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얼굴을 그리다, 18세기 파리지앵을 그린 레오폴드

로레인 페리에(Lorraine Ferrier)
2023년 08월 22일 오후 8:29 업데이트: 2024년 01월 19일 오후 5:22

프랑스 혁명과 혁명전쟁, 나폴레옹 전쟁이 일어난 19세기 전후 프랑스 역사의 격동기에 많은 파리지앵의 모습을 그렸던 화가, 루이 레오폴드 부알리는 사실 우리에게 친숙한 이름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는 약 5,000점의 아름답고도 사실적인 초상화를 그렸고, 뛰어난 기술과 재치가 돋보이는 풍자화를 그리기도 했습니다. 또한 그는 당대 프랑스인들의 일상을 담은 풍속화를 창작한 최초의 프랑스 예술가로도 꼽힙니다.

초상화와 환상주의

나무 공예사의 아들로 태어난 레오폴드는 유년기를 보냈던 프랑스 북부지역에서 유행한 예술 장르인 환상주의 작품을 그리기도 했습니다.

1804년 그가 그린 작품, ‘눈속임’은 그의 환상주의 작품 중 대표작으로 꼽힙니다. 사실적인 인물화와 특수한 기법이 공존하는 이 그림 속에는 동전, 유리 렌즈와 인물화가 함께 그려져 있습니다. 찢어지고 구겨진 종이와 심지어 그림 속 나무 액자 또한 그려진 것입니다.

이 작품 외에도 많은 수의 ‘눈속임’ 시리즈를 그린 레오폴드는 당시 그림을 감상하는 이들에게 많은 즐거움을 줬을 뿐만 아니라 현대의 관객에게도 무엇이 진짜인지 살펴보는 즐거움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회화와 역사

레오폴드의 수많은 작품 중 1812년에 그린 작품 ‘터키 정원 카페 입구’에는 나폴레옹 시대 파리의 번잡함과 인물들의 복식, 생활상이 상세히 묘사되어 있습니다.

많은 사람 속 한 소년은 애완 마멋(쥐목 다람쥣과 동물)을 한 부부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어린 소년이 인형극을 선보이고 있고, 그를 둘러싼 군중들은 관심 어린 눈빛으로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당시의 중산층들이 주로 모여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던 이곳의 한편에는 이 작품의 작가, 레오폴드 본인이 앉아 차분히 우리를 관찰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레오폴드는 당대 인물들의 생활상과 아름다움에 많은 관심을 쏟았습니다.

역사적 순간을 다시 그려내다

레오폴드는 당대 인물들의 삶의 모습만 그린 것이 아니라, 역사의 순간 또한 그림으로 담아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동시대를 살았던 다른 예술가에 대한 관심과 찬사를 그림으로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1804년 12월 2일, 나폴레옹은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화려한 대관식을 거행해 프랑스의 황제로 즉위했습니다. 그리고 나폴레옹은 당대의 또 다른 유명한 화가, 자크 루이 다비드에게 대관식을 기억하기 위한 그림을 그려달라고 의뢰했습니다.

이렇게 탄생하게 된 작품이 바로 다비드의 ‘나폴레옹의 대관식’입니다. 가로 약 10미터, 세로 약 6미터의 이 대형 작품은 화려하고도 섬세한 묘사로 즉위식의 위엄과 웅장함을 사실적으로 반영했습니다. 이 엄청난 작품은 그림을 의뢰한 나폴레옹에게 극찬을 받았고, 1808년 당시 루브르 박물관에 처음 전시되어 대중들에게 사랑을 받게 되었습니다.

아울러 당시 프랑스 황실은 이 엄청난 작품이 공개되는 순간 또한 그림으로 남기고 싶어 했습니다. 이에 레오폴드는 그림 제작 의뢰 제안을 수락했고, ‘나폴레옹의 대관식’의 원작자 다비드는 레오폴드의 예술적 재능을 칭찬하며 그의 작품에 대한 기대와 지지를 보냈습니다.

다비드의 작품이 대중에게 공개된 지 2년 뒤, 레오폴드는 ‘루브르에서 다비드의 ‘대관식’ 관람’을 완성했습니다. 그림 속에는 대관식 장면을 보기 위해 흥분한 사람들이 기대감에 가득 차 그림에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노력합니다. 부모는 아이를 어깨에 올려 그림을 가까이서 볼 수 있게 해주고, 다른 이들은 그림 속 장면을 가리키며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림의 왼편에는 당시의 경찰이 작품에 대한 안내문을 낭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레오폴드는 화면 가운데의 세 개의 모자를 사용해 우리 시선이 그림 속에 그려진 다비드의 그림에 초점을 두도록 유도합니다.

이 작품을 통해 레오폴드는 다비드의 그림에 대한 찬사뿐만 아니라 나폴레옹에 대한 찬사, 그리고 당시를 살았던 파리지앵들에 대한 애정과 찬사의 뜻을 표했습니다.

시대를 사랑한 화가

당대의 시대상을 그림으로 풀어냈던 작가, 당대 인물들의 초상화를 통해 그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떤 삶을 영위하고 있는지, 그들의 삶이 어떤 모습인지를 보여준 루이 레오폴드 부알리. 그의 수많은 작품은 유럽 곳곳에 남아서 지금까지도 우리를 즐겁게 해주고 있습니다.

로레인 페리에는 영국 런던 교외에 거주하며 에포크 타임스에 미술과 장인 정신에 대해 글을 씁니다.

*류시화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영상화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