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전기버스, 오르막길서 시동 꺼져…승객 17명 경상

한동훈
2023년 09월 15일 오후 7:09 업데이트: 2023년 09월 16일 오후 2:14

서울의 한 오르막길에서 마을버스가 시동이 꺼지면서 뒤로 미끄러져 버스에 타고 있던 승객 17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15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전날 오후 7시쯤 서울 종로구 홍지동 상명대학교 인근에서 중국산 전기차 마을버스가 오르막길을 오르다가 뒤로 밀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승객 17명이 경상을 입어 인근 병원으로 분산 이송됐다.

이날 채널A 보도에 따르면, 버스 운전기사와 버스 제조사는 사고 원인을 두고 반대 주장을 하고 있다.

운전기사들은 중국산인 해당 차량이 평소에도 고장이 잦았다며 차량 결함을 사고 원인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버스 제조사 측은 운전기사들의 운전 미숙 때문에 일어난 사고라는 입장이다.

목격자에 따르면, 해당 버스는 언덕을 오르던 중 시동이 꺼지더니 뒤로 밀렸고 10여 미터 뒤에 주차돼 있던 2대의 차량을 들이받은 후에야 멈춰 섰다.

서울시는 박원순 전 시장 시절인 2018년 9월 처음 시내버스 노선에 30대의 전기차를 투입한 이후로 미세먼지 저감을 내세워 전기차 보급을 확대해 왔다.

중국산 전기버스는 이러한 대중교통 전기차 보급 정책에 힘입어 도입된 후 저렴한 가격과 국산 전기버스에 손색없는 품질을 무기로 국내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전기버스 시장에서 중국산 점유율은 2019년 23.9%에서 작년 41.8%로 가파르게 올랐다. 이에 환경부는 배터리 종류에 따른 보조금 차등 지급을 통해 국내 업체를 지원하고 있으나 중국산 전기버스 도입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 전기차들의 싼 가격은 유럽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자국 전기차 업체에 막대한 보조금을 지원해 인위적으로 가격을 낮춤으로써 상대국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13일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반(反)보조금 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업계 전문가들은 중국산 전기차의 낮은 가격은 유망 산업으로 여겨지는 전기차 시장에서 주도권을 얻기 위한 중국 정부의 전략으로 보고 있다.

중국 문제 전문가 리닝은 “지금 당장은 값싼 전기차로 이득을 볼 수 있겠지만, 일단 전기차 시장 주도권을 중국에 넘겨주게 되면 중국은 그동안 들인 자금 이상을 회수하려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경찰은 사고가 난 마을버스의 블랙박스 영상과 사고 현장 인근 감시카메라 등을 토대로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