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리포트] 중국공산당, 미확인 폐렴 확산에 은폐 조치 전개

에바 푸(Eva Fu)
2023년 12월 5일 오후 10:06 업데이트: 2023년 12월 5일 오후 11:34

3년 전, 코로나19 팬데믹 아래 중국인들을 사로잡았던 무력감이 다시 중국인들을 뒤덮고 있다. 정체불명의 폐렴이 급속도로 확산하면서다.

요즈음 중국 내 소아과 병원들의 풍경은 이렇다. 유모차를 타거나 부모가 안고 있는 아픈 아이들이 병원 대기실과 복도를 가득 채우고, 심지어는 병원 밖에도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아이들은 자신이 받은 대기번호가 불리기를 바라며 몇 시간씩 기다린다. 하루 24시간 중 12시간을, 자정을 넘기면서까지 기다리는 일도 드물지 않다.

호흡기 질환을 앓는 어린이가 급증하면서 중국 전역의 학교들도 폐쇄되고 있다. 보건당국은 교사와 학생에게 집에 머무르라는 공지를 보낸다.

베이징에서 학교를 다니는 딸을 둔 첸이라는 이름의 남성은 에포크타임스에 “딸은 내게 반 아이들이 모두 기침을 하느라 선생님이 무슨 말을 하는지조차 들리지 않는다고 했다”는 얘기를 전했다.

중국 공산당 정권은 3년 전과 마찬가지로 행동하고 있다. “특이하거나 새로운 병원체는 없다. 임상 증상도 없다”며 최근 유행하는 질병의 위험성을 무시하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10월부터 질병 감시를 강화해 발병 사례 보고 건수가 증가했을 뿐이다. 중국의 역량으로 충분히 대처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주장한다.

지난해 12월 20일(현지 시간) 중국 광둥성 한 병원에서 환자들이 진료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VCG/VCG via Getty Images/연합뉴스

하지만 이러한 중국의 주장은 설득력을 얻지 못하는 모양새다.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세계보건기구(WHO)의 코로나19 대응을 주도해 온 마리아 반케르크호베 WHO 전염병·팬데믹 대비 및 예방 부서 국장대행은 언론 브리핑에서 “중국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육군연구소 바이러스 연구실장을 지낸 션 린 박사도 “중국 정부를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라고 에포크타임스에 반문했다.

3년 전인 지난 2019년 말,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발생하며 당시 현지에 있던 의료진들이 내부 고발에 나섰다. 그러나 중국 정권이 해당 사실을 인정하기까지는 꼬박 3주가 소요됐다. 이후에도 중국 당국은 내부 고발에 나선 의료진을 문책하고, 기자들의 입에 재갈을 물렸으며, 경종을 울리기 위해 행동하는 시민들을 체포하는 한편 인터넷 검열을 단행했다.

그리고 오늘날의 중국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게 미국 정계의 시각이다.

미국 공화당 소속의 모건 그리피스 의원은 에포크타임스의 자매 매체 NTD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중국을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리피스 의원을 비롯한 몇몇 의원들은 최근 중국에서 확산하는 호흡기 질환과 관련, 바이든 행정부를 향해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의사이기도 한 그레그 머피 미 공화당 의원도 마찬가지로 “나는 중국이 하는 말은 단 한 마디도 믿지 않는다. 중국은 중국이 또 다른 팬데믹의 발원지로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할 것”이라고 NTD에 말했다.

지난해 12월 22일(현지 시간)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한 화장터에서 유족들이 탄 차량들이 화장터 이용을 위해 기다리고 있다.|STR/AFP via Getty Images/연합뉴스

빠르게 확산하는 병원체

작년 이맘때 중국 정권은 그간 자국민들에게 강요해 오던 코로나19 봉쇄 조치를 돌연 폐지했다.

이후 채 한 달도 안 되는 기간 동안 중국 내 약 수억 명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감염자는 물론, 사망자의 폭증으로 병원과 장례식장, 화장터에 과부하가 발생했다.

지금도 그때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현재 확산하는 병원체의 주된 피해자는 아동들이다. 중국 전역의 주요 소아과 병원들은 “지난 몇 주 동안 하루 최대 1만 명의 환자가 입원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일례로 얼마 전 중국 톈진소아과병원의 리우 웨이 병원장은 대중의 이해를 구하는 호소문을 발표하며 “하루에 1만3171명의 환자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톈진시에서 근무하는 다른 의료진들 또한 이러한 상황이 사실임을 확인했다. 현재 중국에서 병원 진료를 받는다는 것은 한정된 예약번호를 확보하기 위해 이른 새벽부터 대기하는 일을 의미한다. 에포크타임스의 인터뷰에 응한 톈진시의 또 다른 병원 직원은 “어린이 환자들이 번호표를 받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귀띔했다.

톈진보다 북쪽에 위치한 지린성의 지린대학교 제2병원 관계자는 “우리 병원은 향후 7일 동안 예약이 꽉 찼다”고 말했다.

