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2024 올해의 컬러 ‘피치 퍼즈’…“시대 분위기 반영해 선정”

팬톤 색채연구소 리트리스 아이즈먼 소장

제니아 탈리 오티스(Xenia Taliotis)
2024년 01월 29일 오전 11:51 업데이트: 2024년 02월 5일 오전 11:27

색상은 우리의 감정과 성격, 기분, 신체 상태 등 삶에 많은 영향을 준다색채의 힘을 활용하면 수면의 질을 개선하거나 업무 효율을 높이는 등 주변 환경을 좀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미국의 세계적인 색채 연구소이자 색상회사인 팬톤(Pantone)의 색채 배열인 ‘팬톤 컬러’는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인 색채 언어로 알려져 있다. 특히 디자인, 인쇄 분야에서는 팬톤 컬러가 절대적 기준으로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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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톤은 1999년부터 매년 ‘올해의 색’을 발표해 시각예술, 패션, 미용 등 모든 분야의 유행을 선도하고 있다. 2024년을 표현하는올해의 컬러에는 부드러운 파스텔 오렌지 색상피치 퍼즈(Peach Fuzz)’가 선정됐다.

팬톤 색채연구소 소장이자 아이즈먼 색채정보교육센터 소장인 리트리스 아이즈먼은 올해 피치 퍼즈를 선정한 이유에 대해 “친밀감과 연결에 대한 우리의 타고난 갈망을 나타낸다”며 “따뜻함과 연민을 담은 색상”이라고 밝혔다.

심리, 상담, 디자인을 전공한 아이즈먼은 색채에 대한 열정을 직업으로 전환해 국제적으로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에포크타임스가 발행하는 잡지 ‘아메리칸 에센스(American Essence)’는 아이즈먼과 만나 색채 심리학의 복잡한 특징과 완벽한 색채를 예측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리트리스 아이즈먼은 팬톤에서 올해의 색을 출시하는데 기여했다. | 스톨리 커뮤니케이션즈

– 컬러에 대한 자신의 접근 방식이 다른 이들과 다르다는 것을 언제 알게 됐나?

“어린 시절 어머니가 알아보셨다. 어머니는 내가 4~5세 무렵 이미 색을 창의적으로 사용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내가 색을 조합하는 안목이 있다고 여긴 어머니는 내가 10대로 접어들자, 내 침실을 꾸밀 페인트를 직접 고르도록 했다. 내가 직접 연출한 색 조합은 정말 마음에 들었다. 아직도 그 방의 붉은 침대보와 검은색 책상이 눈에 선하다. 내 첫 인테리어 프로젝트였다.”

– 팬톤과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었나?

“내가 쓴 책 ‘색채로 더 생생하게: 여성과 남성을 위한 토탈 컬러 시스템’ 집필을 마쳤을 즈음, 팬톤 설립자 로렌스 허버트에게서 연락이 왔다. 인테리어 디자인, 가정용품, 패션, 제조업 등 모든 분야의 트렌드를 예측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색채 연구소를 설립할 예정이라며 그곳에 나를 채용하려 했다.”

1999년 첫 번째 올해의 색 세룰리안 블루 | 라리사 듀카/Shutterstock

“1999년 우리는 ‘올해의 색’ 선정을 시작했다. 당시에는 세룰리안 블루가 어떤 파급력을 보일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오늘날 팬톤이 선정하는 ‘올해의 색’은 언론의 관심을 받으며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을 뿐 아니라 기업의 제품, 브랜드 색상 선정에 결정적인 조언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가정에서 집을 꾸미거나 옷장을 채울 때 어떤 색을 선택할지 영감을 준다.”

– ‘올해의 색’은 매년 어떻게 선정하는지?

“사회적 유행과 세계 이슈를 고려한 많은 연구와 고민을 거친다. 우리의 목표는 지시가 아닌 당시의 분위기를 반영하거나 균형을 이루는 색상을 찾는 것이다. 어두운 시기에는 위로를 전하며 고요를 유도하는 색상 또는 활기를 지진 색상을 선택하기도 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타격한 직후인 2021년에는 역사상 두 번째로 두 가지 색상을 선정했다. 견고하고 신뢰감을 주는 얼티킷 그레이와 밝은 노란빛인 일루미네이팅을 택했다. 이 두 색상은 더 밝고 활기찬 미래를 희망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잘 대변한다고 생각했다.”

– 일부 색상은 대중 의식 속 깊이 침투해 있다. 이에 대한 근거가 있는지, 아니면 사회적 발전에 따라 색의 의미가 달라지는 것인가?

“색상의 역사는 또 하나의 방대한 연구 분야다. 이 자리에서는 색을 기분의 촉매제, 즉 기분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으로 한정해 대답하겠다.”

