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세계도교연맹 창설…전문가 “종교분야 통일전선 공작”

숀 린
2024년 02월 23일 오후 4:45 업데이트: 2024년 02월 23일 오후 4:47

“중국의 종교단체는 모두 통일전선 공작부 지시받아”

중국은 국제 종교 교류를 명목으로 세계도교연맹을 창립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제2의 공자학원’으로 보고 있다.

세계도교연맹이 종교 기관이 아니라, 중국공산당이 전 세계에 공산주의 이데올로기를 전파하기 위해 세운 선전 기관이라는 것이다.

중국도교협회와 세계도교연맹 모두 중국공산당 통일전선공작부(통전부) 산하 국가종교사무국의 감독을 받고 있다. 앞서 미국은 통전부를 스파이 조직으로 규정했다.

리광푸 세계도교연맹 회장은 지난달 30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출범식에서 “세계도교연맹은 국내외 도교인들이 세계의 평화적 발전을 위해 단결하고 협력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통일전선공작

중국공산당은 자국민이 종교를 믿거나 종교적 관습을 따르는 것을 공식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공산당원은 단호한 마르크스주의 무신론자가 돼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

중국은 1950년대 자국 종교를 통제할 목적으로 도교협회, 불교협회, 애국가톨릭협회 등을 세웠고 문화대혁명 기간에는 당의 승인을 받지 않은 모든 종교 단체를 불법화했다.

그로 인해 중국의 수많은 종교인들이 박해를 받았으며 경전과 사원이 파괴됐다. 중국공산당이 주도하는 종교 박해는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이와 동시에 세계 160개 국가와 주요 도시에 공자학원 500여 개, 공자학당 1100여 개를 설치해 공산주의 이데올로기를 전파했다.

공자학원과 공자학당은 중국어를 가르치고 중국 문화를 알리는 교육·문화 기관을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중국공산당이 중국의 영향력을 강화할 목적으로 세계 각지에 설립한 기관이다. 사실상 ‘친중파 양성소’인 셈이다.

중국도교협회의 회장직을 겸임하고 있는 리광푸 세계도교연맹 회장은 2017년 중국 관영매체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전 세계에 공자학원이 있는 것처럼, 중국 도교도 세계화해야 한다”며 “각국에 도교 문화를 전파하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할 때”라고 전했다.

2010년 3월 2일, 중국 베이징에서 한 도교 승려가 준군사경찰 앞을 지나가고 있다. | Li Xin/AFP via Getty Images/연합뉴스

독립 작가이자 평론가인 제갈밍양은 에포크타임스에 “국제사회에서는 종교 단체가 특정 정권의 이념과 연관돼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드물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공산당은 이 점을 파고든 것”이라며 “종교 및 문화 교류를 가장해 은밀하고 교묘하게 통일전선공작을 펼치려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 문제 전문가인 리위안화 전 베이징 수도사범대 교수도 이런 의견에 동의하며 “공자학원과 세계도교연맹은 접근 방식만 다를 뿐, 중국공산당의 선전 기관이라는 본질은 같다”며 “이들 기관은 공산주의 이데올로기를 전파하기 위해 서로 협력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만 겨냥

미국 조지타운대의 연구 학자인 궈바오성은 “중국공산당이 세계도교연맹을 조직한 것은 대만과의 ‘종교 통일 전쟁’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만에는 많은 도교도들이 있다. 중국공산당은 종교를 이용해 이들을 끌어들이려 한다”며 “궁극적으로는 대만 도교도들이 공산당을 옹호하도록 하려는 게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미국재대만협회(AIT)가 발표한 ‘2021 국제 종교자유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대만인 중 49.3%가 전통 민간 신앙을 믿으며, 그중 12.4%가 도교를 믿는 것으로 나타났다.

궈바오성은 “도교는 대만뿐만 아니라 싱가포르, 캄보디아,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국가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미국과 유럽에 미치는 영향은 주로 학술 분야에 집중돼 있다”고 전했다.

최근 중국 소셜미디어에는 도교를 홍보하는 영상이 올라와 주목을 받았다. 이 영상에 등장한 도교 사제들은 중국공산당에 대한 충성을 맹세하는 제스처를 취했다.

이와 관련해 제갈밍양은 “도교의 진정한 가르침이 중국공산당의 이데올로기로 대체됐다”며 “공산당은 종교를 이용해 ‘애국자’, 즉 당에 충성하는 자들을 양성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김연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