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인들 왜 백신 여권 반대하나…“우리의 자유가 위기에 처했다”

2021년 8월 2일
업데이트: 2021년 8월 2일

“살면서 한 번도 시위에 참가해본 적이 없지만, 이번에 거리에 나왔다. 우리의 자유가 위험에 처했다고 생각한다.”

프랑스 파리의 한 학교 교사라고 자신을 밝힌 앤은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분리된 사회를 만들고 있다”며 “인권 국가에서 이런 일을 하는 것을 믿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 주말, 정부의 백신 여권 도입과 방역 강화에 반대하는 시위가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등 유럽 곳곳에서 벌어졌다.

일부 시위대는 정부의 백신 여권 도입 등의 조치를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점령군의 통제에 비유하며 “자유를 침해하고 차별을 유발한다”고 비판했다.

AP 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프랑스에서는 백신 접종을 증빙하는 ‘보건 증명서’ 도입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3주 연속 벌어졌다.

이날 파리 시위대 1만4천명을 포함해, 전국에서 20만명이 거리에 나왔다.

프랑스 정부는 파리 시내에 병력 3천명을 배치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지만, 산발적 충돌만 일어났고 시위는 대부분 평화롭게 진행됐다.

Protest in France
프랑스 파리에서 시위대가 자유(Liberte)라고 쓴 푯말을 들고 백신 여권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 2021.7.31 | Michel Euler/AP Photo/연합

프랑스에서는 지난달 21일부터 영화관, 박물관, 체육관(수영장·헬스장) 등 50명 이상 모이는 문화·여가 시설을 이용할 때 백신 접종 증빙서를 제시하도록 하는 ‘건강증진정책’을 시행 중이다.

이달 9일부터는 식당, 카페 이용 시, 장거리 버스·열차·항공편에 탑승할 때도 ‘보건 증명서’를 지참해야 한다. 백신을 접종하지 않으면 집이나 직장에만 머물라는 의미다.

프랑스 정부는 델타 변이의 급속 확산을 이유로 들었다. 지난달 30일 하루 프랑스에서는 2만4천여 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왔다. 7월 초 하루 수천 명 선이었던 것에 비해 급증한 수치다.

같은 날 밀라노, 나폴리, 로마 등 이탈리아 주요 도시들에서도 백신 접종 강요와 ‘그린 패스’ 도입에 반대하는 시위가 2주째 벌어졌다.

밀라노 시위대는 법원 앞에서 “진실을 요구한다” “부끄러운 줄 알라” “자유”라고 외쳤다. 로마에서는 저항을 뜻하는 단어 ‘레지스탄자(Resistenza)’라고 쓴 현수막이 등장했다. 독일 나치에 저항한 프랑스 레지스탕스를 연상시키는 문구였다.

그린 패스는 백신을 접종했거나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은 사실 등을 증빙하는 확인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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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3주 연속 백신 여권 도입에 반대하는 시위가 이어졌다. | Adrienne Surprenant/AP Photo/연합

이탈리아 정부는 이달 6일부터 수영장, 헬스장 같은 체육시설과 영화관, 실내 음식점 등을 출입할 때 그린 패스를 제시하도록 의무화한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다만, 관광업계를 고려해 기차, 대중교통, 국내선 항공편 등 이용 시는 예외로 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시위대는 정부의 방역 강화 조치를 나치 독일에 비유하며 백신 미접종자를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 같은 2등 시민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독일에서는 1일 베를린에 경찰 추산 시위대 5천 명이 집결해 “코로나 독재에 반대한다”며 시위를 벌였다.

도이체벨레에 따르면, 봉쇄 반대단체가 13건의 집회신고를 냈으나, 법원은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모두 불허했다. 주최 측이 신고한 집회 참가 인원은 2만5천명이었다.

시위대는 집회를 강행했고 베를린 경찰은 최루탄을 발사하고 곤봉으로 대응했다.

베를린 경찰은 이날 “폴리스라인을 넘어 경찰과 몸싸움을 벌인 이들을 체포해 600명을 현장에서 연행했다”고 밝혔다.

스위스에서도 31일 4천명 이상이 루체른에 모여 봉쇄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아시아는 말레이시아에서 수천 명의 시위대가 전국 거리에 나와 정부의 방역 정책에 항의하며 무히딘 야신 총리의 사임을 촉구했다.

말레이시아 시위대는 총리가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기 위해 팬데믹 상황을 이용, 봉쇄 정책과 각종 규제를 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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