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길, 24절기] 낮과 밤 길이가 같은 춘분…음양이 균형을 이루다

연유선
2024년 03월 19일 오후 4:35 업데이트: 2024년 03월 19일 오후 6:40

춘분(春分)은 24절기 중 네 번째 절기로, 양력으로 3월 21일 전후입니다.

봄꽃이 만발하는 춘분엔 태양의 중심이 적도를 똑바로 비춰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데요.

이 때문에 조상들은 춘분을 음(陰)과 양(陽)이 균형을 이루는 날로 여겼습니다.

춘분을 즈음해 농가에서는 농사를 준비하며, 나물을 캐 먹었습니다.

춘분 무렵에는 ‘2월 바람에 김칫독이 깨진다’, ‘꽃샘에 설늙은이 얼어 죽는다’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매섭고 차가운 바람이 많이 부는데요.

꽃이 피는 것을 시샘한 풍신(風神)이 차가운 바람을 일으킨다고 하여 ‘꽃샘’이라고 불렀습니다.

‘호사다마(好事多魔)’라는 말처럼 좋은 일이 많으면 나쁜 일도 있기 마련입니다. 생명력 넘치는 봄을 누리려면 추위를 견디고 인내(忍耐)해야 한다는 뜻이죠.

선조들은 춘분에 ‘나이떡’을 먹기도 했습니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는 송편과 비슷한 모양의 ‘나이떡’을 자신의 나이 수만큼 먹게 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또 겨울 동안 쉬고 있던 일꾼들을 불러 모아, 농사를 부탁하며 대접했다고 해서 ‘머슴 떡’이라고도 불렀습니다.

콩을 볶아 먹는 풍습도 있었는데요.

춘분 때 콩을 볶아 먹으면 새와 쥐가 사라져 곡식을 축내는 일이 없어질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불교에서는 춘분 전후 7일간을 ‘봄의 피안(彼岸)’이라 하여 극락왕생의 시기로 봤습니다.

이날 날씨를 보아 그해 농사의 풍흉(豊凶)을 점치기도 했는데요.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에 의하면, 춘분에 비가 오면 병자가 드물다고 합니다.

이날은 해가 보이지 않는 것이 좋으며, 구름 한 점 없이 청명하면 만물이 제대로 자라지 못한다고 합니다.

이날 운기(雲氣)를 보아 청(靑)이면 충해(蟲害), 적(赤)이면 가뭄, 흑(黑)이면 수해, 황(黃)이면 풍년이 든다고 점쳤죠.

만물이 소생하는 봄의 길목에서 나쁜 일은 훌훌 털어버리고 완연한 봄기운을 만끽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