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러시아에 등 돌리기 시작한 中 당국…그 이유는?

탕하오(唐浩)
2022년 05월 9일 오후 9:36 업데이트: 2022년 05월 10일 오후 2:42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는 속전속결로 전쟁을 끝낼 것이란 애초의 전망과는 달리 두 달 넘게 고전 중이다. 최근 러시아는 전승일(5월 9일)을 앞두고 공격 수위를 높였다. 하지만 이 중요한 시기에 러시아와 중국 공산당의 밀월관계에 극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러시아가 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래 중국 당국은 줄곧 ‘침공’이란 표현을 쓰지 않는 등 사실상 러시아를 두둔하는 스탠스를 취했다. 또한 관영 언론과 인터넷을 동원해 러시아 당국의 주장을 유포하는 등 러시아를 지지하도록 선동했다.

3월 14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러시아가 중국에 식량과 군사장비 지원을 요청했다. 베이징 당국은 이를 부인했지만 중국 공산당이 러시아의 가장 큰 후원자이고, 우크라이나 사태의 향배에 영향을 미칠 변수임은 분명하다. 그래서 미국도 베이징이 러시아를 지원하면 강력한 제재가 따를 것이라고 거듭 경고했다.

그런데 지난 며칠 사이에 중·러 양측 간에 의미심장한 일들이 일어났다.

4월 29일, 러시아 뉴스통신사 스푸트니크가 푸틴 대통령의 경제 고문인 보시스 티토프(Boris Titov)를 인터뷰한 보도를 실었다. 티토프는 3가지 사안에 대해 중국 당국을 공개 비판했다.

4월 29일, 러시아 뉴스통신사 스푸트니크가 푸틴 대통령의 경제 고문인 보시스 티토프(Boris Titov)를 인터뷰했다. | 스푸트니크 홈페이지 캡처

우선 티토프는 ‘러시아와 중국은 정치·외교적으로 전방위적으로 협력하고 있지만 경제 협력에는 미흡한 점이 많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미국과 유럽의 기술이 여전히 다른 나라를 능가한다”면서 러시아는 모든 방면에서 중국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반드시 ‘수입 대체 경로’를 찾아야 한다고 했다.

티토프의 이 말은 무엇을 의미할까? 그는 미국의 전면적인 제재로 인해 외국의 선진 기술과 제품을 구할 수 없는 러시아에 ‘의형제’인 중국 공산당이 필요한 기술과 제품을 제공하지 않는다고 불평한 것이다. 그래서 그는 중국의 기술력이 유럽과 미국보다 훨씬 뒤떨어진다고 조롱하면서 다른 수입 경로를 찾아야 한다고 말한 것이다.

이어 티토프는 “현재 중국 회사와 은행들이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2차 제재)이 두려워 러시아와의 거래를 꺼리고 있다”며 “워싱턴은 여전히 중국의 가장 중요한 교역 파트너이고, 러시아는 13위에 불과하다”고 했다.

티토프는 중국 당국이 겉으로는 러시아와 호형호제하면서도 속으로는 미국과 경제무역 관계를 유지하고 미국의 돈을 벌기 위해 러시아를 경제적, 기술적으로 도우려 하지 않는다고 불평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중국이 통화 부문에서 러시아와 충분히 협조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중국이 루블화로 거래하기를 꺼려 중러 양측은 여전히 달러화로 거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중공이 러시아 루블화 가치를 지탱하는 데 도움을 주지 않는다고 비판한 것이다.

티토프의 발언은 중국에서도 열띤 토론을 불러일으켰다. 정관계에서는 티토프의 발언에 직접 대응하지 않았지만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러시아 경제 규모가 크지 않다는 점을 들어 ‘루블화를 사들이는 것은 중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러시아의 불만에 직접 대응하지 않았지만, 양국의 밀월관계에 금이 가는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외교부의 대표적인 늑대전사 외교관 자오리젠(趙立堅)은 같은 날 매우 흥미로운 발언을 했다.

중국 외교부의 대표적인 늑대전사 외교관 자오리젠(趙立堅)이 4월 29일 정례브리핑에서 기자들에게 “중미 양국 인민의 상호 이해와 신뢰를 증진하는 가교 역할을 더 잘 수행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 영상 캡처

“중미(中美) 양국 인민은 항상 우호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으며, 양국 인민의 우정은 시종 양국 관계 발전의 근원적 활수(活水)이자 중요한 기초다.”

