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중국 공산당은 어떻게 미국의 선거에 개입했나

앤드루 쏜브룩
2024년 01월 29일 오전 10:32 업데이트: 2024년 01월 29일 오전 10:33

“의회 장악하면 여론 무관하게 ‘반중’ 정책 차단 가능”
“정부의 단호한 의지·대응 없다면 끊임없이 침투 시도”

기밀 해제된 정보 보고서와 여러 민간 부문 조사에 따르면 중국공산당이 다양한 수법을 동원해 2022년 미국 중간선거에 개입했음이 명백히 밝혀졌다.

여기에는 미 의회 의원들에 대한 압박, 사회 분열을 조장하는 온라인 콘텐츠 유포, 온라인에서 미국 유권자로 위장해 벌이는 댓글 활동 등 미국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전술이 포함된다.

톰 티파니 미 하원의원(공화당·위스콘신주)은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강경하게 대처하지 않으면 중국공산당은 이런 시도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의 선거 개입, 스파이 활동을 막기 위해 단호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전했다.

미국 국가정보국장실(ODNI)이 지난해 12월 공개한 기밀 해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공산당은 2020년 미국의 정책과 여론을 자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내기 위한 포괄적인 지침을 발표했다.

보고서는 “이 지침에 따라 2022년 미국 중간선거에 광범위한 개입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며 “만약 이 시도가 발각되더라도, 현 행정부(바이든 행정부)가 이에 대해 심각하게 보복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움직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공산당은 미 의회를 ‘반중(反中) 활동의 중심지’로 규정하고, 이를 겨냥한 영향력 작전에 총력을 다할 것을 여러 차례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국회의사당 건물. 중국공산당은 미 의회를 ‘반중(反中) 활동의 중심지’로 규정했다. | Samuel Corum/Getty Images

표적이 된 의회 의원들

위험 관리 컨설팅 업체 ‘노스스타 서포트 그룹’의 지정학 고문인 샘 케슬러는 에포크타임스에 “중국은 미국 선거에서 당적에 관계없이 친중(親中) 성향의 후보가 승리하길 바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2022년 중간선거에 대한 개입 시도는 친중 정치인이 더 많이 당선되도록 하기 위한 중국공산당의 지정학적 전략이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미국의 정치 시스템과 민주주의 모델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고, 이와 비교해 자신들의 권위주의 체제가 ‘우월’함을 끊임없이 선전해 왔다”고 밝혔다.

ODNI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미국 선거에 앞서 반중 성향의 후보자를 압박하는 동시에, 친중 성향의 후보자에게는 ‘보상’을 주는 조치를 취했다.

케슬러는 “중국공산당의 이런 시도는 미국이 주도하는 자유민주주의 질서에 맞서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라며 “그들이 이렇게 뻔뻔하게 행동하는 것은 2020년 선거 이후에도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2022년 11월 7일, 미국 미시간 대학교 캠퍼스에서 유권자들이 2022년 중간선거를 위한 사전 투표를 하고 있다. | Eff Kowalsky/AFP via Getty Images/연합

여론 조작

중국 정권은 소셜미디어 가짜 계정, 인플루언서, 홍보 업체 등을 통해 미국 여론을 조작하려 시도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메타는 지난해 8월 자사 플랫폼에서 중국과 관련된 가짜 계정 수천 개를 차단했다고 발표했다.

메타는 “가짜 계정들이 미국 내 여론 분열을 조장하기 위한 콘텐츠를 동시다발적으로 유포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는 세계 최대 규모의 온라인 영향력 작전”이라고 밝혔다.

위험 자문 업체 ‘블랙옵스 파트너스’의 케이시 플레밍 대표 | Samuel Corum/Getty Images

위험 자문 업체 ‘블랙옵스 파트너스’의 대표인 케이시 플레밍은 에포크타임스에 보낸 이메일에서 “이런 영향력 작전은 미국을 무너뜨리기 위해 중국이 전개하는 ‘초한전(超限戰·무제한 전쟁)’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중국공산당은 인공지능(AI) 기술을 통해 가짜 SNS 계정을 개설한 뒤 낙태, 총기 규제와 같은 민감하고 논쟁적인 사회 문제를 부각함으로써 미국 내 분란을 일으키려 시도했다.

이런 움직임은 페이스북을 포함해 유튜브, 틱톡, 엑스(X·옛 트위터), 비메오 등 온라인 플랫폼 50여 개에서 포착됐다.

메타는 “이 영향력 작전의 배후 세력은 허위 정보를 더 널리 퍼뜨리기 위해 조직적으로 활동했다. 한 인물이 가짜 연구 논문을 작성하면, 다른 이들이 이 논문 내용을 기반으로 동영상이나 홍보 게시물을 제작해 온라인에 퍼뜨렸다”고 설명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메타는 중국과 관련된 가짜 계정 수천 개를 차단했다. | Chris Delmas, Josh Edelson/AFP via Getty Images/연합

또한 “가짜 SNS 계정들이 이를 공유하고 확산하는 데 동원됐다. 이런 식으로 ‘코로나19의 최초 발원지는 중국이 아니라 미국이다’와 같은 가짜 뉴스가 퍼지게 됐다”고 덧붙였다.

플레밍은 “미 의회가 외국의 영향력을 차단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왜 우리는 외국의 악의적인 영향력에 미온적으로 대처하는지 묻고 싶다”고 전했다.

위험 관리 컨설팅 업체 ‘노스스타 서포트 그룹’의 지정학 고문인 샘 케슬러는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를 겨냥한 외국의 영향력 작전이 심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 Noah Berger/AFP via Getty Images/연합

유권자로 위장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해 9월 보고서를 통해 “중국에 기반을 둔 해커들이 2022년 중간선거 기간에 온라인에서 미국 유권자로 위장한 정황이 발견됐다”고 알렸다.

이어 “중국공산당과 연계된 가짜 계정들은 미국인으로 위장한 뒤 실제 사용자의 댓글에 응답하는 등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일부 계정은 반미(反美) 감정을 조장하는 이미지를 게재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중국공산당의 영향력 작전이 AI 기술로 한층 강화됐음을 알 수 있으며, 앞으로 더욱 교묘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경고했다.

2020년 8월 4일, 중국 광둥성 둥관시에서 한 해커가 컴퓨터를 사용하고 있다. | Nicolas Asfouri/AFP via Getty Images

사이버 보안 업체 ‘레코디드 퓨처’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부터 중국의 온라인 선전과 영향력 작전이 새로운 형태로 진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플루언서를 활용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인구통계학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타겟팅 메시지’를 제작하고 유포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보고서는 “중국 통일전선공작부나 국가안전부의 지침에 따라 이런 작전이 펼쳐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케슬러는 “현재 미국 여론의 양극화 현상을 고려할 때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를 겨냥한 중국, 러시아, 이란 등의 영향력 작전이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는 미국의 국가안보와 국제 시스템 전반에 중대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플레밍도 이번 미국 대선을 앞두고 적대국들의 악의적인 활동이 증가할 것임을 경고했다.

그러면서 “선거 개입은 자유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라며 “미국 유권자들은 이를 이해하고 우리의 민주주의 시스템을 지켜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연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