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미국인 인질 2명 석방…바이든 “인질구출 노력 지속”

한동훈
2023년 10월 21일 오전 10:00 업데이트: 2023년 10월 21일 오전 10:44

미국인 모녀 2명 석방…납치 후 첫 석방 사례
하마스 “카타르 중재에 부응한 인도적 조치”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20일(현지시간) 억류 중인 미국인 인질 2명을 석방했다. 지난 7일 이스라엘 기습 공격과 함께 납치한 약 200명 인질 중 첫 석방이다.

이날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하마스는 암호화 메신저인 텔레그램에 올린 성명에서 “미국인 모녀 2명을 인도적 이유로 석방한다”며 카타르의 중재 노력에 부응한 조치라는 점을 밝혔다.

하마스 산하 군사조직인 에제딘 알카삼 여단의 아부 우바이다 대변인은 이번 석방이 인도주의적 동기에 따른 것이자 “바이든과 그의 파시스트 행정부가 한 주장이 거짓이고 근거가 없다는 것”을 미국인들과 국제사회에 증명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 이날 성명을 내고 “지난 10월 7일 하마스의 끔찍한 테러 공격 당시 붙잡힌 미국인 2명의 석방을 확인한다”며 카타르와 이스라엘 정부에 감사의 뜻을 밝혔다.

하마스는 인질 약 250명을 납치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스라엘은 인질 규모를 약 200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중에는 미국인도 포함됐다.

인질 문제와 관련해서는 이란과 비교적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카타르가 하마스-이스라엘·미국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하고 있다. 하마스의 이번 미국인 인질 2명 석방은 카타르의 중재자 역할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18일 이스라엘을 방문하고 기자회견을 통해 “역내 파트너들과 협력해 하마스에 억류된 인질들을 데려오기 위한 모든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며 “미국 대통령으로서 모든 인질의 석방과 안전한 귀환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풀려난 미국인 모녀는 10명의 가족, 친척과 함께 가자지구에서 멀지 않은 이스라엘 지역에 머물다가 지난 7일 하마스 대원들에게 납치됐으며, 가자지구 내 국제적십자위원회를 통해 이집트를 거쳐 이스라엘로 이동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에서는 가자지구 내 지상군 투입이 임박한 가운데, 하마스가 지상군 투입을 저지하기 위해 인질을 풀어줬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전날 영국 BBC는 “하마스가 즉시 휴전을 조건으로 일부 인질을 석방하겠다고 제안했으나 이스라엘이 동의하지 않았다”며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을 아직 양측이 확인해 주진 않았다고 보도했다.

앞서 16일 하마스의 고위 인물은 카타르의 한 텔레비전 방송에 출연해 이스라엘에 구금된 6천 명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전원 석방한다면, 이스라엘 인질을 풀어주겠다고 제안했다.

하마스는 그동안 이들의 석방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으나, 이스라엘 내에서는 인질의 안전을 고려하면서도 하마스에 강경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