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마디 말보다 사진 한 장” 중국 발칵 뒤집은 駐日 미국대사

한동훈
2023년 09월 23일 오후 12:37 업데이트: 2023년 09월 25일 오후 1:24

일본 EEZ 침범해 조업하는 중국어선 포착
美 대사 “중국이 수입금지한 바로 그 수산물”

중국을 상대로 날카로운 풍자를 이어 온 일본 주재 미국대사가 또 한 번 강펀치를 날렸다.

람 에마누엘 대사는 22일 소셜미디어 엑스(X·구 트위터)에 “사진 한 장이 천 마디 말보다 낫다”며 조업 중인 중국 어선으로 보이는 사진들을 올렸다.

에마누엘 대사에 따르면, 해당 해역은 일본의 배타적 경제수역이다. 중국 정부가 수입 금지한 바로 그 바다에서, 중국 어선들이 생선을 낚아올리고 있는 것이다.

그는 “중국이 일본 수산물 수입을 금지했음에도 중국 어선들은 9월 15일 일본 연안에서 조업 중이었다”라고 쓰고 마지막에 ‘#후쿠시마’라는 해시태그를 달았다.

이날 에마누엘 대사는 도쿄의 한 공식석상에서 “경제적 강압은 중국의 경제 도구 상자에서 가장 끈질기고 해로운 도구”라고 말했다. 경제를 하나의 압박 수단으로 악용한다는 것이다.

이에 중국 외교부는 일본의 “무책임한 행동”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는 미국 측, 특히 미국 쪽 정치인들이 일본의 무책임한 행동을 옹호하고 용인하는 편향된 태도를 중단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중국은 일본산 수산물의 최대 시장이다. 중국 공산당의 수입 금지 조치로 일본 수산업은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지난달 24일 일본 도코전력이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제1원전에서 오염수를 처리해 방류하기 시작하자, 중국 공산당은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번 방출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환경과 해양 생물, 인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미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관점에서, 수입 금지 조치는 중국인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일본 수산업계가 기시다 후미오 내각에 불만을 갖게 해 기시다 내각을 고립시키려는 것으로 읽힌다.

또한 한국 등 주변국도 중국과 비슷한 조치를 도입해 일본 압박에 동참하거나 주변국 국민들이 자국 정부에 ‘중국과 같은 대응을 하라’고 촉구하도록 유도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에마누엘 대사는 최근 국제사회의 상식을 벗어난 중국의 행태를 직격해왔다.

앞서 8일에는 “시 주석 내각은 애거사 크리스티 소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닮아간다. 처음에는 친강 외교부장, 로켓군 사령관이 사라지더니 이제 리 부장이 2주 동안 공개석상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고 썼다.

‘리 부장’은 리상푸 중국 국방부장(장관)을 가리킨다. 외교부장, 로켓군 사령관, 국방부장이 연이어 ‘실종’되는 중국의 기이한 정치상황을 비판한 것이다.

에마누엘 대사는 또한 “이 실업 경쟁에서 누가 승리할까? 중국 청년들인가, 시진핑 내각인가”라고도 썼다. 시진핑 내각 관료들이 줄줄이 실각하는 상황을 중국의 높은 청년 실업률에 빗대어 꼬집었다.

외교관이 상대국 국가 정상을 직접 호명하며 비판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여겨진다.

중국도 격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좌파매체인 NBC에 따르면, 익명을 요구한 조 바이든 행정부 관리들은 중국이 에마뉴엘 대사 게시물에 분노했다고 전했다.

다만, 중국이 미국과 그 동맹국을 상대로 가짜 뉴스를 이용한 여론 공작을 지속해 상대국의 강경한 대응을 자초한 부분도 지적된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11일 지난달 미국 하와이 산불은 ‘미군의 비밀무기 시험’ 때문이라는 음모론의 배후가 중국이라고 보도했다.

NTY는 미 싱크탱크 랜드연구소와 마이크로소프트(MS), 메릴랜드대가 종합 분석한 자료를 인용해 이같이 전하면서, 중국이 음모론의 신빙성을 높이려 인공지능(AI) 기술을 사용한 조작 사진까지 만들어 퍼뜨렸지만 별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했다고 덧붙였다.

주일 美 대사, 백악관 비서실장까지 지낸 민주당 ‘람보’

람 에마뉴엘 일본 주재 미국대사. | AFP/연합뉴스

민주당 소속 3선 하원의원 출신의 에마뉴엘 주일 미국대사는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백악관 보좌관,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백악관 비서실장을 역임한 진성 민주당원이다.

그는 클린턴 보좌관 시절 자신의 성씨인 ‘람(Rahm)’과 영화 ‘람보’의 주인공 이름을 합성한 ‘람보(Rahmbo)’라고 불릴 정도로 화끈한 성격인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지난달 23일,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 방류를 하루 앞두고는 교토통신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일본 정부의 방류 결정에 관해 “과학적이고 투명하다”고 지지 의사를 명확히 했다.

같은 달 31일에는 후쿠시마의 한 도시를 방문해 현지 수산물로 식사를 하고 수산물 시장을 찾아 쇼핑을 했다. 미국을 대표하는 외교관으로서 동맹국 정부에 대한 흔들림 없는 신뢰를 보여준 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