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GDP 성장률 5.3% 발표…분석가들 “다른 수치랑 안 맞아”

강우찬
2024년 04월 18일 오후 4:50 업데이트: 2024년 04월 18일 오후 6:26

소비·투자 4.6~7%, 수출은 제자리 사실상 제자리 걸음
1분기 경제지표 5% 넘은 건 제조업 성장률 6%가 유일
전문가 “투자 4.5% 늘려 6% 성장했다는 주장…믿겠나?”

중국의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이 5.3%를 기록했다고 중국 공산당 당국이 발표했다. 관영 언론들은 중국 국가통계국 부국장의 발언을 인용해 “현실적”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날 중국의 부동산, 소비, 산업 관련 지표들은 부진을 면치 못했고 주식과 외환 시장은 급락세를 보이며 경제성장률과는 사뭇 다른 추세를 나타냈다.

중국 공산당에 비판적인 경제 전문가들은 5.3%라는 중국 경제성장률은 신뢰하기 어렵다며 부동산 침체와 금융 리스크 증가로 중국 경제에 폭풍이 가까워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국가통계국은 16일 1분기 국민경제 실적을 발표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동기 대비 5.3%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로이터통신이 경제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전망치 4.6%보다 높은 수준이다.

국가통계국은 “1분기 국가 경제가 많은 긍정적 요소가 축적되면서 좋은 출발을 했다”고 말했다.

관영 신화통신 한국어판은 “일부 시장조사기관이 내놨던 전망치보다 높은 수치”라며 “올해 1분기 기대 이상의 성적표를 공개하며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르면, 중국의 소비현황을 가늠할 수 있는 주요 지표인 ‘소매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4.7% 증가했고, 중국의 거시경제를 나타내는 ‘고정자산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4.5% 증가했다.

전년 동기 대비 경제성장률 5.3%…신화망 “쾌조의 스타트”

앞서 12일 중국 해관총서는 지난 3월 수출액(달러 기준)은 전년 동기 대비 7.5% 감소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8월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3월 무역 흑자는 585억5천만 달러(약 8조348억원)로 집계됐다. SCMP 전망치(691억 달러), 로이터 전망치(702억 달러)에 모두 미치지 못했다.

대만 주요 경제 싱크탱크인 중화경제연구소 왕궈천(王國臣) 연구원은 17일 에포크타임스에 “5.3%는 가능성이 희박하다”며” 소비 4.7%, 투자 4.5%이고 수출은 무역흑자를 기록했지만 성장률이 GDP 성장률에 크게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당국 발표를 종합하면 중국의 올해 1분기 무역수지는 1837억1500만 달러 흑자로 전년 동기(1809억7백만 달러 흑자)와 비교하면 1% 정도 성장한 규모다. 관측통에 따라서는 0.7% 감소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왕 연구원은 “무역흑자 규모는 GDP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다. 소비 증가량(4.7)과 투자 증가량(4.5)의 평균을 구하면 4.6%로 로이터통신 추정치와 같다”며 “5.3% 성장은 약간 과장된 것”이라고 말했다.

수출·소비·투자(고정자산투자)는 중국 경제 성장의 삼두마차로 불린다. 중국 국가통계국과 해관총서가 각각 발표한 수치를 종합하면 세 마리 말 중 두 마리는 느리게 달렸고 남은 한 마리(수출)는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했는데, 마차는 앞에서 끄는 말보다 더 빨리 달렸다는 이야기가 된다.

중국 출신 재미평론가 차이션쿤 역시 자신 “국가통계국 발표가 상식에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엑스(X·구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지난해와 올해 중국이 발표한 공식 통계를 비교한 인터넷 게시물을 소개하며 “거의 모든 경제성장 지표가 올해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 5% 이하였으나 GDP 성장률만큼은 5.3%로 차트를 벗어났다”고 꼬집었다(링크).

왕 연구원은 당국이 발표한 1분기 생산성에 관해서도 “지금까지 중국의 생산성을 고려하면 의문”이라고 말했다.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의 ‘규모 이상 기업[연간 매출액이 2천만 위안(약 38억원) 이상인 공업 기업]’의 부가가치 상승률은 1월과 2월 각각 7.0% 상승했지만 3월 4.5%에 그치면서 1분기 평균 6.1% 상승을 나타냈다.

산업 분류별로 보면 1분기에 1차산업(농림수산업 등)은 3.3%, 3차산업(금융·서비스업)은 5.0% 성장했는데 2차산업(제조업 등)이 6.0% 성장하며 GDP 성장을 주도했다는 식이다.

“4.5% 투자하면 6.1% 성장”…시진핑 ‘신품질 생산성’의 기적?

왕 연구원은 “이 발표를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신품질 생산성’의 효과가 극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의미”라며 “다시 말해 4.5%를 투자하면 6.1%의 생산 능력이 창출된다는 뜻인데 매우 놀라운 주장”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신품질 생산성’은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가 지난해 9월 헤이룽장성을 시찰하면서 처음 내놓은 개념이다. ‘파괴적인 기술 발전’으로 생산력을 끌어올린다는 내용이다.

대량의 자원을 투입하고 막대한 에너지를 소모하던 발전 방식에서 탈피하겠다는 주장이 담겼다.

그동안 중국 공산당이 주도하던 발전 방식이 환경에 많은 부담을 주면서도 효율이 낮은 형태였음을 사실상 시인한 셈이지만, 관영 언론들은 이를 미국을 따라잡을 비장의 수가 될 것처럼 보도해 왔다.

하지만 중국이 지난 수십 년간 기술 발전을 추구해 왔다는 점에서 구체적 방식이 결여된 새로울 것 없는 구호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로이터통신은 “중국이 이를 어떻게 이행할 것인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왕 연구원은 “모든 투자가 반드시 부가가치 증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투자 중 일부는 장비 구입이나 다른 비생산적인 측면을 처리하는 데도 사용된다”며 “게다가 중국 경제는 방만한 경영이라는 고질병에 시달려 왔기에 투자를 4.5% 늘려 생산성을 6.1% 향상했다는 당국 발표는 의심스럽다”고 평가했다.

이어 “투자는 항상 손실 위험이 따른다. 지난 20년간 중국 정부의 투자는 항상 그 투자 이상의 효율을 거두지 못했다는 인상이었는데, 갑자기 올해 1분기에 달라졌다고 하면 누가 덥석 믿겠나”라고 덧붙였다.

* 이 기사는 칭징, 이루 기자가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