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리포트] ‘무소속 출마’ 케네디…트럼프와 바이든 중 누구 표 흡수할까

제프 라우더백(Jeff Louderback)
2023년 11월 15일 오전 6:55 업데이트: 2023년 11월 15일 오전 8:25

2024년 미국 대선에서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를 두고 전문가들이 대선 판도를 예측하느라 분주하다. 제3후보의 출현이 민주당과 공화당 지지표 중 어느 쪽을 더 흡수할 것인지를 두고 벌이는 논쟁이다.

지난 7일(이하 현지 시간) 실시된 일련의 여론조사들에 따르면, 케네디 후보의 지지율은 탄력을 받아 계속 상승세에 있으며 민주당의 조 바이든 현 미국 대통령과 공화당 소속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 두 후보에게 거의 동등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초 뉴욕타임스가 발표한 등록 유권자 대상 설문조사를 살펴보면, 내년 미국 대통령 선거의 향방을 결정할 6개 경합 주(네바다, 조지아, 애리조나,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유권자들 중 24%가 무소속인 케네디 후보를 지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35%, 바이든 대통령은 33%의 지지를 기록했다. 나머지 응답자들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혹은 ‘투표하지 않겠다’고 답변했다.

설문조사를 실시한 관계자는 “(트럼프와 바이든 간) 양자 대결의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이 6개 경합 주 중 5개 주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꺾고 승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케네디 후보가 포함되면 3개 주로 줄어들었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양자 대결 시 위스콘신 한 곳에서만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앞섰지만, 케네디 후보가 출마할 경우 네바다와 펜실베이니아의 지지율이 올라 트럼프 전 대통령과 동률을 기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또 “민주당 지지자의 18%와 공화당 지지자의 16%가 케네디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답했다”고 귀띔했다.

해당 조사에서 케네디 후보는 이들 6개 경합 주 45세 미만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어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을 모두 앞섰다. 18~29세 유권자들 중 34%가 케네디 후보를 지지했으며, 30%가 바이든 대통령, 29%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했다. 30~44세 유권자들도 마찬가지로 케네디 후보를 지지한다고 답한 비율이 31%로 우세했으며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나란히 30%를 기록했다.

지난 4월 19일(현지 시간) 미국 보스턴에서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가 2024년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JOSEPH PREZIOSO/AFP via Getty Images/연합뉴스

이보다 앞서 이달 1일 미국 퀴니피악대학교가 미 전역의 등록 유권자 16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18~36세 응답자들 중 케네디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답한 비율이 38%로 선두를 차지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각각 32%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나아가 전체 응답자 중 39%가 바이든 대통령을, 36%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22%가 케네디 후보를 지지한다고 답했다.

퀴니피악대학교 여론조사 분석가 팀 말로이는 “소수계와 젊은 유권자들이 흥미를 보이는 가운데, 케네디 후보는 현재까지는 카리스마 넘치는 아버지와 삼촌들이 수십년 전에 만들어 낸 지지를 누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말로이 분석가는 “케네디 후보가 3% 모기지 대출금리 추진을 통해 젊은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케네디 후보는 자신의 공약으로 생애 첫 주택 구매자에게 3% 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게 하자는 경제 정책을 제안했다.

이와 관련, 최근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열린 선거 유세 현장에서 케네디 후보는 다른 모든 세대는 열심히 일하고 규칙을 지키면 집을 살 수 있다고 믿었지만, 우리의 다음 세대에는 그럴 수 있을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9월 11일(현지 시간) 인도 방문을 마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통령 전용기에서 내리고 있다.|SAUL LOEB/AFP via Getty Images/연합뉴스

케네디 후보가 현재의 상승세를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해 미국 민주당 선거 전략가인 데이비드 칼루치 전 미 상원의원은 회의적인 시각을 내놓았다.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칼루치 전 의원은 “케네디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을 보면, 백신 접종을 반대하는 트럼프 유권자들이 많다”며 “그들은 케네디 후보를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모른다. 케네디 후보를 알게 되면 케네디 후보의 음모론적 입장 때문에 지지를 철회할 것”이라고 전했다.