“색상에 대한 우리의 반응은 문화, 성장 환경, 삶의 경험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면, 특정 색상을 유독 싫어하는 고객이 있었다. 그의 배경을 조사해 보면 그 색은 죽은 가족이 좋아했던 색이거나 그 색의 자전거를 타다 넘어진 기억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처럼 근본 원인을 추적하면 혐오감이 사라지기도 한다.”

“색의 의미에 대한 명확한 공식은 없지만, 비교적 정확한 일반화는 가능하다. 파란색은 평온함, 주황색은 힘, 노란색은 쾌활함, 보라색은 창의성과 풍요로움을 의미한다. 우리는 본능적, 잠재 의식적으로 색에 반응한다. 그렇기에 몇몇 특정 색이 인기가 많은 이유는 분명하다. 그 예로 하늘색을 들 수 있다. 하늘색은 푸른 하늘은 연상시켜 무한한 가능성과 자연, 휴일을 떠올리는 강력한 연상 작용을 한다. 그래서 하늘색에 대한 우리의 정서적 반응은 대부분 긍정적이다.”

빨간색은 자연에서 동물이 짝짓기할 준비가 됐을 때 흔히 볼 수 있는 색이며 사람에게도 성적인 신호로 작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빨간색이 동일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은 아니다. 빨간색은 위험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모든 색상 계열은 음영의 값과 강도에 따라 다양한 채도가 있다. 자두색, 와인색은 붉은 색 계열이긴 하지만 인상적인 느낌을 주므로 종종 취업 면접에서 회색이나 파란색보다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주변에 안정감을 주고 싶다면 녹색이나 갈색이 도움이 된다. 이 역시 연상 작용과 관련이 있다. 자연에서 온 색상은 사람에게 안정적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거대한 고목 옆에 서 있거나 나무가 우거진 숲속을 걷는 것을 떠올리게 하므로 사람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 집을 꾸밀 때도 같은 규칙이 적용되는가?

따뜻한 보라색은 휴식에 좋은 영향을 준다 | Archi_Viz/Shutterstock

“대체로 그렇다. 대부분 사람은 차분한 색, 즉 시원하고 연한 톤의 초록, 연보라, 파랑, 흰색, 회색에 끌린다. 미드나잇블루나 라벤더와 같은 짙은 색도 안방에 잘 어울린다. 부엌에 활기를 불어넣고 싶다면 따뜻한 주황, 빨강, 노란색이 좋다. 식욕을 자극하는 것으로 알려진 팬톤의 살사(Salsa)처럼 연한 빨간색은 식당에 잘 어울린다.”

노란색은 공간에 따뜻함과 밝음을 가져다 준다 | 바니찬/Shutterstock

“특히 집을 꾸밀 때는 자연을 길잡이 삼으면 큰 영감을 얻을 수 있다. 내가 이전에 살았던 워싱턴주 베인브리지 섬은 일 년 내내 하늘이 잿빛이었다. 이에 햇빛을 연상시키는 골든 헤이즈 색을 집 안 곳곳에 배치해 따뜻함과 밝기를 더해 행복감을 느끼도록 했다. 지금은 애리조나주에 거주하고 있는데, 따뜻한 흙과 화려한 일몰을 연상케 하는 황갈색, 복숭아색, 살구색 등을 사용하고 트와일라잇 블루와 마젠타색으로 균형을 맞췄다.”

– 집이나 옷장을 꾸미고 싶은 이들을 위해 다른 조언이 있는지

“일관된 제안은 없으므로 마음 가는 대로 고르는 걸 추천한다. 유행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대신 새로운 것에 대한 지침으로 활용하길 바란다. 패션은 색상 선택이 어렵다면 작은 액세서리부터 시작해 보는 것도 좋다. 스카프, 목걸이, 귀걸이 등 얼굴에 가까운 것부터 선택해 볼 수 있다.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색상은 머리카락, 피부색, 눈동자를 기준으로 찾을 수 있다.”

– 색상과 관련해 2024년을 전망한다면.

“올해 팬톤의 패션 트렌드 보고서에서는 페퍼리 그린, 프루티 제스티 레몬, 등 15가지의 강렬한 색상을 강조했다. 이는 모두 자유롭고 창의적인 자기표현을 암시한다.”

이 기사는 아메리칸 에센스(American Essence) 잡지에 게재되었습니다. 제니아 탈리오티스는 라이프스타일, 여행, 부동산, 비즈니스 및 금융을 주로 다루는 영국 기반의 작가이자 편집자입니다. 그녀는 수많은 국제 출판물에 기고하고 있습니다.

*류시화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기사화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