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의 작은 보석을 화폭에 담다…벌새

로레인 페리에(Lorraine Ferrier)
2023년 09월 23일 오후 11:38 업데이트: 2024년 02월 5일 오전 11:29

미국의 화가 마틴 존슨 히드(1819~1904)의 자연에 대한 애정, 특히 새에 대한 열정은 그의 그림 속에서 빛을 발한다.

‘브라질 숲’(1864), 마틴 존슨 히드. 캔버스에 오일 | 공개 도메인

히드의 작품 ‘브라질 숲’(1864)에는 울창한 밀림 속 식물들이 땅을 거의 덮어 촘촘하게 엉켜있고, 온갖 동식물들을 위한 서식지를 형성하고 있다. 중앙에는 고사릿과 나뭇잎이 넓게 펼쳐져 있어 우리의 시선이 작은 폭포와 안개 낀 산림에 집중되도록 한다. 화면 오른쪽 아래의 붉은 조끼를 입은 사냥꾼과 그의 강아지는 작게 묘사되어 자연의 웅장함을 한층 더한다.

1864년 미국이 한창 남북전쟁으로 들끓던 중, 브라질로 여행을 떠난 히드는 그곳에서 본 인상적인 장면을 담아낸 작품 ‘브라질 숲’을 완성했다. 이전에는 바다와 습지, 꽃 정물화 등을 그리는 것으로 유명했던 그는 이 여행 이후 평생을 열대지방의 풍경과 벌새(Hummingbird)를 그리는 데에 열중하게 되었다. 유년기부터 각별히 애정을 쏟았던 대상인 ‘벌새’를 그림으로 묘사하게 된 기점이 된 것이다.

‘벌새와 사과 꽃’(1875), 마틴 존슨 히드. 캔버스에 오일 | 공개 도메인

벌새에 대한 경외심

히드는 벌새에게 먹이를 주기 위해 설탕물이 담긴 작은 튜브를 항상 가지고 다닌 것으로 유명하다. 그만큼 벌새에게 많은 애정을 가졌던 그는 ‘벌새에 대한 기록’에 ‘벌새는 시적 감성을 지닌 이들에게 묘하게 매력적인 대상으로 느껴진다. 설명하기 어렵지만 독특한 매혹적인 힘을 지녔다.’라고 썼다.

브라질 여행에서 영감을 받아 벌새를 그리기 시작한 히드는 그 후 콜롬비아, 파나마, 자메이카 등지를 여행하며 벌새와 난초, 특히 ‘카틀레야 라비아타(Cattleya labiata)’라는 꽃을 자주 그리기 시작했다. 분홍빛이 매력적인 난초과의 이 꽃은 여행자나 식물계에서는 귀한 식물로 익히 알려져 있지만,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꽃은 아니었다.

히드는 자신이 사랑한 벌새와 그들의 자연 서식지에 대한 포괄적인 연구를 서면으로 남겼다. 그리고 정리된 지식을 잡지 ‘숲과 시내(Forest and Stream)’에 약 20년간 기고했다.

히드는 자연에 대한 탐구에 그치지 않고 자신만의 화풍을 창조했다. 주로 전경(前景)의 사물을 강조하고 배경 풍경은 흐릿하게 그려 대비되게 했고, 난초는 부드러움을 섬세하게 표현하고 새는 특유의 화려함을 선명한 색깔로 구현해 대비되게 했다.

‘카틀레야 난초와 세 마리 벌새’(1871), 마틴 존슨 히드. 캔버스에 오일 | 공개 도메인

1871년 작 ‘카틀레야 난초와 세 마리 벌새’에는 화면의 절반을 차지한 난초와 세 마리 벌새가 둥지 주변에서 노닐고 있다. 시든 나뭇가지를 덮은 이끼와 푸른빛을 띤 안개가 광활한 정글을 뒤덮고 있다. 이 작품에서 히드는 이례적으로 벌새를 한 마리가 아닌 세 마리를 그려 넣었다.

열정을 담은 그림

‘벌새와 시계꽃’(1875~18865), 마틴 존슨 히드. 캔버스에 오일 | 공개 도메인

히드의 또 다른 걸작 중 하나인 ‘벌새와 시계꽃’(1875~1885)은 약 10년에 걸쳐 완성된 작품이다. 태양을 닮은 시계꽃은 선명한 다홍빛이 눈부시다. 흐린 하늘과 대비를 이뤄 더욱 그 아름다움이 돋보인다. 히드는 기독교적 메시지를 강조하기 위해 하늘을 극적으로 묘사했다.

‘시계꽃(Passionflowers)’은 과거 선교사들이 이 꽃이 그리스도의 수난을 상징한다고 믿어 붙여진 이름이다. 꽃의 수술은 마치 가시 면류관처럼 보이고, 꽃송이 한가운데 피어난 세 개의 가지는 마치 못처럼 보인다. 10개의 꽃잎은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매달릴 때 함께한 10명의 사도를 나타낸다. 시계꽃의 넝쿨은 뱀처럼 보이기도 한다. 뱀은 타락을 상징하고, 그 사이에 피어난 꽃은 그리스도가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 희생한 것을 의미한다.

그림 속 주인공인 검은귀요정벌새의 에메랄드빛 깃털과 새하얀 가슴털은 보석처럼 반짝인다. 작은 새는 가장 높은 곳에 탐스럽게 피어난 꽃을 자신을 비추는 조명인 양 고개를 돌려 바라보고 있다.

자연과 예술에 대한 존경

20세기 미국 문학을 대표하는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1874~1963)의 시 ‘봄의 기도’의 마지막 문단은 벌새와 자연에 대한 애정을 예술로 구현했던 히드에 대한 존경과 감사를 듬뿍 담고 있다.

“우리를 기쁘게 하는 것은 바로
벌들 위 갑자기 들려오는 날아다니는 새의 소리
바늘 같은 부리로 찌르는 유성,
그리고 공중에 떠 있는 꽃 한 송이가 가만히 서 있다
그렇기에 이것은 사랑이고 다른 것은 사랑이 아니다

이는 위에 계신 하느님을 위하여 예비된 것이다
그분의 뜻은 끝까지 거룩하게 하시고
우리는 오직 그것을 이루기만 하면 되느니라”

자연에 대한 경외와 애정, 그리고 신에 대한 존경을 자신만의 화풍으로 묘사한 화가 마틴 존슨 히드. 그의 작품 속 벌새들은 지금까지도 남아 숨 쉬며 날갯짓하며 아름다움을 후대에 전하고 있다.

로레인 페리에는 영국 런던 교외에 거주하며 에포크 타임스에 미술과 장인 정신에 대해 글을 씁니다.

*류시화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영상화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