대기실이 꽉 찬 탓에 어린이 가족들은 병원 밖에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이들은 텐트, 캠핑용 침대, 접이식 의자, 담요 등을 가져와 추운 날씨를 견딘다. 링거(정맥주사)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은 직접 옷걸이와 의자 등을 챙겨 온다. 병원들에 링거 거치대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압박감을 느낀 중국 지방정부 중에서는 방호복을 입은 근로자를 파견, 소독을 실시하는 지역도 생겼다. 대중들은 요즈음 확산하는 병원체의 속도를 체감하며 불안에 떨고 있다.

중국 후난성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를 통해 하룻밤 사이에 학급 학생들 전원이 질병에 감염된 경험을 공유했다. 이 교사 역시 밤새 머리가 찢어질 듯한 고열, 마른기침, 날카로운 폐 통증 등을 겪었다.

베이징에 거주하는 한 학부모는 모든 예방조치를 지켰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자녀들이 다니는 학교에서도 전교생 중 절반가량이 호흡기 질환에 감염됐다고 전했다.

지난 1월 30일(현지 시간) 병상 수 기준 중국 최대 병원인 중국 정저우대학교 제1부속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려는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VCG/VCG via Getty Images/연합뉴스

이 학부모는 에포크타임스의 인터뷰에 응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 마스크를 쓰고 몸을 가린다고 해도 똑같이 감염된다”고 언급했다.

또한 “한번 질병에 걸리면 완쾌되기도 어렵다. 기침과 재채기가 멈춘 지 며칠 뒤에 회복된 줄 알았던 사람이 다시 열이 나는 것을 봤다”고 덧붙였다.

중국 당국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11월 마지막 주 동안 중국 베이징에서만 7만2000명이 넘는 감염자가 발생했다.

이에 댄 크렌쇼 미 공화당 의원은 NTD에 “중국은 거짓말과 기만을 가장 많이 일삼는 나라지만, 불행 중 다행히도 지금 상황을 은폐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질병이 중국 국경을 넘어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 속, 이달 1일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 5명은 조 바이든 미 대통령에게 미국과 중국 간 여행을 제한할 것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의원들은 “질병 확산과 사망으로부터 미국을 지키기 위해 지금 당장 여행을 금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020년 3월 5일(현지 시간)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한 체육관에 마련된 코로나19 임시병동에서 의료진이 업무를 보고 있다.|STR/AFP via Getty Images/연합뉴스

감염병의 과소평가

중국 베이징시 보건위원회가 발표한 통계만이 현재 확산하는 감염병의 심각성을 가늠할 수 있는 유일한 자료다.

위원회는 유행 중인 호흡기 질병의 원인으로 독감 바이러스와 마이코플라즈마 바이러스를 포함한 총 16가지 감염원을 지목했다. 이는 최근 유행 중인 질환이 코로나19가 아니라는 중국 당국의 공식 입장을 뒷받침하는 내용이다.

중국 당국은 유행세를 보이는 정체불명의 호흡기 질환에 대해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일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은 예방과 통제가 가능하다”는 내용의 기사를 실었다. 다른 중국 관영 매체들 역시 현 상황을 가리켜 일반적인 호흡기 병원균으로 인해 겨울철에 일상적으로 감염 환자가 느는 현상일 뿐이라는 보도를 계속해서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린 박사는 “마이코플라즈마에 초점을 맞춘 것은 상황을 호도하고 주의를 딴 데로 돌리기 위한 고의적인 조치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린 박사는 “중국공산당은 국제사회가 중국이 또 다른 코로나19를 겪고 있다고 의심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서 “일반적인 병원균인 마이코플라즈마를 강조하는 것은 다분히 정치적인 의도가 담겨 있는 행동”이라고 짚었다.

전염병 분석가 동유홍 의학박사는 “최근 중국 어린이들 사이에서는 백폐(白肺·심한 염증이 폐 전체로 번져 엑스레이 사진 촬영 시 폐 부위가 하얗게 보이는 상태) 증상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데, 마이코플라즈마는 백폐 증상을 유발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보건 전문가들에 따르면 마이코플라즈마는 일반적으로 비말을 통해 장시간에 걸쳐 전파되며, 대부분의 경우 짧은 시간의 접촉에서는 감염되지 않는다.

호흡기 증상을 겪은 중국의 한 소아과 의사는 에포크타임스에 “호흡기 증상이 나타나 마이코플라즈마 폐렴 약을 복용했지만 내게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고 증언했다.

이렇듯 유행 중인 질병이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이라는 중국의 주장에 여러 의문이 제기되는 가운데, 린 박사는 “여전히 코로나19가 유행하고 있을 것”이라고 추측하며 “어린이들이 가장 먼저 타격을 입었지만 성인들 사이에서도 감염이 확산하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한쪽에서는 봉쇄 조치가 다시금 임박한 것이 아니냐며 불안 섞인 목소리도 나오는 중이다. 실제 중국 동부에 위치한 도시 이우시는 주민들에게 열흘 치 식량을 비축해 두라는 지침을 내렸다.

