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 중국 6개 국유은행 신용등급 전망 ‘부정적’ 하향

강우찬
2024년 04월 18일 오전 10:25 업데이트: 2024년 04월 18일 오후 1:38

“중국 정부, 국유은행 지원할 자금 능력 약화” 평가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중국 국유은행 6곳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16일 낮췄다.

피치는 은행 부문이 위기에 처했을 때 중국 정부가 지원을 제공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해 우려하며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이번 조치는 지난주 피치가 중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한 데 이은 것이다.

등급 전망이 하향 조정된 은행은 공상은행, 건설은행, 농업은행, 중국은행, 교통은행, 우정저축은행으로 6대 국유 상업은행으로도 불린다.

이들 6개 은행은 중국 공산당의 부동산 정책에 따라 지난해 말부터 부동산기업 대출을 본격 확대하는 등 당국의 경제 정책을 실행하는 주요 수단으로서도 기능한다.

중국의 은행권 규모는 2008년부터 급속히 성장해 지난해 총자산이 같은 해 국내총생산(GDP)의 3배 이상인 417조 위안(약 7경 9360조원)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6개 국유 상업은행의 비중은 전체 금융기관 총자산 약 40%로 차지한다.

중국 공산당은 지난 2022년 19개 자국 은행을 ‘국가 시스템상 중요 은행’으로 지정했다. 6대 국유 상업은행, 9개 상장 상업은행, 4개 도시 상업은행이며 다시 중요도에 따라 4개 등급으로 나뉜다.

최고 등급인 4등급은 6개 국유은행 중에서도 ‘중국 4대 은행’으로 불리는 공상은행, 농업은행, 중국은행, 건설은행만 해당된다. 중국 금융 자본의 상징이다.

그러나 피치는 중국 정부의 국유은행 지원 방침 자체는 변함이 없지만 이전과 동일한 수준으로 지원할 능력이 약해졌다고 지적했다.

중국 경제는 경제 성장의 한계, 지방정부의 막대한 빚, 부동산 위기가 맞물려 자구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앞서 지난 10일 피치는 중국 경제가 더 이상 과거의 성장 모델에 의존할 수 없고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중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통상 6개월 이내에 신용등급이 떨어질 수 있다는 신호다.

중국 공산당 국무부 산하 재정부는 유감을 표명했지만, 세계 3대 신용평가사 가운데 2곳이 중국 경제에 관해 같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지방정부와 국유기업 구제, 부동산 위기 대응을 위한 중국 정부의 재정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비슷한 조치를 취했다.

현재 3대 신용평가사 중 나머지 한 곳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은 등급 전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다만, 지난 3월 S&P 글로벌의 애널리스트 킴엥탄은 중국 경기 회복세가 약하거나 대규모 경기부양책이 동원될 경우 오히려 중국의 부채가 더 급격히 증가해 신용등급이 강등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