“이들 반중 세력은 이데올로기적 편견과 정치적 사욕을 위해 중미가 대항하고 분열하도록 부추기고 대량의 정치적 바이러스를 퍼뜨려 양국의 여론 분위기를 심각하게 악화시켰다. 우리는 당신을 포함한 모든 언론 기자들이 시대의 흐름과 민심에 순응해 긍정적인 에너지를 많이 발산하고 중미 양국 인민의 상호 이해와 신뢰를 증진하는 가교 역할을 더 잘 수행하기를 바란다.”

이것이 과연 자오리젠이 한 말이 맞는지 귀를 의심케 한다. 자오리젠이 갑자기 미중 관계에 대해 찬가를 부르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 발언은 과거 자신이 통렬히 비판한 ‘반중세력’의 인식과 완전히 부합한다.

자오리젠의 이날 기자회견 발언 전문을 보면 그는 여전히 ‘늑대전사’로서 미국을 물어뜯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례적으로 미중 관계에 대해 호의적인 표현을 쓰며 양국 인민의 친선을 강조했다. 그리고 그는 친강(秦剛) 주미 대사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가 친강을 언급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4월 29일 같은 날, 친강은 미국 아이오와주 유력 일간지 디모인 레지스터(The Des Moines Register)에 기고했다[링크]. 그는 이 기고문에서 지난 며칠간 미국 중서부 지역을 방문한 사실을 알리며 머리말을 이렇게 장식했다.

미국 아이오와주 유력 일간지 디모인 레지스터(The Des Moines Register) 4월 29일 친강(秦剛) 주미 대사의 기고문을 실었다. | 디모인 레지스터 홈페이지 캡처

“내 마음은 광활한 아메리칸 하트랜드에 머물러 있다. 나는 우정과 협력을 마음속에 지니고 왔다. 그리고 많은 즐거운 추억을 가지고 (워싱턴으로) 돌아왔다.”

그의 서정적 화법이 너무 달콤해 닭살이 돋을 지경이다. 선전전(宣傳戰) 차원에서 보면 이러한 표현 기법은 독자에게 ‘감동’을 주는 동시에 경계심을 내려놓게 한다.

친강은 또 무슨 말을 했을까? 그는 “나는 상생협력의 이야기에 감동을 받았다”, “나는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우정 이야기에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이 글의 말미에 이렇게 썼다.

“나는 우정과 협력으로 가득 찬 마음으로 하트랜드를 떠난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중·미 관계의 미래에 대한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이다. 장대한 미시시피강이 바다로 흘러가는 과정에서 어떤 저류에 의해서도 저지될 수 없듯이, 나는 중국과 미국의 관계 또한 더 나은 내일을 향해 계속해서 급상승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한마디로 이 글은 유화적인 태도를 보여 상대의 경계심을 허무는 통일전선 문장이다.

물론 이 글 한 편으로 미·중 관계가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러시아와 중국 공산당이 갈등을 빚기 시작한 날 발표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마치 싫증이 나기 시작한 애인의 투정에 질려 다른 여성에게 눈길을 돌리고 추파를 던지는 것과 같지 않은가?

하지만 이러한 연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 다음 날인 4월 30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신화통신이 우크라이나 외무장관 드미트로 쿨레바를 인터뷰했다. 이는 지금까지의 행보와 배치된다. 중국 공산당은 자국민들에게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을 ‘정의의 군대’라고 하고 우크라이나를 적이라고 선전해 왔기 때문이다. 신화통신은 왜 갑자기 적의 외무부 장관을 인터뷰했을까?

중국 공산당 기관지 신화통신이 지난 4월 30일 이례적으로 우크라이나 외무장관 드미트로 쿨레바를 인터뷰했다. | Nikolay Doychinov/AFP

이 인터뷰에서 신화통신은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이 러시아의 무력 도발을 ‘침공’이라고 표현하고 러시아를 ‘외국 침략자’라고 지칭하는 것을 허용했다.

이는 러시아에 대한 중국 당국의 태도가 바뀌었음을 보여준다. 게다가 지난 며칠간 외교 시스템에서도 미국에 유화적인 메시지를 내보내고 있다. 이는 조용히 ‘러시아를 멀리하고 미국에 다가가는’ 일종의 전략 전환의 징후로 볼 수 있다.

