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뉴스] 만개하는 그날까지…로렌스 앨마 태디마와 ‘진정한 아름다움’

류시화
2023년 09월 18일 오후 3:55 업데이트: 2024년 02월 5일 오전 11:29

네덜란드에서 태어나 영국으로 귀화한 로렌스 앨마 태디마는 고전주의 예술의 아름다움을 꽃피운 초상화가이자 풍경화가입니다.

로렌스는 “나는 항상 고전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해 왔다”며 자기 작품의 아름다움과 완벽한 완성도를 자부한 예술가입니다. 그는 15세 때 심한 폐병을 앓으면서 원래 꿈꾸던 직업을 포기하고 여생을 그림에 바쳐 아름다움을 추구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는 다행히 건강을 되찾았고, 그 과정에서 그림이 치유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해 본격적으로 예술가의 길을 걷게 됩니다.

아름다움 연구에 완벽함을 더하다

그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건축물과 인물들의 삶에 매혹됐습니다. 그는 과거 생활상과 역사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를 통해 그들의 모습을 완벽하게 구현했습니다. 과거 귀족과 왕들이 향유한 화려한 삶을 그림 속에 사실적이면서도 아름답게 묘사해 그림을 감상하는 이들을 황홀경에 빠지게 했습니다. 특히 그는 고대 건축물의 대리석 질감을 섬세하게 묘사해 ‘대리석의 화가’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그리스와 로마뿐만 아니라 과거 이집트인들에 대한 연구도 병행해 그들의 모습을 화폭에 사실적이고 아름답게 묘사했습니다.

그가 특히 중요하게 여긴 것은 꽃과 대리석인데, 그의 많은 작품 속에 그 흔적이 녹아 있습니다.

로렌스의 수많은 작품 속에는 눈부신 색채로 묘사된 장미와 여러 꽃이 단연 눈에 띕니다. 아름다운 인물과 배경을 더욱 돋보이게 해주는 꽃 묘사는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그의 그림을 한번 마주하면 잊기 힘든 이유입니다. 섬세한 질감 묘사로 극찬받는 대리석은 그의 예술세계의 정수로 평가됩니다.

그러나 로렌스가 항상 이런 극찬을 받은 것은 아닙니다. 1861년 로렌스가 발표한 작품 ‘클로비스의 자녀 교육’은 발표 당시 예술계에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일부 예술계 인사들은 그의 작품에 대해 혹평을 했습니다. 1877년 예술 평론가 헨리 제임스는 “그림의 순수성이 부족하며 그의 작품세계에 동의할 수 없다”고 했고, 또 다른 평론가 존 러스킨 역시 “로렌스의 작품은 비도덕주의적이다. 대리석에는 깊이가 없고 단지 표면적 광택과 결이 있을 뿐”이라는 혹평을 남겼습니다.

로렌스는 자신의 노력을 폄하하는 말에 굴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더 큰 노력을 기울이며 인물과 꽃, 대리석을 더욱 아름답고 사실적으로 묘사하기 위해 연구했습니다.

꽃이 만개하기를 ‘기대’하다

로렌스의 1885년 작 ‘기대’에는 푸르른 지중해 바다를 배경으로 한 여인이 대리석 의자에 앉아 분홍빛 꽃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따사로운 햇볕을 가리려는 듯 한 손을 이마에 얹고 있는 여인은 무언가를 고대하는 것처럼 반짝이는 눈으로 눈앞의 꽃들을 찬찬히 살펴봅니다.

봄이 찾아와 꽃이 피고, 초록빛 잎사귀들이 싱그럽게 자라납니다. 조그마한 꽃망울들이 터지며 아름다운 분홍빛을 뽐냅니다. 그림 속 꽃처럼 로렌스의 노력도 만개해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습니다. 부단한 노력과 연구의 결과를 화폭에 풀어낸 그는 1899년 빅토리아 여왕으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는 등 그 실력과 예술성을 인정받게 됩니다. 그리고 이후 구스타프 클림트와 같은 유럽 상징주의 화가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존경받는 예술가로 사랑받았습니다.

고전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며 세간의 말에 흔들리지 않고 진정한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한 예술가 로렌스 앨마 태디마. 우리는 그의 일생을 통해 타인의 말에 휘둘리지 않고 진정한 아름다움을 추구하며 인내와 끈기를 가지고 노력하면 언젠가 만개한 꽃처럼 그 결실을 보게 될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