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국제유가…배럴당 100달러 고유가 시대 오나

이윤정
2023년 09월 19일 오후 1:13 업데이트: 2023년 09월 19일 오후 1:13

사우디·러시아 감산으로 공급 차질 우려
美·中 수요 확대 전망도 고유가 견인

국제유가가 상승세를 이어가며 연중 최고치를 다시 갈아치웠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감산에 따른 공급 차질 우려에다 미국의 경기 호조세, 중국의 일부 경제 지표 회복세에 따른 수요 확대 전망까지 겹치면서다.

9월 18일(현지 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 종가는 배럴당 91.4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4일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선 이후 상승세를 지속하던 WTI 가격은 이날도 전 거래일 종가 대비 0.78% 급등하며 올해 최고 가격을 경신했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선물도 전 거래일보다 50센트(0.53%) 오른 배럴당 94.43달러로 거래를 마감했다. 브렌트유는 지난주에만 4%가량 올랐다.

국제유가가 3주 연속 오름세를 보이는 가운데 WTI와 브렌트유 둘 다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고유가는 무엇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감산에 따라 글로벌 원유공급에 차질이 올 거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진 탓이다.

앞서 이달 초 사우디아라비아는 올 연말까지 하루 100만 배럴 감산을 올 연말까지 연장하기로 밝힌 바 있다. 러시아도 이달부터 30만 배럴 감산을 연말까지 유지하기로 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올해 4분기부터 하루 300만 배럴 이상의 공급 부족을 전망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사우디와 러시아의 지속적인 감산과 관련해 “하반기에 상당한 원유 공급 부족을 겪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여기에다 미국의 경기 호조세와 중국의 일부 경제 지표 회복 가능성이 수요 확대 전망으로 이어지면서 유가 상승을 부채질한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 경제는 애초 4분기 부진이 예상됐지만, 예상보다 양호한 경제 지표를 보이는 상황이다. 중국의 경기 악화는 그동안 유가 상승을 막는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중국 경제가 호조를 보일 경우 석유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성장세가 기대보다 둔화하긴 했지만, 유가 상승을 견인하는 주된 동력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유가가 배럴당 90달러대 중반까지 오르면서 머지않아 배럴당 100달러를 넘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씨티그룹 등 투자은행들은 올해 안에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이처럼 국제유가가 치솟으면서 국내에서도 경제 둔화와 물가 상승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은 10주 연속 상승세다. 특히 지난달 국내 평균 유가는 전월 대비 8.3% 상승했다.

지난 16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9월 둘째 주 기준 리터(L)당 휘발유 평균 가격은 전주 대비 9.6원 오른 1759.6원으로 집계됐다. 경유 가격은 1655.3원으로 전주 대비 14.7원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유가 상승에 따라 항공권에 포함되는 유류할증료도 다음 달부터 대폭 오를 전망이다. 항공사에서 적용하는 ‘거리비례 구간제’는 이동 거리가 멀수록 더 많은 할증료가 책정된다. 대한항공은 10월부터 국제선 항공권 이동 거리별로 편도 기준 3만800원~22만6800원을 유류할증료로 부과한다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도 다음 달부터 3만2000~17만7100원의 유류할증료를 책정할 방침이다. 국내선 유류할증료도 1만3200원으로 이달보다 3300원이 더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