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中이 설치한 남중국해 ‘바다 장벽’ 철거…“명백한 국제법 위반”

알드그라 프레들리(Aldgra Fredly)
2023년 09월 27일 오후 2:35 업데이트: 2023년 09월 27일 오후 2:35

필리핀 정부가 최근 중국이 남중국해 분쟁 지역에 설치한 ‘바다 장벽’을 철거했다.

남중국해 주변의 약 90%를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는 중국은 얼마 전 밧줄 300m를 부표로 연결한 부유식 장벽을 남중국해 스카버러 암초 인근 해상에 설치한 바 있다. 필리핀은 “중국의 이 같은 행위는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며 강력히 반발했고, 이 장벽을 즉각 철거하는 등 중국에 정면 대응하고 있다.

필리핀해안경비대(PCG)는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의 지시로 ‘특별 작전’을 실시해 중국이 설치한 부유식 장벽을 제거했다”고 밝혔다.

PCG는 지난 22일 해양순찰 중 부유식 장벽을 처음 발견했다.

이날 PCG 대변인 제이 타리엘라 해군 준장은 “이 장벽은 필리핀 어선의 항해 및 어업에 장애가 될 뿐만 아니라 어민들의 생계까지 위협하고 있다”며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며 필리핀의 주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규탄했다.

에두아르도 아노 필리핀 국가안보보좌관은 “필리핀은 이 장벽을 철거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전했다.

필리핀이 중국의 장벽 설치를 비판한 바로 다음 날, PCG가 특별 철거 작전을 벌였다.

PCG는 작전에 투입된 대원들이 부표를 치우고 밧줄을 자르는 등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필리핀해안경비대가 철거한 부유식 장벽의 잔해 | 연합뉴스

타리엘라 준장은 “(필리핀 어부들은) 중국 해경선 3척이 스카버러 암초 인근으로 접근해 부유식 장벽을 설치하는 모습을 목격했다”며 “당시 50척이 넘는 필리핀 어선이 그 주변에서 조업 중이었다”고 밝혔다. PCG는 중국이 부유식 장벽을 설치하는 현장이 담긴 사진과 영상도 공개했다.

이와 관련해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부유식 장벽 설치는 필리핀 어선을 쫓아내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며 “필리핀이 중국 영해를 불법 침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황옌다오(스카버러 암초의 중국명)는 중국의 영토이며, 중국은 황옌다오와 그 인근 해역에 대한 주권과 관할권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이 같은 주장은 1982년에 채택된 유엔해양법협약(UNCLOS)을 위반하는 것이다. UNCLOS에 따르면 각국은 자국 해안가로부터 370km 이내의 구역에서 천연자원에 대한 관할권을 지니는데 스카버러 암초는 필리핀에서 약 220km, 중국에서 약 900km 떨어져 있다.

이를 근거로 필리핀은 스카버러 암초가 자국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내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2016년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도 “중국의 영유권 주장에는 법적인 근거가 없다”며 필리핀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중국은 이 판결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필리핀은 결코 영토를 빼앗기지 않을 것”이라며 “필리핀의 주권을 수호할 것을 약속한다”고 천명했다.

*김연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