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 중국 신용등급 전망 ‘부정적’으로 하향…“부채 증가”

강우찬
2024년 04월 11일 오후 12:22 업데이트: 2024년 04월 11일 오후 12:22

국가 신용등급은 A+ 유지…강등 가능성 시사

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나라 빚 증가”를 이유로 중국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췄다.

앞서 무디스도 지난해 12월 같은 이유를 들어 중국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춘 바 있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2곳에서 중국의 부채 증가를 지적하고 나선 상황이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피치는 이날 중국의 신용등급을 ‘A+’로 유지하면서 등급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신용등급 전망 ‘부정적’은 일반적으로 6개월 내에 신용등급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전망 하향의 이유로는 중국의 공공재정 부담을 들었다. 중국 경제가 성장 둔화와 부채 증가를 겪고 있는 가운데 경제 성장을 회복하려면 향후 몇 년간 재정 적자가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경제는 부동산 시장에 의존해 성장해 왔으나 주택 판매가 한계가 도달한 후에도 시장에 과도한 주택이 공급되면서 전국적으로 대규모 미분양 사태가 속출했다.

이로 인해 부동산 시장이 침체에 빠지면서 토지개발 수입이 급감하자, 빚을 내서 인프라 사업을 벌이며 경제 성장률 목표치를 채우던 지방정부 재정이 급속도로 악화됐다. 중앙정부가 부동산 시장과 지방정부 양쪽에 재정을 지원해야 할 처지다.

피치는 올해 중국 정부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7.1%로 지난해 5.8%보다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제로 코로나’ 방역으로 경제 타격이 심했던 2020년 재정적자(GDP 8.6%) 이후 최고치다.

피치는 또한 올해 중국 GDP 성장률을 4.5%로 전망했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치 4.6%와 비슷한 수준이며 중국 공산당이 달성 자신감을 내비친 ‘5% 안팎’보다는 낮은 수치다.

한편, 중국 국무원 산하 재정부는 중국 경제의 성장 추세를 주장하며 피치의 신용등급 전망 하향 조정에 유감을 나타냈다.

엄청난 규모를 은폐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 지방정부 부채에 관해서도 “숨겨진 부채의 규모도 점진적으로 줄어들고 있다”며 통제 가능한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IMF는 지난해 5월 숨겨진 부채를 포함한 중국 지방정부의 부채를 66조 위안(약 1경2390조)으로 예상했으며,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이를 23조 달러(약 3경1360조원) 규모로 추산했다. 중국 재정부는 지난해 말 기준 지방정부 부채를 40조 위안(7510조원)으로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