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실의 위엄을 아기의 얼굴에 담다… 에드워드 6세의 초상화

이본 마르코트(Yvonne Marcotte)
2023년 11월 6일 오후 8:31 업데이트: 2024년 02월 5일 오전 11:28

한스 홀바인(1497~1543)은 16세기 독일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화가이다. 독일에서 태어나 영국 런던으로 이주한 그는 헨리 8세의 총애를 받은 궁정화가이다. 그는 인물의 심리를 꿰뚫는 통찰력을 지닌 것으로 유명하며, 통찰력을 바탕으로 인물의 지위를 그림 속에 잘 풀어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튜더 왕조의 내면을 꿰뚫은 화가

홀바인은 튜더 왕조의 궁정화가로서 왕족과 궁중 사람들과 밀접하게 생활했다. 그는 직접 보고 겪은 인물들에 대한 이해와 내면을 파악하는 통찰력을 바탕으로 뛰어난 초상화를 완성했다.

‘헨리 8세의 초상화’(1540), 한스 홀바인. 패널에 오일 | 공개 도메인

홀바인의 수작 중 하나로 꼽히는 ‘헨리 8세의 초상화’(1540)는 왕의 요청으로 그려진 작품이다. 헨리는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로 많은 예술가가 그린 초상화를 퇴짜 놓았다. 특히 그는 실제 본인의 모습보다 젊고 위엄 있게 그려지기를 원했다. 홀바인의 실력에 대한 명성을 들은 헨리는 초상화를 주문하면서 자신의 힘과 권위를 강조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렇게 탄생한 헨리의 초상화는 원래의 모습에 충실하지만, 왕의 위엄과 강인함이 더해진 모습으로 완성되었다.

홀바인은 정교한 붓질과 관찰력으로 완벽한 초상화를 탄생시켰다. 눈부신 보석으로 장식된 비단옷과 우아한 모피, 황금으로 장식된 검의 손잡이 등이 세밀하게 묘사된 초상화는 우아하면서도 위엄이 넘친다. 헨리의 생김새는 실제보다 단단한 어깨와 건장한 풍채로 묘사되었지만, 결코 어색하거나 과장되지 않았다. 그림 속 배경은 푸른색으로 흐리게 묘사되었는데, 이는 왕의 권위가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영속성을 지녔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린아이의 얼굴에서 미래를 보다

헨리 8세는 6명의 왕비를 두었다. 여성 편력과 후계자 문제로 많은 구설에 올랐다. 에드워드 6세(1537~1553)는 헨리의 유일한 남성 후계자이다. 오랜 기간 염원했던 아들의 탄생에 크게 기뻐한 헨리는 홀바인에게 에드워드의 첫 초상화를 그리기를 요청했다.

‘어린시절의 에드워드 6세’(1538년 추정), 한스 홀바인. 패널에 유채 | 공개 도메인

홀바인의 ‘어린 시절의 에드워드 6세’는 에드워드가 태어난 지 14개월쯤에 그려진 작품이다. 그는 이 작품을 그리기 위해 오랜 시간 아이를 관찰하며 얼굴의 특징과 성향을 파악했다. 홀바인은 후원자인 헨리를 기쁘게 하기 위해 곧 왕이 될 에드워드의 위상과 운명을 그림 속에 담아야 했다.

그림 속 에드워드는 백성들에 대한 축복의 표시로 오른손을 들고 있다. 왼손은 금으로 장식된 옥새를 장난감 가지고 놀듯 쥐고 있다. 통통하고 붉은 뺨과 손은 어린아이 특유의 사랑스러움을 보여준다. 그러나 강렬하면서도 위엄 있는 눈빛과 표정은 그가 곧 영국의 왕이 될 것임을 알려준다. 금색과 붉은색이 어우러진 화려한 옷과 모자는 신성함과 위엄을 더해준다.

에드워드는 ‘헨리 8세의 가장 고귀한 보석’이라 불렸다. 이에 홀바인은 그림 아래에 당대의 시인 리처드 모리슨(1514~1556)의 시 구절을 새겨넣었다.

‘어린시절의 에드워드 6세’(1538년 추정)의 일부, 한스 홀바인. 패널에 유채 | 공개 도메인

‘어린아이야, 네 아버지를 본받아 그 미덕의 상속자가 되거라.
세상에는 이보다 더 위대한 것은 없다.
아버지의 영광을 능가하는 아들은 하늘과 땅에서는 태어날 수 없다.
네가 아버지의 행적을 따른다면, 사람들은 그 이상을 바랄 수 없을 것이다.
네가 아버지를 넘어선다면, 앞으로 아무도 너를 넘어서지 못할 것이다.’

에드워드 6세

‘10대 초반의 에드워드 6세’(1550년 추정), 윌리엄 스크로츠 서클. 패널에 오일 | 공개 도메인

에드워드 6세는 10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왕으로 즉위하게 된다. 나이에 비해 침착하고 냉정하며 속마음을 잘 내비치지 않았던 그는 큰 문제 없이 민심을 살피는 왕이었다. 아버지인 헨리 8세에 대한 외경심을 가지고 있었던 그는 선왕을 닮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선천적으로 병약했던 에드워드는 왕위에 오른 지 6년 후인 1553년, 지병으로 생을 마감하고 만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초상화가로 평가받는 한스 홀바인. 그는 깊은 통찰력으로 인물의 심리를 파악했고, 정확하며 세밀한 사실주의적 묘사로 많은 걸작을 탄생시켰다. 그가 화폭에 기록한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는 당시 생활상과 그들의 위엄을 엿볼 수 있다.

*류시화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기사화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