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리포트] 이슬람 테러리즘에 드리운 ‘붉은 그림자’ 중국

에바 푸
2023년 11월 6일 오후 9:16 업데이트: 2023년 11월 6일 오후 10:47

중국 최대 검색 엔진인 바이두에서 ‘이스라엘’을 검색해 보자. 지도에서 이스라엘 국가명을 찾아볼 수 없다.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기준 중국 최대 규모의 검색 엔진 바이두가 제공하는 온라인 지도 서비스에서 ‘이스라엘’ 국가 명칭이 흔적도 없이 지워졌다.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 이후 중국은 “중국은 언제나 공평과 정의의 편”이라고 강조하면서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이 이미 자위의 범위를 넘었다”며 노골적으로 이스라엘을 비판해 왔다. 그러면서 공식 성명에서 하마스에 대한 언급은 일절 하지 않고 있다.

하마스에 대한 언론들의 거듭된 질문에 대해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단지 “폭력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는 말로 답변을 회피했다. 하마스의 공격을 테러 행위로 규정하는 것을 거부한 셈이다.

이를 가리켜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국무부 중국 정책 고문을 지낸 마일스 유(중국명 위마오춘·余茂春)는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다른 방식으로 하마스를 편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 전 자문은 “중국은 ‘평화 조정자’를 자처해 왔으나, 실제로는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모든 위기들에 들떠 있다”고 꼬집었다. 국제사회의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려 중국의 야심을 들키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기준 중국의 대표 검색 엔진 바이두 지도에서 이스라엘의 이름이 사라졌다. 주변 국가들의 이름은 그대로 남아 있다.|Screenshot via 에포크타임스

“궁극적인 조력자”

이런 가운데 하마스의 배후에는 이란이 있다는 추측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수십 년간 하마스를 비롯한 반이스라엘 무장세력에 무기와 자금, 훈련 등을 제공해 왔기 때문이다.

2020년 미 국무부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란은 하마스와 이슬라믹지하드, 헤즈볼라 등 반이스라엘 무장조직에 매년 약 1억 달러를 지원한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지난해 하마스의 정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는 “하마스는 올해 이란으로부터 약 7000만 달러를 받았으며, 이 자금으로 로켓을 만들었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

이에 이스라엘군 대변인 조나단 콘리쿠스 중령은 에포크타임스 자매매체인 NTD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이 없었다면 하마스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여기에 많은 사람이 놓친 허점이 있다는 게 중국공산당 내부자 등 중국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유 전 자문은 “중국이야말로 이란의 궁극적인 조력자”라고 짚었다.

중국공산당은 이란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당장 지난 9월 이란은 상하이협력기구(SCO)에 정식 가입했다. 그보다 앞선 올해 3월에는 소위 ‘중동지역의 평화 조정자’를 자처하는 중국의 주도로 중국 베이징에서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가 7년 만에 회동했다.

그뿐만 아니라 중국 기업들은 미국의 규정을 반복적으로 위반하며 이란에 군사 자재와 물자를 공급해 왔다.

이스라엘군 장교 출신 전 정보 관리인 에얄 핑코는 “중국, 이란, 하마스가 ‘한 패거리’인 것은 명백하다”고 분석했다.

핑코 전 장교는 에포크타임스에 “핵 프로그램만 해도 이란은 중국과 관련돼 있다”며 “그들의 협력은 확실히 전략적이며 매우 긴밀하다”고 전했다.

영국계 싱크탱크 헨리잭슨소사이어티의 크리스토퍼 볼딩 교수 또한 이에 동의했다.

볼딩 교수는 에포크타임스에 “중국이 암묵적으로 하마스를 지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기란 불가능하다”면서 이란 등 중동 지역에 중국 통신 기업 화웨이가 지사를 내고 사업 중이라는 사실을 조명했다. 볼딩 교수는 지난 2019년 화웨이 직원들이 중국 군사 및 정보기관과 깊이 얽혀있다는 사실을 밝혀낸 석학이다.

볼딩 교수는 화웨이는 일종의 도구로서 대규모로 중국에 정보를 제공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며 “중국의 데이터 수집가들은 하마스의 공격이 발생하기 이전에 이미 이를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6월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대통령이 악수를 나누고 있다.|Jade Gao-Pool/Getty Images/연합뉴스

“악의 축”

중동에서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이득을 얻는 건 중국이다.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서방의 자원이 고갈할 수 있으며, 이처럼 주의가 분산된 틈을 타 인도-태평양 지역의 주도권을 잡기에도 용이하기 때문이다.

세계 초강대국 미국이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에 집중하는 상황에서 중국공산당은 새로운 세계 질서 구축을 위해 반(反)서방 연대를 공고히 하고 있다. 아울러 우크라이나 전쟁을 개시한 이후 러시아의 입지가 약화하면서 중국은 자연스럽게 러시아의 자리까지 채우는 중이다.

