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중국의 금융 리스크가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왕허
2022년 05월 27일 오후 4:55 업데이트: 2022년 05월 27일 오후 5:52

2022년 들어 쇠퇴하고 있는 중국 경제에 우크라이나 전쟁과 극단적인 봉쇄 정책 등의 악재가 겹쳐 당국이 가장 우려하는 금융 리스크도 눈에 띄게 높아졌다.

중국 공산당은 ‘전 국민을 빈곤에서 탈출시키고, 전면적인 샤오캉(小康) 사회를 건설했다’는 허풍은 감히 치지만 ‘금융 리스크 방지 및 해소에서 결정적인 승리를 거두었다’는 허풍은 감히 치지 못하고 있다.

5월 16일, 중국 공산당 이론지 ‘구시(求是)’지에 게재된 ‘중대한 금융 리스크를 지속적으로 방지·해소해야 한다’는 ‘중국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은보감회) 당위원회’ 명의의 기고문에서 “중요한 성과를 거두었다”고만 했다. 이는 중국의 금융 리스크가 외부에서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하며, 중국 당국이 극도로 경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올해 들어 발생한 몇몇 사건들을 통해 중국의 은행 리스크가 이미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고, 당국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비록 오래된 문제이지만 여러 가지 문제들이 공진을 일으키면 금융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본문은 4가지 방면의 사례로 이 문제를 설명하고자 한다.

◇ 허난·안후성 일부 촌진(村鎮)은행, 현금 인출 서비스 중단

4월 18일 허난(河南)성과 안후이(安徽)성의 여러 촌진(村鎭)은행들이 시스템 업그레이드를 위해 은행의 인터넷·모바일 뱅킹 서비스를 일시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일부 예금주들이 급히 현지 은행으로 달려갔지만 현금을 인출할 수 없었다. 예금주들 단톡방에는 5월 7일까지 2900여 명이 각자의 예치금 액수를 등록했는데 총 12억 위안이 넘었다. 이 사건에 대한 처리는 지금까지 진전이 없다. 현지 금융감독기관, 지방정부, 공안당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등은 예금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촌진은행은 금융기관 및 비금융 기관 또는 개인이 출자한 은행으로, 농촌 지역에 설립돼 주로 현지 농민이 이용하는 금융기관이다.

지난 23일 허난성 촌진은행의 예금주들이 허난성 정부 청사 앞에서 항의하고 있다. | 영상 캡처
지난 23일 허난성 촌진은행의 예금주들이 허난성 정부 청사에 몰려가 항의하고 있는 가운데 사복 경찰들이 현장에서 예금주들을 구타하고 있다. | 영상 캡처

중국 매체에 따르면, 관련된 촌진은행은 대부분 허난성 쉬창(許昌)농촌상업은행이 지배주주이고, 모두 지난 몇 년간 규정을 어기고 대출해 처벌받은 적이 있다. 또한 촌진은행의 일부 주주는 허난 신차이푸(新財富) 투자홀딩스와 관련이 있다. 이 회사는 2011년 자본금 1억1600만 위안으로 설립됐고, 2022년 2월 10일 등록 말소됐다. 이 회사는 여러 촌진은행과 농촌상업은행을 지배하고 있고, 여러 성(省)이 얽혀있다. 현지 경찰은 해당 은행과 신차이푸 그룹이 공조하고 있고, 신차이푸 그룹이 이 은행의 고객 예치금을 불법으로 끌어다 쓴 혐의를 포착해 수사 중이다.

이런 불법 대출은 중국에서는 보편적인 현상이다. 촌진은행은 농촌상업은행보다 수십 년 뒤인 2007년에 출현했지만, 현재 농촌상업은행의 수를 넘어섰다. 은보감회 데이터에 따르면 2021년 12월 기준 촌진은행의 수가 1651개로 은행법인 총수의 약 35.8%를 차지한다. 전체적으로 촌진은행은 자산 규모가 작고 관리 기준이 낮아 일단 고객이 불신하거나 대규모 현금 인출 사태가 벌어지면 금융공황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시중은행, 온라인 거래 한도 하향 조정

최근 일부 시중은행이 온라인 거래 한도를 하향 조정했다.

