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지상전 전개 시 ‘역풍’ 맞을 수 있다” 전 CIA 작전국장 분석

댄 M 버거(Dan M. Berger)
2023년 10월 17일 오후 5:53 업데이트: 2023년 10월 17일 오후 6:51

28년간 미국 중앙정보국(CIA) 작전관으로 활동한 최고위급 베테랑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공에 대해 좋지 않은 전망을 내놨다.

지난 12일(현지 시간) 미국 애틀랜타에서 진행된 연설 자리에서 대럴 블로커 전 CIA 작전국장은 “이스라엘의 침공은 전략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고 발언했다.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일단 이스라엘군 탱크가 폭격으로 인해 무너진 건물 잔해들로 가득 찬 가자지구 거리에서 기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또한 블로커 전 국장은 “침공 시 이스라엘은 외교적으로 너무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럴 블로커 전 미 중앙정보국(CIA) 작전국장|댄 M. 버거/에포크타임스

연설 후 이어진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블로커 전 국장은 “이스라엘-레바논 전쟁 등 과거 이스라엘은 전쟁을 많이 벌였다. 그러나 예전처럼 전쟁을 시작하는 것은 이스라엘에 유리하지 않을 것”이라며 “전략적으로든 군사적 관점에서든 말이 안 된다. (이스라엘) 정부를 향한 비판만 낳을 뿐”이라고 분석했다.

CIA 외에도 미 공군 정보 분석관으로 근무한 경력을 보유한 블로커 전 국장은 “지상전을 개시하면 많은 희생자가 발생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이스라엘은 정치적 지지를 잃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달 12일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를 향해 “모두 죽은 목숨”이라며 “부숴 없애버리겠다”고 공언했다. 이와 관련, 이스라엘이 침공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것이 가능하겠냐는 질문에 블로커 전 국장은 “하마스를 끝장낸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지난 7일(현지 시간) 하마스 조직원들이 가자지구와 이스라엘 사이 국경 철조망을 향해 이동하고 있다.|Said Khatib/AFP via Getty Images/연합뉴스

블로커 전 국장에 따르면, 하마스는 종교를 기반으로 한 ‘철학’이다.

블로커 전 국장은 이스라엘이 하마스 고위 간부 명단을 작성해 표적으로 삼을 것으로 예측했다. 블로커 전 국장은 “그들(하마스 고위 간부들)은 영원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하마스의 지도부를 제거하더라도 남아있는 하마스 조직원들이 다시 하마스를 부활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CIA에 소속된 동안 테러리스트들을 상대한 경험이 많다고 언급한 블로커 전 국장은 “생포한 지하디스트(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조직원)를 심문할 때 가장 중요한 게 경청”이라고 강조했다.

경청은 곧 대화로 이어진다. 지하디스트들은 대화를 통해 자신들이 자발적으로 가입한 테러 조직에 회의감을 느끼게 된다. “이것은 내가 배운 종교가 아니다”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는 설명이다.

지난 11일(현지 시간) 하마스의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 키부츠 지역에서 시신 한 구가 바닥에 놓여 있다.|Jack Guez/AFP via Getty Images/연합뉴스

한편, 150명 정도로 추정되는 이스라엘 인질에 대해 블로커 전 국장은 “많은 인질이 구출되기를 희망한다”면서도 “인질 중 일부는 사망할 것”이라고 단호히 말했다.

그러면서 인질을 구출하는 과정에서 아직 붙잡혀 있는 또 다른 인질들을 위험에 빠뜨릴 가능성이 존재하므로 이스라엘은 어려운 선택에 직면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블로커 전 국장은 “앞으로 ‘심리 대수학(중대한 일을 결정할 때 종이 한쪽에 장점을, 다른 한쪽에 단점을 작성하고 중요도에 따라 결정하는 방식)’이 많이 쓰일 것”이라고 전했다.

*황효정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