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입장 금지한 日식당, 소란꾼 몰리자 ‘반공 포스터’로 응수

강우찬
2023년 12월 24일 오후 3:00 업데이트: 2023년 12월 24일 오후 5:38

극우 지목된 식당 측 “코로나 예방 위한 한시적 조치”
中 블로거, 앞서 신주쿠에서도 “중국인 차별” 소란 전력

한국인과 중국인의 입장을 금지한 일본 음식점 사건이 씁쓸한 뒷맛을 남기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일본에서 활동하는 중국인 영상 블로거 ‘유터우46분(油頭四六分)’이 지난 9일 도쿄의 음식점에서 차별을 당했다며 올린 영상이 계기가 됐다.

영상 속 음식점 앞 안내문에는 ‘중국인 입장 금지’와 ‘한국인 입장 금지’가 각각 중국어와 한국어로 나란히 적혀 있었다.

중국인 블로거의 영상과 이를 인용해 보도한 한국과 중국 언론을 통해 알려진 것은 여기까지다. 그가 왜 중국인과 한국인 손님을 거절하는지는 영상이나 언론 보도에서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다수 국내 언론은 ‘극우식당’이란 표현으로 설명을 대신했다. 음식점 주인이 일본 극우인사이기 때문에 중국인과 한국인에 혐오를 나타냈다는 것이다.

언론이 이 식당을 극우식당으로 판단한 근거는 두 가지다. 하나는 음식점 주인이 자신에게 항의하는 해당 중국인 블로거를 향해 “역겨운 중국인”이라고 불렀다는 점, 다른 하나는 그가 입고 있던 옷 뒤쪽에 일장기와 성조기가 나란히 그려져 있었다는 점이다.

일본 됴쿄도 나카노구에서 일본인이 운영하는 중화요리점에 중국인과 한국인 출입을 거절하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 화면 캡처

그러나 실제로 음식점 주인이 밝힌 거절 이유는 “감염증을 막기 위해서”다. 논란이 된 안내문을 보면 오른쪽에 일본어로 “차이나바이러스 예방을 위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점포 앞 다른 안내문에는 ‘우한 바이러스’란 표현이 있었다.

더 자세한 설명이 담긴 안내문도 있었다. “아내가 병약하므로 감염증 대책을 위해 잠시 동안은 최근 일본을 방문한 중국인의 방문을 거부하지만, 재일 중국인은 환영한다”라는 글이 일본어와 중국어로 적혀 있었다.

해당 음식점 주인이 특정 국가를 혐오하는 인물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 소식을 보도하면서 가게에 붙은 안내문 내용조차 제대로 확인한 언론이 없었던 것 역시 사실이다.

자국 반일정서에 편승한 의도적 기획물

중국인 블로거의 영상을 보면, 그는 음식점에 들어가자마자 음식 주문과는 무관하게 공격적인 어조의 일본어로 “안내문이 뭐냐”, “무슨 의미냐”라고 따진다.

처음에 “중국인은 입장을 금지하는 것”이라고 말한 음식점 주인은 곧 이 블로거의 사나운 기세를 알아차리고 “시끄럽다”며 거부감을 나타낸다. 그의 반응이 중국인에 대한 차별 때문인지, 중국인 블로거의 적대적 태도 때문인지 확신할 수 없는 부분이다.

영상을 보면, 이 블로거는 처음부터 중국 내 반일 감정을 자극하는 콘텐츠를 기획했음이 드러난다. 화면에는 보이지 않지만, 최소한 1명의 카메라맨이 동행하고 있다. 처음부터 음식점 주인과 차분하게 대화할 의사가 없었음이 자명했다.

재일 중국인 영상 블로거 ‘유터우46분(油頭四六分)’이 논란이 된 음식점 앞에서 영상을 촬영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에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의 모습이 보인다. | 화면 캡처

한 중화권 언론인은 “일본에서 차별받는 중국인의 명예와 권리를 지키려, 일본인과 싸우는 투사로서의 모습을 보여주려 한 의도가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인 블로거 유터우46분은 결국 경찰에 신고하고, 출동한 경찰관으로부터 “가게에 붙은 안내문을 강제로 철거할 권한이 없다”는 설명과 함께 그곳을 떠날 것을 권유받았다.

경찰관은 경어를 사용한 정중한 일본어로 대응했지만, 화가 가라앉지 않은 유터우46분은 더 흥분한 모습을 보이며 중국 대사관, 일본변호사연합회, 도쿄도 법무국 등에 연락해 민원을 제기했다.

또한 이 모든 과정을 셀프카메라가 아닌 동행하고 있던 카메라맨이 촬영한 영상에 담아 더우인(중국판 틱톡), 빌리빌리 등 중국의 여러 동영상 사이트에 올렸다.

유터우46분이 일본에서 중국과 관련해 소란을 피운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지난 8월에도 신주쿠의 한 음식점에 “중국인 여러분, 우리 가게의 생선은 후쿠시마산입니다”라고 쓴 안내판을 보고 “차별”이라며 경찰에 신고해 소동을 벌인 바 있다.

그는 “중국인 여러분”이라는 문구가 인종 차별이라고 주장했고, 결국 음식점 주인은 해당 문구를 삭제하는 것으로 사태를 일단락 지었다.