칼루치 전 의원은 “결국 진짜 투표소에서 사람들은 바이든 대통령이나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투표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주당이 바이든 대통령이나 카멀라 해리스 현 부통령이 아닌 다른 후보를 원한다는 관측에 대해서는 “이미 너무 늦었다”고 지적했다.

현재 민주당에서는 딘 필립스 연방 하원의원과 진보 성향의 작가 메리앤 윌리엄슨이 대선 도전에 나선 상태다.

민주당 소속인 조 맨친 상원의원의 경우 상원 선거에 나서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하며 대권 도전을 시사했다. 중도층을 대표하는 제3의 대선 후보 선출을 추진하고 있는 중도 성향 정치 단체 ‘노 레이블스’가 맨친 의원을 후보로 꼽고 있다.

이에 칼루치 전 의원은 “맨친 의원은 (대선 예비선거에서) 심각한 위협이 될 만큼 민주당원들을 매료시킬 능력이 없다고 본다”는 평가를 내렸다.

그러면서 “대부분의 유권자는 케네디 후보를 지지하면 자신의 표가 사표가 된다고 느낄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으로서,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사람들이 투표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지난 2021년 8월 21일(현지 시간) 미국 앨라배마주에서 열린 집회에서 트럼프 지지자들이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을 향해 환호하고 있다.|Chip Somodevilla/Getty Images/연합뉴스

공화당 전략가인 브라이언 세이칙은 에포크타임스에 “주요 경합 주에서 케네디 후보는 바이든 대통령보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더 해로운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세이칙 전략가는 “케네디 후보는 자신의 보수적인 입장을 홍보하는 데 많은 시간을 썼다. 케네디 지지자는 민주당보다는 공화당에 더 가까워 보인다”면서 “케네디에게 투표할 사람이 트럼프 지지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미 하버드대학교 미국정치연구소가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케네디 후보에 대한 호감도가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응답자의 49%가 케네디 후보에 대해 호의적인 견해를 보였고, 30%는 비호감을 나타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49%의 호감도를, 46%의 부정적 견해를 받았다.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호감도는 45%, 비호감도는 49%였다.

에포크타임스의 인터뷰에 응한 트럼프 대선캠프의 스티븐 청 대변인은 “유권자들은 보수적인 가치를 가진 척하는 사람에게 속아서는 안 된다”며 유권자들을 향해 케네디 후보를 경계할 것을 강조했다.

청 대변인은 “케네디 후보는 급진적이고 진보적인 입장으로 가득 찬 배경을 가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애초 올해 4월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섰던 케네디 후보는 당내 지지율이 저조하자 6개월 만에 무소속 출마로 방향을 틀었다.

그런데 선거 재정 보고서에 따르면, 케네디 후보는 민주당보다 공화당 성향의 기부자들로부터 더 많은 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케네디 후보는 선거 유세에서 “민주당은 내가 바이든 대통령의 선거를 망칠까 봐 두려워하고, 공화당은 내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를 망칠까 봐 두려워한다”면서 “사실 둘 다 맞다”고 언급했다.

케네디 후보를 지지하는 정치활동위원회 ‘아메리칸밸류’ 공동 설립자 토니 라이언스는 에포크타임스에 “무소속, 제3당 후보에 대해 비판하는 사람들은 ‘그들이 표를 분산시킨다’고 주장하지만 우리는 양대 정당에 환멸을 느끼고 당파 정치에 지친 사람들을 보고 있다”고 했다.

“사람들은 민주당과 공화당 가운데서 듣고, 생각하고, 투표하는 것에 지쳤다. 사람들은 제3의 후보에 열린 마음을 갖고 있다.”

*황효정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