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리버티국제영화제…“건강한 영화 문화 길잡이 되고파”

이윤정
2023년 10월 15일 오전 10:41 업데이트: 2024년 01월 19일 오후 5:21

50여 개국 117편 출품
특별 토크쇼 ‘우크라이나에 평화를’

10월 13일 오후 7시, 서울 송파구 송파여성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제3회 리버티국제영화제(LIMF : Liberty International Movie Festival)가 개최됐다.

리버티국제영화제는 지난 2021년 대한민국 최초로 지자체 지원 없이 시민들의 성금으로 운영되는 ‘시민 참여형’ 국제영화제로 출범했다. 올해로 세 번째 열린 리버티국제영화제는 자유(Liberty)와 인권(Human Rights)을 주제로 전 세계 영화들이 경쟁하는 자유인들의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덕영 감독은 “올해도 50여 개국에서 117편의 작품들이 출품됐다”며 “저마다 독특한 소재와 형식미를 자랑하는 개성 있는 영화들이었다”고 소개했다.

최우수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상은 ‘벽 위에 쓴 주소(The Address on the wall)’를 연출한 우크라이나의 세르게 쿠르센코 감독이 수상했다. 아직도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민간인들의 비참한 삶의 현장을 다룬 영화다.

최우수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상을 받은 우크라이나의 ‘벽 위에 쓴 주소(The Address on the wall)’ | 김덕영 감독 제공

최우수 단편영화상을 받은 ‘잇버시티(Eatversity)’는 일본의 케이스케 사쿠마 감독이 자국 음식을 통해 현대인들의 소외와 상실해 가는 인간성을 묘사한 작품이다.

‘잇버시티(Eatversity)’로 최우수 단편영화상을 받은 일본의 케이스케 사쿠마 감독(좌) | 김덕영 감독 제공

최우수 프로듀서상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웃음을(Laughing in Afghanistan)’을 연출한 그리스의 아네타 파파탄쇼 감독에게 돌아갔다. 탈레반 집권 이후 점점 폐쇄적으로 변해가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젊은 코미디언이 아이들에게 잃어버린 웃음을 되찾아 주기 위해 찰리 채플린처럼 분장하고 공연하는 모습을 담았다.

최우수 프로듀서상을 수상한 그리스의 ‘아프가니스탄에서 웃음을(Laughing in Afghanistan)’ | 김덕영 감독 제공

올해 신설된 ‘리버티 공로상’은 지난 10여 년간 탈북자 구출 사업에 앞장선 ‘거룩한 대한민국 네트워크’ 이호 목사가 받았다.

올해 신설된 ‘리버티 공로상’을 수상한 이호 목사(우) | 김덕영 감독 제공

리버티파운데이션 신언 이사장과 홀리웨이브 채규영 목사의 환영사에 이어 영화진흥위원장을 지낸 조희문 전 상명대 교수가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리버티국제영화제 홍보대사인 조나단 프라우트(삼성전자 근무) 씨는 해외 출장 중 영상으로 메시지를 보내와 관객들에게 큰 박수를 받았다.

특히 올해는 2년째 우크라이나 전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동유럽 국가들의 작품들이 주목을 끌었다.

자유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영화제답게 우크라이나 전쟁이 하루속히 종식되기를 기원하는 염원을 담아 ‘우크라이나에 평화를!’ 주제로 특별 토크쇼도 진행했다. 지난해 행사에선 이란에서 벌어진 ‘히잡 시위’를 화두로 콘퍼런스를 개최한 바 있다.

토크쇼에는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인 미콜라 씨와 올해 초까지 우크라이나에 거주하며 선교활동을 벌였던 홍남기 선교사가 현재 벌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현지 소식을 생생하게 전했다.

이번 행사에는 특별한 손님도 자리해 감동을 더했다. 제1회 리버티국제영화제(2021) 당시 영상으로 깜짝 개막선언을 했던 파독 간호사 출신의 한명희 씨와 남편 요하킴 뮬러 씨가 독일에서 귀국해 참석했다. 대한민국의 발전과 번영을 위해 애쓴 파독 간호사가 들려주는 잔잔하면서도 감동적인 삶의 이야기는 관객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했다.

독일에서 온 파독 간호사 출신의 한명희 씨와 남편 요하킴 뮬러 씨(왼쪽에서 두 번째, 세 번째) | 김덕영 감독 제공

김덕영 감독은 “정부와 지자체의 예산에 의존하는 국내 영화제들이 난립하는 속에서 이렇게 시민들의 자발적인 성금과 자원봉사만으로 운영되는 국제영화제가 3년째를 맞이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비록 기존의 대형 영화제들에 비해서는 턱없이 작은 예산이었지만, 이번에도 관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고 말했다.

김덕영 리버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 김덕영 감독 제공

한편, 내년부터 본격 가동될 ‘리버티 청년위원회’가 올해 시범적으로 운영되면서 젊은 영화 지망생들을 사회에 배출하는 통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김 감독은 “정치적으로 편향된 대한민국 영화계에서 ‘리버티 청년위원회’는 올바른 역사 인식을 바탕으로 앞으로 우리 사회에 건강한 영화 문화를 전파할 수 있는 좋은 길잡이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