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류마티스성 염증 질환 유발 가능성” 英 연구

마리나 장
2023년 11월 13일 오후 4:59 업데이트: 2023년 11월 13일 오후 4:59

영국 국립보건원 연구팀 “접종 후 평균 11일 만에 증상 보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관절염, 혈관염, 루푸스 및 성인형스틸병 등 류마티스 자가면역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국립보건원(NHS) 연구진에 따르면, 환자들은 평균적으로 백신 접종 후 11일 후에 류마티스 질환이 발병했다(연구 논문 링크).

이번 연구는 190건의 사례에서 총 271명의 참가자를 조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환자의 80% 이상이 코로나19 백신 1, 2차 접종 후 증상을 나타냈다.

자가면역질환은 외부의 침입으로부터 인체를 지키는 면역체계가 이상을 일으켜 인체를 공격해 발생하는 질환이며 대표적으로 피부나 인체 장기에 발생하는 루푸스, 관절·힘줄·근육·뼈에 염증이 나타나는 류마티스 관절염을 들 수 있다.

환자 대부분은 코르티코스테로이드로 치료 후 완치 혹은 증상 개선을 보였다. 75명(27% 이상)은 질병이 완치됐으며, 약 50%는 증상이 호전됐다. 다만, 8명은 중환자실에 입원했고 2명은 사망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코로나19 백신 투여와 류마티스 자가면역질환 발병 사이의 짧은 시간 간격은 잠재적인 인과관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백신 종류별로는 56.5%가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했고 약 22.5%가 아스트라제네카, 12.2%가 모더나 백신을 접종한 후 류마티스 질환을 나타냈다.

현재 미국의 경우에만 한정한다면, 류마티스 질환 발병률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의 가장 대표적 부작용으로 알려진 심근염보다 낮게 나타난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식품의약국(FDA)이 운영하는 ‘백신 부작용 보고 시스템(VAERS)’에는 코로나19 접종 후 부작용으로 3000건 이상의 심근염 사례가 등록돼 있으며, 관절염은 2300건 정도다.

또 다른 자가면역질환인 루푸스 중에서는 가장 흔한 전신 홍반성 루푸스는 370건 이상, 혈관염은 280건 이상 보고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혈관염 중에서 루푸스나 류마티스 질환과 동반 발병한 사례는 86건이었다. 혈관염은 대개 작은 혈관에 영향을 미쳐 피부에 붉은 반점과 덩어리를 일으키지만, 중대형 혈관에 발생해 장기나 근육, 신장 손상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큰 혈관에 염증이 발생한 한 혈관염 환자는 폐에 체액이 축적되는 증상을 보였고, 머리 동맥에 염증이 생기거나, 시신경으로 가는 혈류가 감소해 한쪽 눈 시력을 상실한 사례도 있었다.

또한 자가면역질환 중 하나인 다발성 근염과 피부근염도 수십 건 보고됐다. 근염은 근육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다발성 근염은 염증이 근육에만 머물지만, 피부근염은 피부에도 침범해 피부발진을 동반한다.

미 백신 부작용 보고 시스템에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다발성 근염과 구획증후군으로 숨진 40대 남성 1명과 피부근염과 당뇨병으로 숨진 60대 여성 1명 등 총 2명이 등록됐다.

구획증후군은 부종으로 인해 특정 근육 주변 공간에 증가하는 질환이다. 동맥이 압박을 받아 혈액 공급이 차단돼 근육과 조직이 괴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백신 접종 후 관절염 부작용이 55건, 성인형스틸병 22건, 류마티스성 다발성 근육통 21건이 보고됐다.

관절염 환자는 대부분 스테로이드 치료 후 호전됐으나 2명은 호전을 보이지 않았다.

발열, 관절염, 백혈구 증가 등의 증상을 보이는 자가면역질환인 성인형스틸병 환자 중 6명은 심장질환을 나타냈으며 이 중 2명은 심근염과 심부전으로 발전했다.

자료사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이미지. | EPA=연합뉴스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자가면역질환

연구진은 일부 환자들이 류마티스 질환에 더 취약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론했다.

일부 사람들은 mRNA 백신 접종에 대해 강한 염증 반응을 일으키기 쉬워, 관절 경직이나 염증과 같은 류마티스 증상을 유발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자가면역질환의 발병에 대한 두 가지 설명이 있는데, 한 가지 유력한 설명은 신체가 이물질과 자신을 혼동하여 면역 반응을 일으키는 것을 가리키는 ‘분자 모방(molecular mimicry)’이다.

연구팀은 알루미늄과 같은 백신 보조제, 즉 백신과 함께 투여하여 효과를 높이는 보조제가 구조적으로 인간 단백질과 유사하다고 추론했다. 따라서 신체가 외래 침입자로 인식되는 보조제를 공격하다가 실수로 비슷한 인체 조직을 공격했을 가능성이 있다.

많은 연구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외곽을 둘러싼 돌출된 조직인 ‘스파이크 단백질’이 인체 조직(단백질)과 구조적으로 유사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한 연구에서는 스파이크 단백질에 반응하는 항체가 거의 30개의 서로 다른 인간 조직에도 반응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백신은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을 약화(불활성화)해 인체에 주입한 후, 면역체계가 이를 이용해 면역력을 갖추도록 한다. 반면 mRNA 백신은 인체 세포에 mRNA를 주입, 세포 스스로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을 생성해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코로나19 백신에 의해 생성된 스파이크 단백질이 자가면역을 유발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분자 모방 외에 자가면역질환에 대한 또 하나의 설명은 mRNA 백신이 인플라마좀(inflammasomes·염증복합체)의 형성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플라마좀은 급성·만성 염증질환을 유발해 체내 바이러스 제거를 촉진하는 단백질 복합체다.

백신으로 인플라마좀이 발생하면, 이를 제거하기 위해 면역 세포가 과도하게 활성화되면서 자가 조직에 손상을 입히는 것으로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