가들은 중국이 국가가 아닌 단체·조직과는 직접 무기 거래를 하진 않지만, 중동 국가들에는 무기를 판매해 왔다면서 그 무기가 하마스 손에 들어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다.

정부가 아닌 중국의 개인과 기업은 과거 이란에 탄도미사일 재료를 제공했다가 미국 국무부의 제재를 받은 바 있다.

공산주의 중국은 과거 팔레스타인 무장 조직에 무기와 군사훈련을 제공했지만, 1992년 이스라엘과 수교한 이후 팔레스타인에 대한 지원을 크게 줄였다.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정권은 중국 공산당 정부와 경제적으로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해왔으며 중국은 이스라엘의 세 번째로 큰 무역 상대국이다. 중국 기업들이 이스라엘의 항만과 철도망 등 인프라 건설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무기 발견으로 양측의 관계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게 관측통들의 전망이다.

이스라엘 정부 통계에 따르면, 하마스의 공격으로 국내에서 약 1100명이 사망하고 240명이 인질로 잡혔다. 현재 약 129명이 하마스에 의해 가자지구에 억류되어 있다.

양측 간 전투 이후 중국 공산당은 하마스가 먼저 민간인을 공격하며 전쟁을 시작한 것에 대한 비난을 피하는 한편, 이스라엘을 겨냥해서는 부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왕이(王毅) 외교부장은 이스라엘의 행동이 “자위의 범위를 넘어섰다”고 비판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발발한 후 중국의 이스라엘에 대한 태도에 ‘큰 변화’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에 대한 호감과 찬사가 ‘반유대주의’적인 입장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는 반(反)이스라엘 담론이 적지 않다. 일부 인플루언서들은 지난해 10월 테러 공격 이후 하마스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중국 평론가 리닝은 “중국 소셜미디어는 공산당의 철저한 검열을 받고 있다. 하마스에 대한 지지 발언이 소셜미디어에서 유포될 수 있는 것은 당국이 묵인하거나 허용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