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리포트] 美 샌프란시스코 앞바다에 ‘해적’ 출몰…범죄 급증 몸살

알랜 스테인(Allan Stein)
2023년 12월 1일 오후 10:31 업데이트: 2023년 12월 1일 오후 10:31

과거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의 항만 관리인으로 일했던 브록 드 라페는 오늘날 오클랜드 앞바다에서 발생하는 수상범죄를 설명할 때 ‘해적’이라는 단어를 피해서 말한다.

에포크타임스의 인터뷰에 응한 라페 전 항만 관리인은 “사람들은 ‘해적’ 하면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같은 낭만적인 이미지를 떠올린다”고 지적했다.

현실은 낭만과는 거리가 멀다.

라페 전 관리인은 “이 사람들은 샌프란시스코만(灣)의 불법 정박선에 살면서 강도를 저지르는 범죄자들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지난달 13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하구에서 전 오클랜드 항만 관리인 브록 드 라페가 불법으로 정박된 폐보트들을 가리키고 있다.|알랜 스테인/에포크타임스

앞서 지난여름 샌프란시스코만에서는 도난 모터보트를 이용한 강도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일례로 캘리포니아주 앨러미다시 선착장에서는 요트 세 척을 도난당했다. 범인들은 이곳 외에도 최소 4곳 이상의 다른 정박지와 보트에 머무르고 있던 소유주 여러 명을 공격했다.

라페 전 관리인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만 동쪽에 위치한 도시 오클랜드의 경우 현재 이곳에 버려진 보트가 약 20척에 달하며 이로 인해 곤란을 겪고 있다.

범죄자들은 산발적으로 움직인다는 점에서 유목민과도 행동 방식이 유사하다.

이와 관련, 라페 전 관리인은 에포크타임스에 “범죄자들은 정박해 있는 보트를 불법으로 점거해 살며 밤에 나와 절도를 저지른다. 매우 공격적”이라고 말했다.

오클랜드에서 선박용 모터 판매 매장을 운영하는 크레이그 제이콥슨 역시 수천 달러 상당의 전자제품 및 부품을 도난당하는 경험을 겪었다. 제이콥슨 씨는 에포크타임스에 “지난 두 달 동안 매일 같이 보트를 도둑맞았다는 전화를 받았다. 약 20척의 보트가 도난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제이콥슨 씨는 “보트에서 생활하는 노숙자들의 문제를 아무도 해결하려고 하지 않는다. 오클랜드 경찰은 앨러미다가 해결해야 한다고 하고, 앨러미다 경찰은 오클랜드가 해결해야 한다고 한다”고 꼬집었다.

지난달 13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하구에서 한 노숙자가 불법으로 정박해 있는 폐선에 다가가고 있다.|알랜 스테인/에포크타임스

오클랜드 요트클럽의 트레이시 라이겔만 부회장은 “진짜 문제는 정박 중인 해적선들과 해안가 범죄자들로 구성된 조직적인 범죄 집단이 있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사람들이 ‘해적’이라는 말을 쓸 때, 사람들이 미처 모르는 사실은 범죄가 물 위에서만이 아니라 해안가에서도, 다시 말해 해안가에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도 물 위에서와 같은 수준으로 발생한다는 것”이라고 짚은 라이겔만 부회장은 “지난 3개월 사이 12대가 넘는 차량이 도난당했다. 지난 주말에는 (해안가) 주차장에 경찰 기동대가 출동하기도 했다. 우리는 무단침입, 절도, 물리적 폭행 같은 괴롭힘에 시달렸다”고 했다.

요트클럽 측은 시 당국과 협력해 상황을 타개하려고 시도했지만 소용없었다.

수상범죄가 앨러미다시와 오클랜드 두 도시에 걸쳐 있는, 강과 바다가 연결되는 하구 한가운데에서 발생하면서 관할권 문제가 생겼는데, 이에 관한 기관들 사이의 협력이 없다고 라이겔만 부회장은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가운데 범죄자들의 표적은 점점 더 그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민 사이먼 그리브스가 오클랜드 항구에 정박해 있는 자신의 요트 옆에 서 있다.|알랜 스테인/에포크타임스

오클랜드의 해안광장 잭 런던 스퀘어에 정박해 있는 요트 ‘선 오디세이’의 소유주인 사이먼 그리브스 씨는 “8개월 전만 해도 이렇지 않았다”며 자신 또한 이전에는 생각하지 않았던 재산 범죄의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해적’이라는 용어는 공정한 표현이라는 게 그리브스 씨의 입장이다.

오클랜드 하구에서 보트 생활을 하는 주민 마크 씨 또한 가스탱크를 도둑맞으며 힘든 시기를 보냈다.

마크 씨는 “도둑질을 피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경계심을 풀지 않고 낯선 사람을 주의하는 것뿐”이라고 토로했다.