광다(光大)은행은 5월 12일부터 계좌이체나 상품 대금결제 등을 합쳐 하루 온라인 거래 한도액을 1만 위안(약 192만원)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이는 일부 고객들, 특히 사업자 고객들에게 큰 불편을 주는 조치다.

중국 언론들은 금융 사기와 자금 세탁을 방지하고 고객의 자금 안전을 위한 조치라고 어물쩍 넘겨버렸다. 사실 이는 두 가지 위험을 알리는 신호다. 하나는 당국이 금융 플랫폼을 정비하면서 확보한 빅데이터를 이용해 고객의 개인정보를 장악한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당국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회수하지 못하는 대출금이 크게 늘어날 것을 우려해 미리 상황을 파악한다는 점이다. 이는 전반적인 금융 리스크 경보가 울리고 있음을 시사한다.

◇현금 5만 위안 이상 인출·입금 시 신분·출처 확인

당국은 3월 1일부터 은행 고객은 5만 위안(약 940만원) 이상을 찾거나 입금할 때 자금 출처와 용도를 밝히도록 하고, 은행은 고객 계좌를 익명으로 개설할 수 없도록 할 방침이었다. 중국 매체에 따르면, 이 새로운 규정은 지난해 10월 29일 중앙은행 2021년 제10차 회의에서 통과됐고, 은보감회와 증권감독위원회(증감회)의 심사를 거쳤다. 당국은 이 같은 조치가 돈세탁 방지와 자금 흐름 모니터링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2월 21일 밤 인민은행 홈페이지에는 기술적인 문제로 이 조치는 당분간 시행하지 않고 관련 업무는 본래 규정대로 진행한다는 공지가 올라왔다. 왜 그랬을까?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이 조치가 시행되면 중국 경제에 재앙이 될 것”이라며 “중국 경제에서 진정으로 활력을 가진 부분은 바로 이런 ‘회색경제(Grey Economy)’이기 때문이다. 만약 그런 거래의 허점을 완전히 막아버린다면 중국 경제가 완전히 활력을 잃게 될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문제점도 있다. 만약 이 조치가 시행되면 대외무역 체계도 무너질 것이다. 중국의 방대한 수출 무역은 대부분 소액 무역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중국 당국은 오랫동안 금융 시스템을 통제하기 위해 대규모 현금 입출금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왔다. 인민은행은 일찍이 1997년 하루에 5만 위안 이상의 현금을 인출할 경우 인출자 신분을 밝힐 것을 요구한 바 있다.

2001년 12월, 인민은행은 개인의 일일 현금 인출액이 50만 위안 이상일 경우 계좌 개설 은행이 별도로 신고를 받아 다음 날 인민은행 현지 지점에 보고하도록 했다.

이 규정은 점차 강화됐다. 2020년 인민은행은 허베이(河北)성·저장(浙江)성·선전(深圳)시 세 곳에서 고액 현금 거래 신고제를 시범 실시했다. 개인 계좌는 입출금 금액이 각각 허베이성 10만 위안, 선전시 20만, 저장성 30만 위안을 초과할 경우 고액현금관리정보 시스템에 사전 신고해야 한다. 법인 계좌는 50만 위안 초과 시 신고 의무를 진다.

이는 사회적인 불만을 불러일으켰다. 중국은 인맥, 뇌물수수 등 비경제적인 수단을 통해 이익을 얻으려는 경향이 짙다. 이것이 중국 경제 발전의 한 단면이다. 따라서 은행과 고객 모두 입출금 과정에서 관련 규정을 회피하려고 애쓴다. 거액의 현금 관리뿐만 아니라, 은행의 많은 관리·감독 제도도 모두 공동화돼 표면적으로 엄격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엉망진창이다. 그래서 수많은 금융 비리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은행 리스크의 근원이다.

◇끝도 없는 금융 비리

중국의 금융 리스크는 부패와 얽혀 있다. 중앙기율위원회(중기위)는 지난 18일 홈페이지에 쑨궈펑(孫國峰) 인민은행 통화정책국장이 ‘심각한 규율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제일재경(第一財經)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미 은행 임원 14명이 조사를 받았다.