미국에 망명 중인 차이샤 전 중국공산당 중앙당교 교수는 에포크타임스의 인터뷰에 응해중국은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이라면 자신들에게 필요한 어떤 자원이든 장악할 것이라며중국의 눈에는 모든 것이 권력에 관한 것이다. 여기에 도덕적 한계 따윈 없다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 유엔 상임이사국으로서 중국은 그간 팔레스타인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꾸준히 표명해 왔다. 지난달 25일 유엔 안보리에서 중국은 하마스를 규탄하고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지지하는 미국 주도의 ‘일시적 전투 중단’ 결의안을 반대해 무산시켰다.

이에 대해 대만 담강대학 외교국제관계학과 청친모 교수는 “중국, 이란, 러시아, 북한 사이에 새로운 ‘악의 축’이 결성됐음이 이미 상당히 분명해졌다”고 에포크타임스에 전했다.

지난 1971년 중국 베이징에서 주은래 당시 중국 총리와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 의장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AFP Photo/Goh Chai Hin via Getty Images/연합뉴스

“공산주의 구조물”

마오주의(Maoism·마오쩌둥사상)에 뿌리를 두고 소위 해방 운동에 동조하는 중국공산당은 지난 1960년대부터 팔레스타인이 이스라엘을 해체하고 독립국가를 건설하는 ‘팔레스타인 대의’를 지지하며 팔레스타인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1969년부터 2004년 사망할 때까지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를 이끌었던 야세르 아라파트는 중국공산당 창시자인 마오쩌둥의 열렬한 지지자였다.

1969년 중국 관영매체 인민일보는 “팔레스타인 투사들에게 마오쩌둥의 사상은 ‘정신적 양식’이자 ‘가장 강력한 무기’다”라고 보도했다. 또 2021년 중국 당국 웹사이트에 공유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생전 아라파트는 정치 안건에 관해 중국 지도자들과 해마다 꾸준히 의견을 교환했다.

중국은 팔레스타인 지역에 대한 중국 정권의 영향력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30년 이상 급진·테러 단체와 이들의 정치권 침투를 연구해 온 공산주의 침투 전문가 트레버 루돈은 “이 테러조직들은 항상 마오주의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 세계 사회주의 단체들이 하마스를 지지하는 집회를 여는 것은 우연이 아니라는 얘기다.

루돈은 “우리가 이슬람 테러리즘이라고 부르는 것은 공산주의적 구조물”이라면서 “말단 조직원이 그러한 사실을 깨닫든 깨닫지 못하든, 조직 지도부는 공산주의적 목표를 추구하고 있다”고 분명히 했다.

중국 공산당 정권의 팔레스타인에 대한 지원은 계속되고 있다. 일례로 올해 6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국빈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한 압바스 팔레스타인 총리와 만나 경제·기술협정 등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에 합의하며 팔레스타인 지지를 재차 표명했다.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의 매튜 존슨 후버연구소 객원 연구원은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당국의 움직임은) 하마스를 정당화하고 팔레스타인과 팔레스타인 국민을 대변하는 하마스의 입지를 공고히 하는 행보”라고 비판했다.

지난 7월 파키스탄 라호르에서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의 방문을 앞두고 파키스탄과 중국의 국기가 그려진 벽면 앞을 어느 가족이 지나가고 있다.|Arif Ali/AFP via Getty Images/연합뉴스

“우연은 없다”

과거 중국 국영상업은행 중국은행은 하마스의 자금 융통 및 거래를 눈감아줬다는 혐의를 받은 바 있다.

이스라엘 변호사 니사나 다르샨-라이트너는 에포크타임스에 “돈은 테러의 산소”라고 표현, “중국 당국은 중국은행을 통제하고 있고, 중국은행이 취하는 모든 조치는 중국 정부의 정책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중국이 하마스를 지원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984년 미 해군 장교 양성 기관인 미국 해군대학원에 제출된 논문에 따르면, 중국의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에 대한 군사무기 수송은 1964년 시작돼 1980년대 초반까지 계속됐다. 1977년에는 “중국은 팔레스타인 게릴라 조직을 무장시키고, 사상적 및 물질적 지원을 제공하는 가장 지속적인 강대국이며 중국의 군사적 지원이 없었다면 PLO는 오늘날과 같은 정치적으로 강력한 조직으로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오늘날도 마찬가지다. 중국 기술과 중국산 부품으로 만든 무기가 하마스로 흘러들어 가고 있다.

2009년, 하마스의 무장분파인 알카삼 여단의 로켓에 중국 철강업체의 파이프가 실린 모습이 포착됐다. 이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자 해당 중국 기업은 “이 파이프들은 중동의 가스회사로 향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정확히 어떤 국가가 고객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2014년, 이스라엘 당국은 중국 국영 시창우주발사기지가 개발한 장거리 시스템을 바탕으로 한 밀수 로켓을 확인했다. 같은 해, 하마스 열병식에서는 중국산 63형 상륙전차가 등장했다.

핑코 전 장교는 “중국에 우연은 없다”고 했다.

중국 당국이 하마스의 이번 작전을 지원한 증거는 아직 뚜렷하게 드러난 게 없다. 그러나 위기감만은 분명하다.

“우리는 제3차 세계대전에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다. 정말 선을 넘을지는 현재까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중국과 함께 선 국가들은 그들이 잡을 수 있는 모든 기회를 잡고 있다.”

*황효정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