오클랜드 경찰국이 지난 9월 발표한 범죄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강도 범죄 사건은 348건이 보고돼 전년도 291건에 비해 20%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찬가지로 2022년 1670건이었던 주거침입 사건도 올해 2137건으로 무려 44% 증가했다. 일어난 전체 범죄로 살펴보면 전년 대비 25%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하구에서는 노숙자 문제가 계속 제기돼 왔다.|알랜 스테인/에포크타임스

오클랜드 경찰국 대변인은 에포크타임스에 “8월 이후 오클랜드 하구에서 3건의 도난 신고를 접수한 약 2주 동안을 제외하고는 도난 사건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라이겔만 부회장은 범죄 피해자가 항상 신고를 하진 않기 때문에 실제로 노숙자들이 저지른 범죄를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 가지 정확한 것은 노숙자 문제가 계속 잇따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앨러미다는 지난 2020년 150개 미만이었던 불법 노숙자 야영지 수가 올해 6월 기준 1381개로 급증함에 따라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오클랜드는 야영하는 노숙자를 막기 위해 콘크리트 장벽을 설치했다. 이렇게 늘어나는 노숙자 수는 수상범죄와 직결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시 당국이 설치한 안내문. 야영, 쓰레기 투기, 배회 등을 하지 말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알랜 스테인/에포크타임스

이에 라페 전 관리인은 수상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불법으로 정박한 배들을 없애는 게 핵심이라고 촉구했다.

수천 명의 사람들이 카누, 카약, 세일링 등 다양한 해양 레크리에이션을 위해 샌프란시스코만의 오클랜드 하구를 이용한다. 이런 과정에서 사람들이 쓸모가 다한 배를 바다에 버리고 가는 경우가 발생한다.

라페 전 관리인은 “집이 없다고 해서 수명이 다한 배에서 생활하는 것은 적절한 해결책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오클랜드 잭 런던 스퀘어에 위치한 바 ‘퍼스트 앤 라스트 찬스’의 사장 엘리엇 마일스는 “코로나19로 인한 봉쇄 기간 동안 사람들이 배를 타러 찾지 않으면서 ‘해적질’이 더 심해지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마일스 사장은 “사람들은 보트를 타러 올 수 없었다. 이에 다른 사람들이 보트를 사용했고, 끝내 보트를 파괴했다”고 에포크타임스에 전했다.

마일스 사장도 라이겔만 요트클럽 부회장과 같은 의견을 피력했다. 마일스 사장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하구를 따라 해양 순찰을 강화해야 하는데, 그러나 이곳에는 관할권 문제가 있다”면서 오클랜드와 앨러미다 간 조정이 필요하다고 봤다.

마일스 사장은 “이것이 현대 정치다. 아무도 돈을 쓰고 싶어 하지 않는다. 각 관할 구역은 서로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 위치한 바 ‘퍼스트 앤 라스트 찬스’의 사장 엘리엇 마일스|알랜 스테인/에포크타임스

라페 전 관리인이 근무하던 2012년에도 버려진 배들은 있었다. 라페 전 관리인은 “폭풍이나 악천후 등으로 인해 배가 파손되는 것, 이런 배를 사람들이 버리고 떠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라며 말을 이었다.

2019년, 오클랜드 경찰국은 오클랜드 하구에 정박된 폐선박의 선주들에게 하구를 비우지 않으면 선박을 압류하겠다고 통지했다.

몇몇 선주들은 통지를 받고 하구를 떠났다. 그렇지 않은 배도 있었다. 경찰은 여전히 정박해 있는 배들을 압류해 폐기 처분했다.

그러자 배를 압류당한 선주들 중 일부가 “선박의 압류로 경제적 피해를 입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2021년, 오클랜드시 당국은 선주들에게 28만 달러(약 3억7000만원)를 지급하는 것으로 소송을 마무리 지었다.

해당 판례는 오클랜드 하구 해양 단속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지난달 13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하구에 배 한 척이 방치된 채 버려져 있다.|알랜 스테인/에포크타임스

라페 전 관리인은 “이로 인해 합의금을 지불해야 했던 점보다 해당 사건을 계기로 또 다른 소송에 휘말릴까 염려한 시 당국이 해양순찰대를 전면 해체한 점이 큰 타격이었다”고 했다.

실제로 이듬해인 2022년 샌프란시스코만 보존개발위원회는 시 당국에 2023년 초까지 오클랜드 하구에서 불법 정박선을 제거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다행히 최근 들어 조금씩 긍정적인 조치들이 나오고 있다.

지난 10월 5일 오클랜드에서 열린 법 집행기관 간 회의에서는 하구의 폐선박을 제거하기 위해 30일 전에 통지하고 이달 13일을 청소일로 지정하는 한편 규정을 준수하지 않은 정박 선박은 오는 20일에 압류하는 계획안이 제시됐다.

오클랜드 경찰국은 24시간 대응할 수 있는 환경 마련을 목표로 해양 순찰 전담 경찰관을 양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앨러미다 경찰국 또한 경찰 인력을 늘리기 위해 7만5000달러(약 9800만원)의 채용 상여금을 제공하기로 했다. 아울러 미 해양경비대는 추가 순찰과 공중 감시 및 범죄 모니터링을 통해 오클랜드 하구 법 집행기관을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라이겔만 부회장은 “샌프란시스코만의 해적은 법을 준수하는 다른 시민들과 샌프란시스코만에 있는 3000척의 배를 위협하는 현실”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우리는 우리가 허용한 만큼의 결과를 얻게 된다. 지금까지는 처벌이 부족했다.”

*황효정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