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없는 ‘평화 청원’을 기리다…전국 中 외교공관 앞 기자회견

‘4·25 평화청원 25주년’ 기자회견

이윤정
2024년 04월 22일 오후 1:46 업데이트: 2024년 04월 22일 오후 11:08

파룬궁 수련자 1만여 명이 중국 베이징의 정치 고위층이 거주하는 중난하이(中南海) 국무원 주변에 모여들었다. 중국 공안에 불법 체포된 수련자 45명에 대한 석방과 수련 환경 보장을 청원하기 위해서였다. 25년 전인 1999년 4월 25일의 일이다.

1999년 4월 11일, 중국 공산당 어용학자인 허쭤슈(何祚休)는 중국텐진교육원(天津敎育學院)의 ‘청소년과학기술박람’ 잡지에 파룬궁을 비방하는 내용의 글을 발표했다. 이에 톈진의 일부 파룬궁 수련자들이 사실을 왜곡한 내용에 대해 시정을 요구했고 잡지사는 정정보도를 약속했지만, 공안은 파룬궁 수련자 45명을 구타하고 체포, 구금했다.

이것이 수련자 1만여 명이 중국의 권력 심장부로 불리는 베이징 중난하이 부근에 가서 청원하게 된 이유였다.

당시 청원인들은 ▲체포된 파룬궁 수련자 석방 ▲자유롭게 수련할 수 있는 환경 보장 ▲파룬궁 수련서인 ‘전법륜(轉法輪)’의 출판 허가 등 3가지를 요구했다. 주룽지(朱鎔基) 총리는 수련자 대표들을 만나 협상을 주선했고, 그 협상에서 정부는 수련자 대표들이 제기한 3가지 청원 안건을 받아들였다.

1999년 4월 25일, 중국의 파룬궁 수련자들이 베이징 중난하이 인근 푸유가 대로변 인도에 질서정연하게 서있는 모습 | 명혜망

1만여 명이 모였지만 현수막이나 피켓, 흔한 구호 한마디 없이 12시간 이상을 조용히 서 있었고, 경찰이 땅바닥에 내던진 담배꽁초를 포함해 모든 쓰레기를 주웠다. 집회가 끝난 자리는 휴지 조각 하나 없이 깨끗했고, 당시 외신들은 일제히 “10년 만에 중국에 봄이 찾아왔다”고 보도했다.

1989년 톈안먼에서 학생과 시민들이 탱크에 짓밟힌 이후 10년간 중국에서 볼 수 없었던 평화로운 광경을 두고 “파룬궁 수련자들이 비폭력과 평화정신에 입각해 청원하는 성숙한 시민의 모습을 보여 줬다”는 찬사가 쏟아졌고,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평화로운 집회로 기록됐다.

파룬궁 수련자들은 이 사건을 ‘4·25 평화 청원’으로 이름 짓고 매년 이날을 기념해 집회를 열고 있다.

4월 22일 서울 중구 명동 입구에서 열린 4·25 평화청원 25주년 기념 기자회견 | 한기민/에포크타임스
부산 지역 파룬궁 수련자들이 부산 해운대구 우동 중국 총영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관련 성명서를 영사관 측에 전달했다. | 한국파룬따파불학회 제공

4월 22일, 국내 파룬궁 수련자들이 서울을 비롯해 부산, 광주, 제주 등 전국 4곳에서 동시에 기자회견을 열었다.

서울에선 이날 중구 주한중국대사관 앞에 국내 파룬궁 수련자들이 모여 ‘4·25 평화 청원’ 25주년을 기념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파룬궁 탄압 중단을 촉구했다.

행사를 주최한 사단법인 한국파룬따파불학회 오세열 사무총장은 “중국 공산당은 이제 대내적으로는 민심을 모두 잃었고, 대외적으로는 외톨이 신세가 되었다”며 “하늘이 중공을 멸한다는 의미의 ‘천멸중공(天滅中共)’이라는 말이 세상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것은 중국 공산당의 종말이 바로 앞에 다가왔음을 암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언론을 향한 쓴소리도 쏟아냈다. 그는 “중국 공산당의 압력 아래 전 세계 언론은 파룬궁 수련자에 대한 전대미문의 인권탄압에 대해 침묵해 왔다”며 “그간의 역사는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를 명확히 말해주고 있다. 지금 언론이 진실의 편에 선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파룬궁(法輪功)은 1992년 중국에서 처음 전해졌으며 정식 명칭은 파룬따파(法輪大法)이다. 심성 수련과 연공 동작을 함께 연마하는 수련법으로, 진(眞)·선(善)·인(忍) 세 가지 핵심 원리에 근간을 두고 있다.

전파 초기에는 중국 정부가 탁월한 건강 증진 효과를 인정하며 파룬궁 수련을 적극 장려했지만, 수련 인구가 급증하자 1999년 7월 20일, 파룬궁 악마화 여론전과 함께 전국적 규모의 박해를 시작했다.

중국 공산당 정권은 파룬따파의 인기를 공산당의 사상 통제에서 벗어나 독립적 신념을 가진 사람이 많아지는 것으로 간주했다. 이후 지금까지도 감금, 고문, 강제 장기적출 등 비인간적인 박해가 25년째 지속하고 있다. 일부 국제 인권 문제 전문가들은 중국 공산당의 파룬궁 탄압을 ‘집단학살(genocide)’로 규정했다.

이날 서울 외에도 부산 해운대구 주부산총영사관, 광주 남구 주광주총영사관, 제주 돈암동 주제주총영사관 앞에서도 같은 시간에 기자회견이 개최됐다.

한국파룬따파불학회는 서울 중구 명동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관련 성명서를 중국 대사관 측에 전달했다. | 한기민/에포크타임스

오 사무총장은 “하루빨리 중공이 해체되고 중국 공산당 때문에 신음하고 있는 중국 내 파룬궁 수련자들과 13억 중국인들이 자유를 되찾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후 한국파룬따파불학회는 관련 성명서를 중국 대사관 측에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