지난달 23일(현지 시간) 중국 베이징의 한 소아과 병원에서 어린이 환자들이 링거를 맞고 있다.|JADE GAO/AFP via Getty Images/연합뉴스

검열

그러나 코로나19의 위험성을 경고하기에는 코로나19가 중국에서 금기시되는 주제라는 게 큰 걸림돌이다.

지난달 에포크타임스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방미를 앞두고 전염병 사태 관련 보도를 억제할 것을 직접 지시했다는 내용을 단독 보도한 바 있다.

백폐 증상을 보인 아들을 둔 지린성의 한 주민은 “아들은 병원에서 마이코플라즈마 폐렴 진단을 받았지만, 평소 알고 지내던 의사로부터 코로나19가 주요 원인이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NTD의 인터뷰에 응한 이 주민은 “정부가 사람들이 그것(코로나19)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것뿐”이라고 꼬집었다.

중국 시안시에 거주하는 진 씨 또한 “입원 중인 조카가 있는데, 의사가 조카에게 코로나19라고 말했다”고 했다.

진 씨는 에포크타임스에 이 같은 이야기를 전하며 “단지 다른 이름으로 부를 뿐”이라고 표현했다.

중국공산당의 이러한 검열은 코로나19가 중국 전역에서 기승을 부리던 지난해 연말에 실시했던 검열과 비슷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중국 각지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급증했다. 그러나 중국 정권은 사망자 분류 기준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코로나19의 심각성을 은폐했다. 예컨대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이 코로나19에 감염돼 사망하면 사망자 집계에서 제외하는 식이다.

당시 사망진단서 발급 업무를 맡은 관계자들은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를 언급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중국 창춘에서 근무하던 한 관계자는 에포크타임스에 “자택에서 사망한 사람의 사망진단서에는 ‘뇌경색’이라고 적었다. 코로나19를 제외한 어떤 원인이든 상관없었다”며 “서류에 코로나19가 명시돼 있으면 병원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고백했다.

상황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전염병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것조차 금기시되고 있다. 현지 몇몇 학부모들은 에포크타임스에 “교사로부터 ‘다른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학교 채팅방에서 자녀의 질병을 언급하지 말라’는 권고를 받았다”고 전했다.

“모든 것이 국가 기밀이다.”

지난달 23일(현지 시간) 중국 충칭의 한 소아과 병원에서 환자들이 진료를 보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CFOTO/Future Publishing via Getty Images/연합뉴스

역사적 패턴

린 박사는 “지금이야말로 기존의 공중보건 관점을 넘어 사회의 문제가 무엇인지, 근본적인 개선 방안은 무엇인지를 성찰해야 할 때”라고 보고 있다.

캐나다 조지안공립대학의 중국의학과 조나단 류 교수는 현재의 중국을 고대의 중국 왕조인 후한 몰락기에 빗댔다.

후한 왕조의 마지막 30년 동안은 2~3년마다 파괴적인 전염병이 창궐하면서 사람들이 죽어나갔고 인구가 감소했다. 기록에 따르면 후한이 멸망하기 3년 전쯤에는 죽은 사람이 없는 집이 없을 정도였다. 그러면서 통치자의 통제가 느슨해졌고, 군벌 간의 알력다툼은 물론 대규모 반란이 일어났다.

현대 중국은 지난 몇 년 동안 문제가 끊이지 않았다. 팬데믹은 차치하더라도 가뭄과 역사적인 규모의 홍수가 번갈아 잇따랐다. 흉년을 거듭하며 주민들 사이에서는 식량 부족에 대한 두려움이 커졌다.

여기에 팬데믹으로 인해 관광업은 침체됐고 부동산 시장 또한 혼란에 빠졌다. 해외의 투자는 계속해서 이탈하는 추세다. 사상 최고 수준의 청년 실업률도 큰 문제다. 여기에 미국과의 긴장 관계도 있다.

지난 2020년 2월 3일(현지 시간)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텅 빈 도로를 한 남성이 건너고 있다.|Getty Images/연합뉴스

중국 정권은 문제를 해결하는 대신 점점 더 정교한 감시 시스템을 도입해 중국 국민을 감시하고, 온·오프라인에서 반대 여론을 거의 실시간으로 삭제하고 있다.

그럼에도 대중에 대한 통제력은 점점 약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정권의 봉쇄에 지친 중국 시민들은 거리로 나와 처음으로 공산당이 물러갈 것을 촉구하는 ‘백지운동’ 시위를 벌였다.

미 공화당의 로저 윌리엄스 의원은 NTD에 “그것은 사람들의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평했다.

“전 세계 어느 국가든, 국민들은 자신의 삶을 원하고 선택권을 갖길 원한다. 그것이 바로 이들이 중국 정권에 맞서 싸우고 있는 이유다.”

*황효정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