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월가 거물들이 중국을 떠나고 있다

왕허(王赫)
2024년 03월 11일 오후 5:14 업데이트: 2024년 03월 11일 오후 5:14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중국 자산관리 사업부가 지난해 12월 이후 인력의 약 9%인 15명의 직원을 감원했다고 지난 6일 로이터통신이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선전에 본부를 둔 모건스탠리 IM 차이나에 따르면 2023년 말 펀드 자산은 정점(2021년 6월) 대비 53% 급감한 198억 위안(약 3조6105억원)을 기록했다. 이 회사의 전 합작 파트너인 화신증권의 재무보고서에 따르면 모건스탠리 펀드는 2022년에 4856만 위안(약 88억원)의 순손실을 냈고, 2023년 중간 보고서에서도 2328만 위안(약 42억)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모건스탠리는 중국 정부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중국 정부가 금융 시장을 개방하면서 모건스탠리는 중국 사업 확장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수익은 기대에 못 미쳤다. 사실 모건스탠리 내부에서는 중국 경제에 대해 낙관적으로 전망하지 않는다.

지난해 8월 2일 모건스탠리는 중국 주식에 대한 투자 의견을 기존의 ‘비중 확대’에서 ‘비중 유지’로 낮췄다. 이에 중국 당국은 불쾌함을 표출했다.

모건스탠리는 중국 정부의 불만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A주에 대한 의견을 상징적으로 수정하고, 5000만 달러(약 656억원) 이상의 자체 매입 계획, 즉 모건스탠리 중국 A주 펀드가 펀드 발행 주식의 최대 20%를 현금으로 사들이는 계획을 내놓았다.

그러나 JP모건은 모건스탠리만큼 조심스럽지 않은 듯하다. JP모건의 시장 및 투자전략 책임자 마이클 셈발레스트는 2024년 전망 보고서에서 중국 주식시장이 ‘밸류 트랩(가치함정)’에 빠졌으며 올해 막다른 골목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밸류 트립’이란 저평가 상태임에도 주가는 오르지 못하는 상황을 말한다.

보고서는 2001년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이후 보여준 주식시장의 놀라운 성과는 이제 먼 추억이 됐다고 지적한다. 중국 주식시장의 주가수익률은 항상 미국보다 낮았고, 대부분의 경우 유럽보다 낮았다. 그 결과 중국 주식시장은 저조한 성과를 거두었다. 2019년 1월 1일부터 2023년 말까지 미국 주식시장은 107%, 유럽 주식시장은 58% 상승한 반면 중국 주식시장은 17% 하락했다.

또 다른 거물 골드만삭스는 중국 주식시장에 대해 상당히 극적인 판단을 내리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중국 주식 수석 전략가인 킹거 라우(Kinger Lau)는 MSCI 중국 지수와 CSI300 지수의 2024년 수익률을 각각 17%와 19%로 전망했다. 그는 기업 수익이 약 10% 증가하고 중국 당국의 정책이 효과적으로 시행될 것이므로 고배당 A주를 유지할 것을 권장했다.

그러나 최근 블룸버그의 보도에 따르면 골드만삭스의 자산 관리 최고 투자 책임자인 샤르민 모사바르-라마니(Sharmin Mossavar-Rahmani)는 “모든 고객이 ‘중국 주식이 이렇게 저렴한 걸 보면 악재가 사라진 것 아니냐’고 묻는데, 우리의 견해는 중국에 투자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라마니가 제시한 ‘결정적인 이유’는 세 가지다. △중국 경제의 3대 축인 부동산시장·인프라·수출 등이 약화됐고, 또 향후 10년간 꾸준히 둔화할 것이란 점, △중국 당국의 정책 수립에 명확성이 부족하고, 지금까지 장기적인 정책 방향이 무엇인지 불분명하다는 점, △경제 데이터가 불투명하다는 점 등이다.

중국 당국은 지난 1년간 이른바 정보 보안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중국 외부로의 정보 유출을 제한하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청년 실업률 데이터 공개를 수개월간 유예했고, 지난 4일에는 수십 년간 지속된 국무원 총리의 양회(전인대+정협) 기자회견을 취소했다.

이어 라마니는 중국 당국이 2023년 성장률이 5%를 넘는다고 발표했지만 “실제 성장률 수치는 훨씬 낮다고 보는 전문가가 많다”며 중국 주식에 손대지 말 것을 조언했다.

중국 당국은 현재 연례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를 개최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 유치를 통해 경제난을 타개하기 위해 “금융 부문의 대외 개방을 높은 수준으로 추진하기 위해 제도형 개방을 해야 한다”며 ‘외국인 투자 허가 네거티브 리스트(외국인의 시장 참여 제한 영역을 특정한 목록)’에서 금융업 관련 규제 조치를 완전히 없애고, 외국인 투자은행 및 보험 기관의 업무 범위를 중국 투자 기업과 완전히 일치시키고 내국인과 같은 대우를 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모건스탠리, JP모건, 골드만삭스 등은 중국 공산당의 덫에서 벗어나기 위해 중국을 멀리하기 시작했다.

월가의 거물들이 수년간 중국에 투자했으나 성과가 좋지 못한 데다 중국 경제의 치명적인 폐단을 절실하게 알게 되면서 중국 공산당에 대한 환상이 깨졌기 때문이다. 한편, 동남아와 인도 경제의 성장, 그리고 일본 경제의 회복은 아시아 경제의 판도를 바꾸고 있어 월가에는 새로운 선택지가 생겼다.

JP모건은 2023년 중국 투자 고객에게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해 올린 수익은 4700만 달러(약 617억원)에 그쳤지만, 동남아 투자 고객에게서 얻은 수익은 8900만 달러(약 1168억원)나 됐다. JP모건이 2년 연속 중국보다 동남아시아에서 더 높은 수익을 낸 것이다.

미국의 금융정보 제공업체 딜로직(Dealogic)의 1월 3일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투자은행들은 동남아시아에서 주식 및 채권 발행 자문 수수료로 총 8억9200만 달러(약 1조1712억원)를 받았고, 중국 고객으로부터는 8억5400만 달러(약 1조1209억원)의 자문 수수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에는 중국 고객의 자문 수수료가 38억3000만 달러(약 5조276억원), 동남아시아 고객의 자문 수수료가 9억6400만 달러(약 1조2648억원)였다.

월스트리트 입장에서는 중국 시장과 동남아시아 시장의 위상이 불과 3년 만에 뒤바뀐 셈이다. 동남아시아의 주식 및 채권 발행 자문 수수료 규모는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중국의 규모가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이 결정적인 요인이다. 경제 침체에 더해 중국 공산당 당국의 사회주의 복귀 정책이 타격을 입혔기 때문이다.

월가는 이를 잘 알고 있다. 여기에 미·중 간의 ‘극심한 전략 경쟁’으로 인해 월가가 압박을 받고 있고, 중공이 대만을 공격할 위험까지 있어 월가의 거물들이 중국을 멀리하고 있다. 지금은 월가의 거물들이 싫든 좋든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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