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제된 선으로 부처 묘사, ‘회화의 현인’ 오도자

다얀(Da Yan)
2023년 08월 15일 오후 8:47 업데이트: 2024년 01월 19일 오후 5:22

화려하면서도 우아한 차림의 신선 여든일곱 명이 일사불란하게 앞으로 나아갑니다. 저마다 개성 있는 옷을 입고 있고 옷자락이 바람에 펄럭입니다.

영국 미술사학자 마이클 설리반이 ‘7세기 예술의 거장 중 한 명’이라 칭한 화가, 바로 고대 중국의 화가 ‘오도자(Wu Daozi/吳道子)’의 작품입니다.

유려하면서도 힘 있는 선으로 이뤄진 그의 작품은 단순하면서도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줍니다.

당나라의 전성기(618~907년)에 태어난 오도자는 ‘회화의 현인’으로 불렸고, 황궁에서 황제를 위해 일하며 불교와 도교 사원을 위한 벽화를 수백 점 그렸습니다.

오도자의 작품 중 현재까지 보존된 작품은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몇몇 남아있는 복제품을 통해 그의 숭고한 예술관과 실력을 엿볼 수 있습니다.

석가모니와 작은 신

오도자는 주로 인물화를 그렸습니다. 그의 작품 중 상당수는 당 시대 사람들의 정신적 중심이 되었던 불교의 많은 신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일본 오사카 시립미술관이 소장한 이 작품은 오도자의 작품을 원작으로 해 그려진 송나라 시대(960-1279)의 복제품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긴 족자 형태로 그려진 이 작품의 가장 왼쪽에는 ‘석가모니의 탄생’이 그려져 있습니다. 인도의 왕 슈도다나와 왕비 마야가 그들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석가모니(싯다르타 가우타마)를 안고 작은 신을 찾아가 신에게 아들을 바치려 합니다. 작은 신은 그 아이가 부처임을 알아보고 놀라며 바닥에 엎드려 경의를 표합니다.

‘회화의 현인’이 묘사한 옛 선인들

인도와 네팔에서 창시된 불교는 중국 남북조(386~581)시대에 인기를 얻기 시작했고, 이후 당나라 시대 때 절정에 이르렀습니다. 그리고 당시 수도였던 장안에서 오도자는 불교와 관련된 많은 작품을 완성했습니다.

석가모니를 작은 신에게 바치는 이 장면에서 우리는 무릎을 꿇고 있는 작은 신과 꼿꼿이 서 있는 사람들 무리에서 대조적 배치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차분하고 우아한 평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오도자는 가는 선과 옅은 먹으로 얼굴의 이목구비와 모자, 장신구를 세심하게 묘사했고, 우아한 옷자락은 흐르는 듯 늘어뜨려져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부드러우면서 절제된 필치는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그들의 발걸음이 가볍고도 우아하게 느껴지도록 합니다.

반면, 작은 신의 모습은 훨씬 강하고 표현력이 풍부한 붓놀림이 눈에 띕니다. 그의 얼굴과 근육은 짧고 끊어지고 물결치는 곡선들로 이뤄져 위대한 부처를 알아본 순간 느끼는 감정의 격렬한 변화를 강조합니다. 그가 손에 든 휘장과 사물들의 극적인 움직임은 숭고한 존재의 기운에 경외감과 불안감을 느끼는 마음의 상태를 보여줍니다.

이러한 섬세한 묘사로 오도자는 당시 엄청난 인기를 끌었습니다. 당대 사람들은 그의 그림에 대해 “옷감 속에 공기가 가득하다”고 말했습니다. 오도자는 짙은 먹물을 사용해 흐르는 천의 움직임을 강조하고 마치 서예를 하듯 획의 굵기를 다양하게 구현했습니다.

오도자의 회화적인 붓놀림은 고대 중국의 서예와 높은 관련성을 보입니다. 특히, 그가 연구했던 ‘광초(狂草)체’와도 밀접한 관련성을 보입니다. 그러나 그는 거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균형 잡힌 절제력으로 그림에서 필요한 부분에만 감정적 표현을 표현했습니다.

정신을 표현하다

수 세기 후, 중국 북송 시대의 위대한 문인 소식(蘇軾)은 오도자에 대해 “기존의 규범에서 벗어난 혁신을 구현했다”며 “대담하고 자유로운 정신으로 예술을 새롭게 발전시켰다”고 경탄했습니다.

당나라 시대부터 오늘날까지 오도자의 서예적인 선의 표현은 중국 예술에서 ‘사물의 흐름을 통해 정신과 내면을 보여준다’고 일컬어지고 있습니다. 보이는 형태를 통해 사람의 참된 내면을 전달하는 이 기법은 문인 예술에서 궁극적 이상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다얀(Da Yan)은 유럽 미술사 박사 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상하이에서 자란 그는 미국 북동부에 거주하며 미술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류시화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영상화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