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美 역사상 최대 송환작전 필요”…불법이민 조속 대응 촉구

재니스 아일(Janice Hisle)
2023년 09월 12일 오후 10:21 업데이트: 2023년 09월 12일 오후 10:21

내년 11월 대선을 앞두고 4건의 형사기소에도 압도적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조 바이든 정부의 관용적 이민정책을 정면 비판하고 나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사우스다코다주 공화당 집회 연설에서 “대화는 끝났다. 이제는 행동을 취할 시간”이라며 트럼프 재집권까지 기다릴 것 없이 지금 당장 불법 이민 저지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약 7천 명의 관중 앞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늘 밤 나는 조 바이든이 불법적으로 입국한 외국인을 미국 안에 풀어주거나 정착시키는 일에 세금 한 푼도 쓰지 못하도록 할 것을 공화당 의원들에게 요구한다”고 말해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바이든 행정부는 재정지출이 부채한도를 넘어서면서 이달 말일까지 공화당이 한도 상향에 합의해 주지 않을 경우,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로 연방정부가 셧다운될 위기에 처해 있다.

트럼프는 공화당에 ‘불법 이민자 지원에 예산을 투입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부채한도 상향 합의 조건에 포함해 바이든 정부를 압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첫날 행정명령을 통해 불법이민을 억제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행정명령들을 취소하면서 미국의 국경을 중남미 불법이민자들에게 활짝 개방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물리적 차단을 위해 추진하던 국경장벽 건설 계획도 중단시켰다.

미국 민주당이 주도하는 뉴욕 등 이른바 ‘진보도시’들은 불법 이민자를 보호하는 ‘피난처 도시’, ‘성역도시’를 자처하며 바이든 대통령의 관용적 이민정책을 지원사격하고 나섰다.

국경 개방 초기 텍사스 등 남부 국경도시에 머물렀던 불법 이민자들은 규모가 급속히 늘면서 점차 진보도시들로 옮겨지기 시작했고, 각 도시의 수용 능력을 넘어서면서 거리에는 중남미 출신 불법 이민자들이 넘쳐나기 시작했다.

쉼터에서 지켜야 할 생활규칙을 준수하지 않으려는 성향도 이들 불법 이민자들이 거리로 뛰쳐나가는 주된 이유 중 하나다.

아울러 바이든 정부와 민주당이 당초 주장했던 것과 달리 열악한 시설에 수용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인도적인 처우도 논란이 되고 있다. 8일 언론보도에 따르면,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오헤어 국제공항은 수백 명의 불법 이민자들이 억류됐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러한 상황에 관해 “이전 행정부가 파괴한 안전하고 질서정연하며 인도적인 이민 시스템을 재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내년 대선에서 승리하면 ‘미국 역사상 최대의 강제 송환 작전’을 시작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날 연설에서 미성년자 강간, 살인 등 불법 이민자들의 범죄로 미국인 인명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며 시급한 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달 텍사스에서는 11세 소녀가 자기 집 침대 밑 세탁물 바구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 조사 결과, 소녀는 성폭행당한 뒤 목 졸려 숨졌으며 머리에는 둔기로 인한 외상이 발견됐다. 일주일 만에 붙잡힌 용의자는 18세 불법 이민자였다.

앞서 지난 5월 메릴랜드에서는 15세 소년을 잔혹하게 살해하고 시신을 주립공원에 버린 혐의로 멕시코계 조직범죄원 5명이 체포했다. 이들 역시 불법 이민자로 확인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침통한 표정으로 이러한 사례를 언급하면서 “피해자들의 부모를 비롯해 많은 미국의 부모들이 결코 예전과 같은 삶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며 수십만 명의 미국인이 불법으로 밀입국한 범죄자들과 마약에 피해를 입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시장 “우리가 알던 뉴욕이 사라지고 있다”

급증하는 불법이민자 유입에 대한 경고 신호는 대표적 진보도시에서도 울리고 있다.

민주당 소속인 에릭 애덤스 시장은 9일 “이민자 위기로 인해 관련 비용이 급증하면서 내년 봄까지 시 모든 기관의 예산을 최대 15%까지 삭감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예산이 5%만 삭감되더라도 뉴욕 경찰국(NYPD) 등 시 주요기관에서 인력 감축이 불가피하다. 불법 이민자 증가로 치안 인력이 더 필요한 상황에서 불법 이민자 지원을 위해 경찰관을 해고해야 하는 모순적 상황이 다가오고 있다.

애덤스 시장은 앞서 6일에도 시민과의 대화에서 “11만 명의 망명 신청자들로 뉴욕시가 파괴되고 있다”며 향후 3년간 120억 달러(약 15조원)의 적자로 시에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비관적 전망을 발표했다.

그는 “뉴욕시민 여러분, 제 인생에서 이처럼 끝이 보이지 않는 문제를 겪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며 우리가 알고 있던 뉴욕을 잃어버릴 위기에 처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