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문한답] 한국 국제개발협력 현실과 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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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근
2022년 10월 7일 오후 3:33 업데이트: 2022년 10월 7일 오후 3:34

한국 국제개발협력 현실은 어떠하며 과제는 무엇인가요?

답변_강릉원주대학교 명예교수
부산대 경제학과 졸업 후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미국 텍사스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전문연구원을 거쳐 강릉원주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국제개발협력학회 학회장, 대통령직속 지역발전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다.

한국국제협력개발 역사는 어떠한가요?

“우리나라 정부 예산 중 특이한 예산이 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을 위한 예산이 아닌 타(他)국민을 위한 예산이 있습니다. 바로 국제개발협력예산입니다. 우리나라 예산 중 한계효용(marginal utility)이 가장 큰 예산이 국제개발협력 분야 예산이라고 생각합니다. 달리 표현하자면 세금(稅金)이 아닌 성금(誠金)이라 할 수도 있습니다. 한국은 국제개발협력 역사상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국제원조 수원국(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공여국(원조를 주는 나라)이 된 유일한 국가라는 것입니다. 대한민국 정부 출범 초기인 1950년대 정부 예산의 1/2 이상이 해외 원조였습니다. 국가 주요 기간 시설도 해외 원조와 차관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한국은 오늘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 가입국이며 2021년 기준 연간 28.5억 달러의 원조 예산으로 총 125개국을 지원하고 있는 공여국이 되었습니다.”

한국국제개발협력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한국은 수원국에서 공여국으로 탈바꿈한 유일한 국가로서 자긍심을 갖는 동시에 동병상련(同病相憐)의 정서를 갖고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해외 원조가 지난날 제국주의 국가들이 피지배국에게 제공하는 일종의 ‘속죄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는 데 반하여 한국은 다른 나라를 식민 지배한 경험이 없습니다. 달리 말하여 제국주의적 동기가 없고 속죄 수단이 아닌 순수한 원조라는 것입니다. 또한 신흥 공여국으로서 새로운 규범 창출 가능성이 있고 지속적으로 원조 규모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한국 국제개발협력 문제점은 없나요?

“한국의 국제개발협력은 지속적으로 성장해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문제점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원조 방향성’입니다. 현재는 원조의 양과 질이 모두 떨어집니다. 원조 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국 중 15위, 원조의 질은 조사대상 40개국 중 24위에 머물고 있습니다. 이는 개발원조위원회(DAC) 회원국 중 바닥 수준이라 하겠습니다. 원조 구조와 운영방식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원조는 유상원조 비율이 높습니다. 2020년 기준 무상 대 유상 비율은 66:34였습니다. 개발원조위원회(DAC) 주요 회원국 대부분이 100% 무상원조를 하는 것에 비해 높은 비율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원인은 원조 자체를 순수 개발협력이나 자선으로 생각하지 않고 우리나라 수출을 위한 보조사항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구속성 원조’ 비율도 높습니다. 구속성 원조는 원조 사업 집행 시 필요한 물자 등을 한국에서 가져다 사용하라는 전제를 다는 것을 말합니다. 기업 협력도 마찬가지입니다. 구속원조 비율이 2018년 기준 개발원조위원회(DAC) 국가 평균이 16.1%인 것에 비해 한국은55.4%를 기록했습니다. 한국은 개발협력을 국익 실현의 도구로 간주하고 직접적이고 단기적이며 가시적인 사업에 치중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국제개발협력을 간접적·우회적·장기적 국익실현 수단으로 바라보는 시각으로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정치적인 문제는 무엇인가요?

“한국의 원조 액수가 증대됨에 따라 우리나라 정치권에서도 원조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정치적 오염도 심해지고 있습니다. 정권에 따라 원조의 형태가 달라집니다.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는 이른바 ‘국제원조 적폐청산’을 표방했지만 오히려 파벌적 운영이 심해지기도 했습니다. 또한 한국국제협력단(KOICA) 같은 원조 집행기관들의 권위 의식으로 이른바 ‘갑질문화’가 고착되었고 파견 인원은 많으나 전문성이 부족한 인사들이 적지 않습니다. 개발협력 분야에서도 부처 이기주의가 난무합니다.”

다른나라와 비교해서 한국의 문제점은요?

“우리나라 원조는 유상원조부터 시작했습니다. 이것이 잘못 끼워진 첫 단추라고 생각합니다. 1987년 경제기획원(현 기획재정부) 주도하에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이 조성되었고 이후 오늘날까지 유상원조 기관 주도하에 원조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대외 원조 비율을 보면 기획재정부와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의 총금액이 3.27조원으로 전체의 47.7%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외교부와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36.3%, 42개 기타 부처·공공기관이 16%를 차지하는 구조입니다. 유상원조에서 무상원조로 이행이 이뤄졌지만 아직도 유상원조 기관 주도하에 원조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원조 체계 개편도 필요한가요?

“원조 행정 체계 문제점으로는 최고위급 정부 부처의 원조 주도가 있습니다. 국무총리실이 원조 총괄책임을 담당하며, 주도적으로 시행하는 기관은 행정부 내 서열 1위이자 부총리 부처인 기획재정부입니다. 더하여 우리나라 원조는 44개 정부 부처·공공기관이 직접 시행하고 있는데 이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분절화 구조입니다. 대한민국 원조의 지향점을 ‘MBA(More and Better Aid)’로 상정해 보았습니다. 이를 실현하려면 원조 추진체계를 재정비해야 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장려되는 관행을 따라야 합니다. 국무총리실이 원조를 총괄하고 기획재정부가 앞장서서 시행하고 있는 나라는 없습니다. 수원국과 접촉 창구는 1선 집행기관인 한국국제협력단(KOICA)을 앞세우고 정책기관으로서 외교부가 이것을 조정하는 역할을 맡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외교부-한국국제협력단 중심의 단일화 구조로 기획·평가가 시행되어야 합니다. 기획재정부 역할을 축소하고 국무총리실의 조정 기능을 폐지하여 외교부의 정책기관 기능을 키우고 기타 중앙부처·공공기관은 2선 집행기관으로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한국 국제협력개발이 지향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요?

“유상에서 무상 원조로의 이행을 가속화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가장 빈곤한 국가에서 선진국이 된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서 책임을 다하고 존경받는 나라가 되었으면 합니다. 이를 위한 가장 확실한 정책수단은 국제개발협력입니다. 내부 모순을 척결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입니다. 우선 공적개발원조(ODA) 집행체계를 재정비해야 합니다. 많은 정부 부처가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쉽게 구조를 변경할 수 없을 것입니다. 대통령이 나서서 집권 초기에 이를 고쳐야 합니다. 5월 10일, 제20대 대통령 취임연설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그리고 자유를 사랑하는 세계시민 여러분”으로 연설을 시작했습니다. 마무리도 “국제사회에서 책임을 다하고 존경받는 나라를 위대한 국민 여러분과 함께 반드시 만들어 나가겠습니다.”라고 했습니다. 세계시민이라는 단어가 7번이나 반복됐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약속 이행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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