지난해 10월부터 중기위는 인민은행, 은보감회, 증감회, 국가개발은행, 중국수출입은행 등 핵심 금융기관 25곳을 대상으로 감찰을 실시했다. 2017년 19차 당대회 이후 금융 분야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는 이때가 처음이다. 당시 차이어성(蔡鄂生) 은감회 부주석과 허싱샹(何興祥) 국가개발은행 부행장을 비롯한 중앙 직속 금융기관 임원 23명이 낙마했다.

2월 26일 감찰을 마친 중기위는 이들 금융기관에 “두드러진 문제점이 적지 않게 존재한다”며 금융 리스크를 예측하고 방지하는 데 대한 인식과 메커니즘이 부족하고, 지도부와 간부진에 취약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2월 28일 중공중앙 전면심화개혁위원회(심개위)는 금융 분야의 부패를 척결하고 법을 어긴 사람을 색출하는 등 금융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경고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금융 부문은 중국에서 가장 부패한 업종 중 하나다. 금융 부패는 다 막을 수가 없고 다 조사할 수도 없다. 당국의 경고는 대부분 유야무야로 끝난다.

맺음말

중국 당국은 금융 리스크를 화근 덩어리로 보고 있다. 리커창 총리는 3월 5일 정부업무보고에서 ‘큰 국면을 안정시키고, 총괄적으로 조율하고, 유형별로 정밀하게 조치를 취하고, 폭탄을 정밀하게 제거하는 기본방침’에 따라 경제금융 분야의 리스크 관리를 해나가야 한다며 ‘금융안정보장기금’ 설치를 처음 제안했다.

왜 그랬을까? 대규모 금융기관 부도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금융 감독으로 금융기관의 도산을 완전히 막을 수 없고, 일단 부도가 나면 인민은행의 출혈을 피할 수 없다. 리커창 총리는 인민은행이나 공적자금에 대한 직접적인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금융안정보장기금을 설립하고, 시장화·법치화 방식을 운용해 숨겨진 리스크를 해소할 것”이라고 했다.

4월 6일, 당국은 ‘금융안정법’ 초안을 발표했다. 이 중 금융안정보장기금은 중대한 금융 리스크에 대비한 예비 자금으로, 체계적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금융 리스크를 처리하는 데 사용되며, 총괄 관리는 국가금융안정발전총괄조정기구(국무원 금융위)가 맡는다고 명시했다.

5월 16일, 은보감회는 금융안정보장기금의 기본 틀이 마련돼 첫 자금 646억 위안이 준비됐다고 발표했다. 자금은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국내은행(Domestic Systemically Important Banks, D-SIBs)’에서 제공한다. 해당 은행은 2021년 10월 15일, 중앙은행·은보감회가 공동으로 인정한 19개 은행이다.

또한 감독 당국은 금융기관의 자구를 위한 주체적 책임을 강조하며 ‘공적자금을 동원한 외부 원조 대신 내부 구제를 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국제은행(Global Systemically Important Banks, G-SIBs)’에 포함된 4개 은행(공상은행, 농업은행, 중국은행, 건설은행)에 대해서는 충분한 손실 흡수 능력을 갖추어야 하고, 위기에 처했을 때 핵심 업무와 서비스 기능의 연속성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하며, 공적자금을 동원한 외부 구제를 받지 않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한 2021년 10월 29일 ‘G-SIBs 총손실 흡수능력 관리방법’을 발표해 2025년 초에 상응하는 외부 총손실 흡수능력을 달성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중국 공산당도 그동안 금융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해 애썼다.

2004년에 보험보장기금, 2005년에 증권투자자보호기금, 2007년에 선물투자자보장기금, 2014년에 신탁보장기금, 2015년에 예금보험기금, 2018년에 자산관리신규위험준비금풀 등 여러 금융 세부업종별 보장펀드가 잇따라 설립됐다.

2021년에는 일부 지방 대형 공기업의 디폴트 위험이 확산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각지에 ‘신용보장기금’을 설치했다.

하지만 이런 기술적 측면의 설계가 금융체제 차원의 치명적인 결함을 보완할 수 있을까?

중국은 지금 경제가 쇠퇴하는 상황에서 금융 위험이 현저히 높아졌다. 또한 ‘제로 코로나’ 조치 등 극단적인 정책으로 민심이 크게 동요하고 있다. 2022년 중국은 어떻게 될까? 중국 공산당 당국에 해법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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