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코로나 원인 2주 숨겼다…“전세계 살릴 골든타임 놓쳐”

에바 푸(Eva Fu)
2024년 01월 19일 오후 3:12 업데이트: 2024년 01월 19일 오후 3:12

중국 당국이 코로나19 관련 데이터를 최초로 공식 발표하기 2주 전 이미 코로나19를 유발하는 바이러스 ‘SARS-CoV-2’에 대한 유전자 분석을 마친 것으로 밝혀졌다.

코로나19의 구체적인 발병 원인을 알고도 2주간 이를 은폐했다는 뜻이다. 이로써 바이러스 확산을 막을 골든타임을 놓치게 됐고,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퍼져나가는 결과가 초래됐다.

지난 17일(현지 시간) 미 하원 에너지통상위원회가 공개한 문서에 따르면, 중국 의학과학원 산하 세균연구소의 런리리(任麗麗) 박사는 2019년 12월 28일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염기서열 분석 자료를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유전자 데이터베이스에 등록했다.

당시 중국 우한에서는 폐렴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이 속출하고 있었는데, 중국 당국은 “원인 불명”이라는 주장만 되풀이했다. 그러면서도 비공식적으로는 “관련 정보를 퍼뜨리지 말라”고 지시하며 의료 종사자들을 협박한 정황이 드러났다.

중국은 2020년 1월 12일, 런리리 박사의 등록 이후 2주 이상이 지나서야 세계보건기구(WHO)에 코로나19의 존재를 처음으로 알렸다. 중국 당국이 코로나19의 사람 간 전염 가능성을 인정하기까지는 그로부터 이틀이 더 걸렸다.

런리리 박사는 2020년 1월 16일 모종의 이유로 자신이 등록한 코로나19 바이러스 염기서열 분석 자료를 삭제했다. 이를 토대로 논문을 발표하지도 않았다.

미 보건복지부(HHS)는 “런리리 박사가 등록한 뒤 삭제한 자료는 추후 중국 당국이 발표한 자료와 사실상 동일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관련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개해 왔다는 중국공산당의 주장과는 달리, 실제로는 발병 원인 및 유전자 정보 등을 알고도 의도적으로 은폐했음을 알 수 있다.

에너지통상위원회 위원장인 캐시 맥모리스 로저스 하원의원(공화당·워싱턴주)은 “중국공산당이 ‘팩트’라고 주장하며 발표하는 데이터들을 신뢰할 수 없는 이유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에너지통상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캐시 맥모리스 로저스 하원의원(공화당·워싱턴주) | Kevin Dietsch/Getty Images

미 하원 ‘미국과 중국공산당 간 전략적 경쟁에 관한 특별위원회(중공특위)’의 위원장인 마이크 갤러거 하원의원(공화당·위스콘신주)은 “이번 발견은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며 “바이든 행정부는 코로나19 팬데믹의 원인 등을 명확히 밝혀내는 데 관심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런리리 박사의 자료는 지금까지 알려진 것들 가운데 가장 초기의 자료로, 2019년 12월 18일 고열과 기침 증상을 보이던 한 65세 중국인으로부터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중국의 한 블로거는 “중국 광저우의 한 민간업체가 2019년 12월 26일 코로나19 바이러스 샘플을 분석했다”는 내용의 게시물을 올렸다.

게시물에 따르면 이 업체는 자신들의 연구 결과가 너무 큰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판단하고 이를 대중에 공개하는 것을 보류했다. 그다음 날, 런리리 박사가 근무하는 연구소와 관련 정보를 공유했다.

이후 이 업체 측은 소셜미디어에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해 대처했는데, 어떤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 모든 사건은 의학이나 과학이 아닌, 정책이나 미디어와 더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 언론들의 보도는 모두 삭제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런리리 박사는 중국에서 여러 신종 바이러스의 발견을 주도한 인물로, 코로나19 확산 이후 바이러스 기원 문제에 대해 중국공산당을 옹호하는 발언을 해 왔다.

2021년 9월, 그를 필두로 한 중국의 의학 연구자 10여 명은 코로나19의 ‘중국 실험실 유출설’을 일축하며 “코로나19의 기원을 파악하기 위한 국제 조사에 착수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미국에서는 코로나19의 중국 실험실 유출 가능성에 대한 조사가 강화되고 있다.

2021년 말까지 NIH 원장을 지낸 프랜시스 콜린스 박사는 최근 비공개 미 의회 증언에서 “코로나19가 중국 우한바이러스연구소에서 유출됐다는 주장은 음모론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연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