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하마스 전쟁] ‘확전’의 변수는 이란과 그의 지원 받는 테러 조직들

전경웅 객원기자
2023년 10월 26일 오후 8:52 업데이트: 2023년 10월 27일 오전 9:32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지상전 개전에 앞서 25일 새벽까지 기습공격을 했다. 벤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대국민 연설을 통해 “하마스 대원은 모두 죽을 것”이라며 강경한 메시지를 내놨다.

현재 전선과 전황이 유지된다면 이스라엘의 승리는 당연하겠지만, 만약 헤즈볼라와 그 뒤를 이어 이란의 지원을 받는 테러 조직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스라엘을 공격한다면 문제가 달라진다. 테러 조직이라고 해도 규모가 큰 세력이 여럿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적대하는 테러 조직들…모두 이란 지원받아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점령하고 있는 하마스 외에도 국경마다 적대적 테러조직을 마주하고 있다. 북서쪽 레바논의 헤즈볼라, 북동쪽 시리아의 알 아사드 정권과 여기에 파병돼 있는 4000여 명의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예멘 후티 반군이 그들이다. 모두 이란·북한과 연결이 돼 있다.

이들 가운데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확전을 적극 노리는 세력은 헤즈볼라와 하마스,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중 하나인 이슬라믹 지하드(PIJ)다. 지난 25일 레바논 모처에 모인 이들 세력 지도부는 “확실한 승리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집중적으로 논의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어떤 논의를 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서방은 이들이 이스라엘과의 전쟁을 확전하려는 배경에 이란의 지원이 있다고 믿는다.

이란은 지금까지 탄도미사일과 핵무기 개발 목적이 이스라엘 멸망이라고 밝혀왔다. 핵공격으로 이스라엘을 멸망시키면 중동에서 미국을 내쫓고 사우디아라비아 등 수니파 이슬람 국가로 이뤄진 걸프협력회의(GCC) 6개국을 무찌를 수 있어 중동 패권을 쥘 수 있다고 생각한다.

허무맹랑한 상상을 국가적 목표로 삼은 지 35년째인 나라가 이란이다. 이라크와의 8년 전쟁부터 이후 주변국과의 갈등 모두 이런 허황된 목표 때문에 일어난 것이었다.

이란은 동시에 이스라엘 주변국은 물론 중동 국가 내 테러 조직들을 지원했다. 시작은 헤즈볼라였다. 헤즈볼라가 1983년 4월 베이루트 미대사관 폭파 테러로 수백여 명의 미군을 살해하자 이란은 이들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40년 동안 지원을 받은 헤즈볼라는 거대 군사조직이 됐다. 이스라엘 싱크탱크 국가안보연구소(INSS)에 따르면, 헤즈볼라 병력은 최대 10만 명에 이르고, 미사일과 로켓만 15만~20만 개를 보유하고 있다.

하마스, 이스라엘 향해 로켓 발사 | AP/연합뉴스

하마스 등이 사용하는 구식 단거리 로켓은 4만여 개이지만, 파르즈3와 파르즈5 같은 단거리 미사일이 8만 개에 달한다. 또한 과거 시리아에서 제공받은 스커드 C·D 미사일, 이란이 개발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파테르-110도 보유하고 있다.

이 밖에 중국산 C802 대함미사일, 러시아산 야혼트 초음속 순항미사일도 있으며, 드론도 수백 대를 보유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시리아 내전에서 실전 경험을 한 2500여 명의 ‘라드완’이라는 특수부대도 갖고 있다.

하마스와 PIJ도 이란의 지원을 받지만 전력은 각각 3만여 명과 8000여 명으로 헤즈볼라에 훨씬 못 미친다. 이스라엘이 하마스, PIJ만 상대로 전쟁을 한다면 이스라엘 입장에서는 해볼 만하다.

그러나 헤즈볼라가 끼어들면 문제가 복잡해지고, 여기에 더해 이란이 지원하는 병력 10만여 명의 예멘 후티 반군, 시리아에 주둔 중인 4000여 명의 IRGC 특수부대, 정규군 17만 명의 알 아사드 정권까지 전쟁에 뛰어들면 이스라엘로서도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가능성이 높고, 결국 미국의 참전을 부를 것이라는 게 싱크탱크와 외신들의 우려다.

이란 지원받는 테러 조직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후 미군에게까지 도발

이란의 지원을 받는 테러 조직들이 이스라엘과의 전쟁을 확전시키고자 미국까지 전쟁에 끌어들이려 한다는 징후도 있다.

지난 24일(이하 현지시각) 시리아에서 이스라엘 골란고원을 향해 로켓 2발이 날아들었다. 같은 날 미군은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공격 이후 시리아와 이라크 등에서 중동 지역 미군시설을 향한 공격이 13번 있었다”고 밝혔다.

시리아, 레바논, 예멘 등에서 공격한 이스라엘 지역은 주로 접경 군사시설과 정착촌이다. 또한 이들이 공격한 미군 기지는 과거 테러조직 ISIS와 시리아 및 예멘 내전에서 반인류 범죄를 저지르는 세력을 견제하기 위해 미군 주도로 결성한 국제연합군이 주둔 중인 곳이다.

이스라엘군은 도발에 즉각 대응했지만 강력한 보복은 하지 않았다. 미군도 마찬가지로 날아오는 미사일과 드론을 격추했지만 강력 대응하지 않았다. 그럴 경우 중동 정세가 이란이 지원하는 테러 조직들이 원하는 대로 중동 국가 전체에서 ‘반미정서’가 나타나는 동시에 테러 조직들이 이스라엘 남쪽과 서쪽, 북쪽에서 동시다발 공격을 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미국도 이스라엘 전쟁에 참전하지 않을 수 없게 되고, 전쟁 기간은 우크라이나 전쟁처럼 예상보다 훨씬 길어지게 될 것이라는 게 싱크탱크들의 분석이다.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공개 훈련 | AP/연합뉴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확전의 변수…이란과 헤즈볼라 지도부, 북한, 중국, 러시아

다만, 변수는 이란과 헤즈볼라 지도부, 북한과 중국, 러시아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24일 “헤즈볼라 지도부는 자신들의 재산, 조직의 전력이 대폭 줄어든 2006년 이스라엘과의 분쟁 상황을 반복할까 조심스러워하고 있는 반면 ‘라드완’ 특수부대원들은 당장 참전을 원하고 있다”고 이스라엘 전문가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헤즈볼라 지도부가 참전을 주저하는 데는 이란의 미온적인 태도도 한몫을 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스라엘 군사정보국(아만)의 분석가 출신 오르나 미즈라히 박사는 “지난 2년간 이란의 세계적 위상이 바뀌었으며, 이는 곧 잃을 것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이란이 직접 참전하지 않는다 해도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무장 세력들이 전선을 확대하면 미군이 개입하게 된다는 점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이 미즈라히 박사의 분석이었다.

여기에 더해 또 하나의 변수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중국과 러시아, 북한이다. 특히 북한의 경우 이란이 지원하는 테러 조직 모두에게 무기를 제공해 왔다. 현재 러시아에 무기를 대량으로 공급하면서 숨통이 트인 북한 입장에서 이란이 ‘결단’을 해 이스라엘 전쟁을 확대하면 운신의 폭이 더욱 넓어질 수 있다.

러시아 또한 미 의회가 여야를 막론하고 이스라엘을 지원하겠다고 나서는 상황에서 확전이 되면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전열을 재정비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중국도 경제난으로 인한 정치적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대만과의 긴장을 고조할 기회를 얻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