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중국공산당 맞선 19세 중국인 청년 한국행…경험 공유

메리 훙
2023년 12월 7일 오후 10:13 업데이트: 2023년 12월 7일 오후 10:29

중국공산당에 반대하며 인권 옹호 활동을 하던 19세 중국인 청년이 중국을 탈출, 한국에 왔다.

2004년 중국 푸저우시에서 작가인 부친과 교사인 모친 사이에서 태어난 린양정(19)은 최근 중문 에포크타임스와 인터뷰를 했다.

린양정의 부친은 지난 2018년 역사소설을 한 권 출간했다. 청나라가 무너진 후 1949년 대만으로 물러가기 전까지 중국 대륙을 통치한 중화민국 시기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었는데, 이게 문제가 됐다. 중국공산당은 이 시기의 역사를 금기시하기 때문이다.

같은 해 중국 정권은 “역사적 허무주의를 조장하며 마르크스주의에 반하고 사회주의 건설에 해롭다”는 이유로 당대 중화민국과 관련된 모든 역사 서술을 금지하는 정책을 실시했다.

이 같은 금지령이 내려지면서 부친의 책 또한 판매 금지 조치를 당했다. 금지령 이후 중국공산당은 린양정 부친의 이전 작품도 모두 판매를 중단시켰다. 이후 린양정 가족은 재정적으로 크게 어려움을 겪게 됐다.

‘제로 코로나’ 정책

이런 가운데 2020년에는 코로나19 팬데믹이 닥쳤다. 중국공산당은 엄격한 방역 통제 및 봉쇄 조치인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폈다.

린양정은 에포크타임스에 “한 달 넘게 집에 갇혀 있는 경험을 두 차례 겪었다”며 “(주변) 노인분들이 집에 홀로 갇힌 채 투병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방문조차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존엄성을 대우받지 못하던 문화대혁명 때와 같았다”고 표현한 린양정은 중국 당국의 온라인 검열을 우회해 해외 국가들에서는 코로나19에 대해 어떠한 정책을 펴고 있는지 검색해 봤다.

린양정은 중국공산당이 잘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동안 자신이 세뇌당해 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쓰퉁차오 시위

지난해 10월 13일(현지 시간), 중국 수도 베이징의 고가도로 ‘쓰퉁차오(사통교)’에서 1인 시위가 벌어졌다. 당시 시위를 한 남성은 쓰퉁차오 난간에 ‘독재자 시진핑을 퇴진시키자’ 등의 구호가 담긴 현수막을 내걸었다. 남성은 중국 공안에 체포됐으나, 이 시위는 큰 반향을 일으켰다. 린양정 또한 해당 시위에 깊은 울림을 받았다.

린양정은 중국 소셜미디어 위챗을 통해 시진핑 퇴진에 관한 의견을 게재했다.

불과 며칠 뒤인 10월 16일 정오께 자택으로 찾아온 중국 공안은 린양정을 연행했다.

끌려간 린양정은 국가전복선동죄 혐의를 적용할 수도 있고 강제로 ‘사라지게’ 할 수도 있다는 협박을 받았다. 린양정은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잔인한 수법은 나의 정신력을 약화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전했다.

린양정은 자정이 돼서야 풀려났다. 당시 18세 소년이었던 린양정에게 이는 매우 충격적인 경험이었다. 린양정은 “다시 잡히면 영원히 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털어놓았다.

린양정의 모친은 아들을 데리고 태국으로 떠났다. 하지만 태국에 도착한 이들 모자(母子)는 그곳에서도 중국공산당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지난해 11월 29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주재 중국 영사관 인근에서 중국공산당 반대 시위가 열리고 있다.|David ‘Dee’ Delgado/Reuters/연합뉴스

태국도 안전하지 않다

“중국공산당이 국경을 넘어 태국에서도 사람들을 그렇게 쉽게 체포할 수 있을 줄은 몰랐다.”

태국에서 린양정은 그간 해 왔던 온라인상에서의 민주화 운동을 재개했다. 그러자 린양정의 모친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중국 공안으로부터 걸려 온 전화였다.

중국 공안은 린양정의 모친에게 “아들은 국가전복선동죄로 체포될 것”이라고 협박했다. 그러는 사이 린양정의 중국 소셜미디어 계정은 차단됐다.

태국에서 중국공산당의 위협을 받은 것은 린양정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 2015년에는 홍콩에서 서점을 운영하던 스웨덴 국적의 출판업자 구이 민하이를 비롯, 중국 반체제 인사들이 태국에서 대거 납치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주로 중국의 부패 관리와 지도층의 권력 투쟁 내막을 파헤치는 서적을 출판한 인물인 구이 민하이는 당시 태국 파타야의 한 휴가용 아파트에서 마지막으로 목격됐다. 구이 민하이는 현재까지 열악한 환경에서 중국 본토에 감금된 상태라고 알려졌다.

난민 지위 신청

처음에는 독일 망명을 희망했던 린양정은 싱가포르에서 비행기 경유를 하던 도중 계획을 변경해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린양정은 “싱가포르 공항에서 우리를 중국으로 돌려보내려고 했다”고 언급했다. 싱가포르 공항이 중국 여권 소지자의 유럽행 자격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훨씬 더 엄격한 규정을 적용했다는 지적이다.

“중국으로 돌아가면 중국 정권의 박해를 받게 된다”며 싱가포르 공항 직원들과 협상을 벌인 끝에 린양정은 대한민국 제주도로 향하는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었다.

현재 린양정은 난민 지위를 신청한 상태다.

린양정은 지금도 중국 인권 및 민주화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앞으로도 중국공산당을 반대하는 데 투신하겠다는 린양정은 자신의 반(反)중국공산당 움직임이 무고한 중국인들을 일깨우고 그들이 중국 정권에 맞서는 데 조금이나마 일조하기를 꿈꾸고 있다.

린양정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 정권은 중국과 중국공산당을 혼동해 중국 국민을 의도적으로 혼란에 빠뜨렸다.

“애국심은 당에 충성하는 것이 아니다. 애국주의자가 되는 것은 당 충성주의자가 되는 것이 아니다. 중국공산당은 세뇌와 선전으로 일반 대중을 오도하고 있다. 당에 충성하는 사람들은 사실 진정한 피해자들이다.”

*황효정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