물론 중국 공산당이 하루아침에 180도 급선회하지는 못할 것이다. 중국 공산당의 외교 노선에 중대 변화가 있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제 정세가 중국에 불리하게 돌아감에 따라 러시아와 선을 긋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베이징이 이러한 정책적 판단을 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첫째, 중국 공산당이 러시아가 이번 전쟁에서 패배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베이징 당국은 전쟁 초기에는 분명히 러시아의 편에 섰다. 중러는 공동성명을 통해 “중·러 협력에는 제한도, 금지구역도, 상한선도 없다”고 했다. 이는 러시아가 대승할 것으로 판단한 데 따른 선택이었다.

하지만 전쟁이 시작된 후 상황은 예상외의 방향으로 흘러갔다. 러시아는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를 손에 넣지 못했다. 또한 세계 각국은 단합해 5000여 건의 제재를 가해 러시아를 경제난에 빠뜨렸다. 러시아가 패배할 가능성이 높아지자 베이징 당국은 정세 오판에 따른 정치적, 경제적 손실을 줄이기 위해 약삭빠르게 ‘꼼수’를 부리는 것이다.

둘째, 미국과 유럽 국가들의 러시아 제재의 불똥이 중국 공산당 권력자들과 중국 경제에 튈 것을 우려했다. 러시아는 서방의 5000여 건의 제재로 자금·기술·반도체 등의 공급이 끊겼다. 이를 바라보는 중국 공산당으로서는 긴장할 수밖에 없다.

또한 이번 제재에 중립국 스위스도 참여했다. 스위스 은행들은 지난 수백 년간 엄격한 은행 비밀제도를 유지하며 전 세계 부자들의 조세 피난처이자 독재정권·테러리스트의 불법자금 은닉처 역할을 해왔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이례적으로 국제사회의 제재에 동참했다.

스위스 당국은 4월 7일 제재로 동결된 러시아인의 자산 규모가 75억 스위스프랑(약 10조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스위스은행가협회는 지난 3월 17일 “스위스 은행들의 비밀계좌에 러시아 실로비키들의 재산 2130억 달러(약 258조원)가 예치돼 있다”고 폭로했다.

그렇다면 중국인의 은닉 자산 규모는 얼마나 될까? 통계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 관리들이 스위스 은행에 개설한 비밀계좌가 약 5000개에 달하고, 이 중 70%가 중앙급 고위 관리들의 것이다. 또한 이 중 상위 100명의 예금액만 7조8000억 위안(약 1478조 원)에 이른다.

스위스 은행들이 이 자산을 동결한다면 어떻게 될까? 공산당 관리들의 명단과 예금 액수만 공개한다 해도 대지진이 일어날 것이다. 분노한 중국 인민이 들고일어나 부패한 정권을 뒤엎을지도 모른다.

셋째,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도움이 필요하다.

올해 코로나 재확산에 따른 당국의 극단적인 ‘제로 코로나’ 정책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충격으로 중국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시진핑은 올해 경제성장률이 반드시 미국을 넘어서야 하고, 5.5% 성장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고 지시했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다.

시진핑은 이를 모를까? 물론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공산당 지도부는 최근 잇달아 경제 회의를 열고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현재 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3대 엔진’인 투자, 수출, 소비가 모두 시동이 꺼졌다. 실업난 또한 심각한 상황이다. 경제 상황이 더욱 나빠지고 실업 대란이 발생하면 시진핑의 3연임도 보장하기 어렵다.

이 같은 경제 위기가 베이징 당국의 최근 태도 변화에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고율 관세를 철폐하고 기술 수출 규제를 풀어줄 것을 기대하고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것이다. 그래야 제조업도 살리고 과학기술업도 살리고 수출도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넷째, 시진핑이 정세를 오판해 당내 비판에 직면했다.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당내 관리들은 미국의 제재 위력을 실감하게 됐다. 그들은 시진핑이 또 한 번 오판함으로써 중국도 국제사회의 공동 제재를 받을 위험성이 높다는 것을 알게 됐다.

또한 베이징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도시 봉쇄로 2차 피해가 커지고 있다. 특히 인구 2600만의 거대 도시 상하이를 한 달 동안 봉쇄함으로써 민원이 들끓고 있고 공산당 정권의 버팀목인 경제마저 흔들리고 있다.

그래서 베이징 당국은 오판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당내 비판의 포화를 줄이고, 공산당과 지도자의 대외 이미지를 살리기 위한 다목적 포석을 깔고 있는 것이다.

이 기사는 저자의 견해를 나타내며 에포크타임스의 편집 방향성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