중국인 차별 식당 영상을 올린 중국인 영상 블로거 유터우46분이 지난 8월 올린 또 다른 영상. 신주쿠의 한 식당을 중국인 차별이라고 비난했다. | 엑스 @AboutUyghurs 화면 캡처

재일 중국인 인플루언서들의 집중 공격

이 영상이 공개된 후 중국 사회가 반일 감정에 들끓자, 해당 음식점은 일본에서 활동하는 중국인 영상 블로거들의 ‘성지’가 됐다.

여러 명의 중국인 블로거들이 음식점을 찾아가 비슷한 영상을 찍으며 음식점 주인을 괴롭혔고, 음식점에는 해외에서 걸려 온 익명의 괴롭힘 전화가 쇄도했다. 중국에서 발신한 전화로 추측됐다.

그 여파로 음식점은 한동안 영업일에도 문을 닫아야 했고, 일본 경찰은 혹시 모를 폭력 사태나 재산 피해를 막기 위해 가게 앞 순찰을 강화해야 했다.

공격만 쏟아진 것은 아니다. 소식을 듣고 어려운 상황을 알게 된 고객들이 찾아와 응원하는 분위기도 조성됐다. 몇 시간 동안 전철을 갈아타고 멀리서 격려하려 온 일본인 손님도 있었다.

중국인 혐일 인플루언서들의 공격 대상으로 좌표가 찍힌 음식점을 지지하게 위해 방문한 고객과 지역 인사. | 화면 캡처

현재는 해당 음식점을 비난하는 영상을 찍어 조회수를 챙기려던 중국인 블로거들이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음식점 주인이 소셜미디어에 밝힌 바에 따르면 “한 대만 네티즌이 격퇴 방법을 조언해 준 것이 계기가 됐다”고 한다.

그 방법은 음식점 앞이나 내부에 시진핑을 연상시키는 ‘곰돌이 푸’ 캐릭터와 1986년 톈안먼 사건 관련 포스터, 홍콩과 대만 독립 문구 등 중국 공산당이 기피하는 ‘반공 상징물’을 걸어두는 것이다.

반공 상징물을 찍은 사진이나 영상은 중국 온라인에서 검열이 되기 때문에, 중국인 블로거들은 영상을 찍거나 음식점을 방문할 이유가 없어지게 된다.

실제로 그 이후 중국인 블로거들의 발길이 끊겼다는 사실은 그들의 소위 ‘차별 반대’ 활동이 정말로 차별을 바로잡으려는 게 아니라 단지 자극적 콘텐츠와 조회수만을 좇기 위한 수단이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기도 하다.

안내문 철거하고 폐점? 가짜 뉴스 유포까지

유터우46분은 지난 14일 해당 음식점이 차별적 안내문을 철거하고 폐업했다는 영상을 올려 또 한 번 높은 조회수를 얻어냈다.

이 영상에서 그는 저녁 시간대에 해당 음식점 건너편에서 문 닫은 음식점의 모습을 촬영했고, 이어 인근을 순찰하던 일본 경찰에게 질문했다. 경찰은 “오늘은 문을 안 열었다고 들었다”며 “이유는 확실치 않다”고 대답했다.

유터우46분은 이러한 정황만 가지고 “이미 폐업했다”고 주장했지만, 음식점은 현재 영업 중이며 중국인 입점 금지 안내문은 제거한 채 중국인 블로거들의 괴롭힘을 피하기 위해 임시로 문을 닫은 날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인 블로거들이 발길을 끊었지만 음식점에는 응원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는 일본인은 물론, 대만인과 중국인으로 여겨지는 이들도 포함됐다.

2023년 12월 17일, 정기 휴무로 셔터가 내려진 가게 앞에 놓인 ‘특별한 선물’. | 시민 제보

본지 취재진은 지난 17일 음식점 앞에 놓인 편지봉투에서 “일본 시즈오카에 머물고 있는 중국인”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인물이 “동포의 민폐에 사과한다”며 쓴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인종이나 국적에 따라 손님을 차별하는 것은 불법의 소지가 있지만, 전염병 등의 확산을 이유로 손님을 거절하는 것은 영업주 측의 재량으로 허용되는 측면도 있다.

일본 법무법인 로이어스 하이는 언론 인터뷰에서 “시설 측에도 영업의 자유가 있다.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는 코로나바이러스 등의 확산 방지 등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면 입점 거부가 적법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중국인 관광객’, ‘외국인’ 등 인종을 조건으로 한다면 불법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고 손해배상까지 청구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서도 일부 상점이 일본인을 노골적으로 거부하는 일이 있지만, 일본인이 이를 가지고 소란을 피우는 사례가 보도된 경우를 찾기 어렵다는 점에서 중국인 블로거의 행동이 그동안 중국 내에서 축적된 반일 정서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문제 전문가 리닝은 “중국의 반일 정서는 역사적 사실에 근거를 두고 있으나, 종종 정권이 특정한 의제를 추진하거나 불만을 잠재우려 할 때 이용당하기도 한다”며 “현재 중국 공산당 정권은 안팎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어 돌파구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권의 선전에 선동된 중국 인플루언서들이 조회 수 경쟁을 위해 일본을 비롯한 주변국에서 의도적으로 사실을 과장하거나 왜곡한 영상을 올리는 행위가 이러한 정권의 이해와 맞아떨어져 향후 급증할 우려가 있다”고 전망했다.

* 이 기사는 에포크타임스 일본 지사의 협력으로 작성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