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아름다움을 찾아서…젊음, 시간, 그리고 신성

에릭 베스(Eric Bess)
2023년 09월 4일 오후 6:26 업데이트: 2024년 01월 19일 오후 5:21

소셜 미디어(SNS)로 내 일상을 공유하고, 타인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일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모든 것에는 장단점이 있지만 소셜 미디어의 과용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는 미지수다.

소셜 미디어에는 많은 이들이 자기 삶이 물질적으로 풍요롭고 부러움을 살 만한 모습인 듯, 아름답고 가치 있는 삶을 영위하고 있는 듯 포장해 그 단편적인 장면을 사진이나 글, 영상으로 공유한다. 이처럼 많은 이들이 자신을 아름답게 보이는 수단으로 소셜 미디어를 사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세태는 진정한 아름다움, 즉 내면의 아름다움을 소유하는 것이 아닌 외면적인 아름다움에 초점을 두는 양상을 띠고 있다.

‘노년에게 아름다움을 훼손하도록 지시하는 시간’(1746), 폼페오 지롤라모 바토니. 캔버스에 유채, 135.3×96.5센티미터. 런던 내셔널 갤러리 | 공개 도메인

폼페오 지롤라모 바토니(1808-1787)의 작품 ‘노년에게 아름다움을 훼손하도록 지시하는 시간’은 이러한 세태 속에서 우리로 하여금 진정한 아름다움의 신성한 본질에 대해 생각하게 해준다.

바토니의 ‘아름다움’

‘노년에게 아름다움을 훼손하도록 지시하는 시간’에서 바토니는 자연 속에 서 있는 세 명의 인물을 그렸다. 그들 중 주인공은 ‘아름다움’이다. 그녀는 화면 왼쪽에 서서 생동감 있는 분홍빛 치맛자락을 끌어안고 있다. 그녀에게서 물씬 풍기는 젊음의 싱그러움과 뒤편 암벽의 단단한 질감이 대조를 이룬다.

바위에 걸터앉은 노인은 ‘시간’이다. 시간의 한 손은 아름다움을 가리키며 뻗고 있고, 다른 한 손으로는 모래시계를 들고 있다. 그는 하얀 바위 위에 앉아있는 나이 든 여인, 바로 ‘노년’에게 아름다움의 얼굴을 나이 든 모습으로 바꾸라고 지시하고 있다.

아름다움과 노년의 옷은 색채부터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흙빛의 칙칙한 색감과 노년의 주름지고 그을린 피부는 마치 하나처럼 보인다. 노화를 비껴가지 못한 노년의 피부는 대리석처럼 빛나면서도 발그레한 피부와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아름다움은 노년의 손길을 뿌리치려 고개를 돌린다.

이 작품에서 직관적으로 전해지는 메시지는 ‘젊음과 아름다움은 영원하지 않다’는 것으로 보인다. 화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가며 시간이 흘러 노화가 진행되는 것은 자연의 이치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그림 속 요소를 더 이해하고 깊게 살펴보면 그 이상의 내용을 내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시간의 가치와 본질

시간은 천사의 날개를 달고 파란색 옷을 느슨히 덮고 있다. 날개는 그가 신적인 존재임을 알려주고, 파란색은 당시 신성을 상징하는 색이었기에 파란색 옷은 시간이 신성한 존재임을 알려주는 요소로 등장한다. 신성한 존재인 그는 지상에서 일어나는 일에 개입해 그 과정과 결과를 바꿀 힘을 지니고 있다.

그의 손에 들린 모래시계는 시간의 흐름과 변화, 운명을 의미하는 상징물이다. 모래시계는 관객들에게 시간을 허비하고 있진 않은지, 운명에 순응해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를 상기하게 한다. 또한 시간은 거의 옷을 입지 않은 채로 묘사된 유일한 인물로, 스스로를 가리거나 꾸미지 않고 본질을 드러내고 있다. 시간 속에는 사실과 신성한 진리가 담겨 있다. 시간은 아름다움을 향해 뻗은 손을 통해 아름다움의 운명에 대한 신성한 진리를 전달한다.

시간의 경고

‘노년’에게 아름다움을 훼손하도록 지시하는 ‘시간’(1746)의 일부, 폼페오 지롤라모 바토니. 캔버스에 유채, 135.3×96.5센티미터. 런던 내셔널 갤러리 | 공개 도메인

시간과 노년은 바위 위에 앉아 아름다움을 바라보고 있다. 이와 대조되게 아름다움은 우뚝 서서 관객 쪽을 바라보고 있다. 아름다움은 관객에게 자신을 온전히 보여주는 유일한 인물이다. 허영심과 과시욕에 자신을 드러내고 우월감을 느끼고 싶어 한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는 시간은 그녀를 해치려는 목적이 아닌, 진정한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일깨워 주기 위해 경고를 전한다.

아름다움은 지금은 청춘의 기운으로 반짝인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젊음의 빛은 퇴색되어 버린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시간이나 노화에 의해 파괴되는 것이 아닌 영속성을 지니는 것으로, 신성을 높이고 진리를 깨닫는 것이다. 시간은 진정한 아름다움이 어떤 것인지 깨닫게 하기 위해 노년에게 지시해 아름다움의 ‘지금’을 훼손시키려 한다.

진정한 아름다움을 찾아서

자기 과시적이고 일회성적인 글과 사진이 넘쳐나는 소셜 미디어 시대. 우리는 이러한 세태 속에서 진정한 아름다움이 어떤 것인지,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 속에서 어떤 것을 지향하고 살아가야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운명에 순응하는 것인지, 우리 내면에 내재한 선함을 일깨우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성찰하는 도덕적 통찰력을 바토니의 작품 ‘노년에게 아름다움을 훼손하도록 지시하는 시간’에서 얻을 수 있다.

에릭 베스는 시각 예술 박사 과정 연구소(IDSVA)의 박사 과정 후보자이자 뉴욕 주 미들타운에 있는 페이티안 대학의 조교수입니다.

*류시화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기사화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